아이스크림엔, 각설탕 몇 개나 들었나?...혈당 ‘이 만큼’이나 높아져
2026.07.02 18:02
서울 동작구에 사는 김모(68)씨는 아이스크림을 몰래 먹다 아내에게 들켜 호되게 야단 맞은 적이 많다고 말한다. 40대부터 당뇨병을 앓아온 그는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혈당이 치솟는다며 핀잔을 맞지만, 아직도 달콤한 유혹을 이기지 못하곤 한다"고 털어놨다.
평소 혈당이 높은 사람이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눈 깜짝할 사이에 혈당 수치가 200mg/dL 이상으로 올라간다. 아이스바·아이스콘·폴라포와 떠먹는 아이스크림의 시원하고 달콤한 청량감에 취해 있는 사이, 혈관에서 초고속 당화(Glycation) 반응이 급속히 일어나기 때문이다.
아이스크림을 한 개 먹으면 제품별로 13~25g의 순수 당류를 섭취하게 된다. 이는 각설탕(약 3g)을 4.3~8.3개 한꺼번에 우두둑 씹어 먹는 것에 해당한다. 특히 거실 소파에 앉아 숟가락으로 떠먹는 컵형 아이스크림(투게더 등)을 3분의 1통만 비워도, 당류 섭취량은 30g이 넘는다. 혀가 차가운 온도에 마비된 가운데 각설탕 10개 분량을 단숨에 삼키는 꼴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하루 당류 섭취량은 성인 기준 하루 50g 이하다. 하지만 각종 병을 예방하기 위해 25g 이하로 줄이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한다.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 거부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차가운 온도 때문이다. 미국 하버드대 보건대학원 등의 연구 결과를 보면, 미각 세포 안에서 단맛 신호를 전달하는 특정 채널(TRPM5 채널)은 온도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입안의 온도가 15~35°C일 때, 이 단맛 신호 전달 채널은 활발하게 열려 뇌에 강력한 단맛 신호를 보낸다. 아이스크림처럼 0°C 이하의 낮은 온도는 이 채널을 거의 닫히게 한다. 특히 단맛 전기 신호를 100분의 1 이하로 뚝 떨어뜨린다.
낮은 온도로 혀가 마비되면 단맛에 대한 경계심이 없어져, 많은 양의 정제된 당분을 무방비로 섭취하게 된다. 아이스크림을 만들 때는 소비자가 기분 좋은 단맛을 느끼도록 일반 가공식품보다 훨씬 더 많은 설탕과 액상과당을 쓴다.
당뇨병 환자나 전당뇨인 사람은 웰빙으로 오해할 수 있는 아이스바에도 신경을 쓰는 게 좋다. 일부 중년층은 빙과류에 팥이나 밤이 들어 있다고 하면, 건강에 좋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는 큰 착각이다.
팥이 든 비비빅(19g, 각설탕 6.3개)이나 밤이 든 바밤바(15g, 각설탕 5.0개)에는 많은 양의 설탕과 물엿이 들어간다. 팥과 밤 껍질 특유의 떫고 씁쓸한 맛을 감추고 냉동 상태에서 단맛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비비빅은 초콜릿 코팅을 입힌 누가바(14g, 각설탕 4.7개)나 캔디바(12g, 각설탕 4.0개)보다 당류 함량이 더 많다. 유지방은 거의 없고 정제 당분의 농도로만 끈적한 밀도를 채우기 때문이다.
특히 겉보기에 먹음직한 대형 아이스콘류에는 더 많은 당류가 들어 있다. 월드콘 바닐라 한 개에는 25g(각설탕 8.3개)의 당류가 들어 있다. 구구콘 오리지널의 당류는 23g(각설탕 7.7개), 슈퍼콘 초코의 당류는 22g(각설탕 7.3개)이다.
아이스크림 위에 얹어진 크림 자체의 당류는 물론, 아이스크림을 감싸고 있는 고밀도 정제 탄수화물 과자인 '와플 콘'과 맨 아래 뾰족한 꼭지 부분에 응축된 '초콜릿 꼬리'의 진액도 문제다. 씹을 필요가 없는 액체 상태의 당분은 '초고속 혈당 스파이크'를 일으킨다.
미국 하버드대 보건대학원 연구팀은 탄수화물과 정제당의 섭취 형태가 고체 상태일 때와 액체 상태일 때 각각 식후 혈당에 미치는 영향을 추적 조사했다. 그 결과, 아이스크림이나 탄산음료처럼 씹거나 위장에서 소화할 필요 없는 단순당 및 고과당 옥수수 시럽(액상과당)은 혈관 내 포도당 흡수 속도를 높여 15~30분 안에 혈당 수치를 급격히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폴라포 포도맛(16~17g, 각설탕 5.5개) 같은 원통형 아이스크림도 마찬가지다. 폴라포는 유지방이 없는 생얼음 설탕물이며, 냉동 과정에서 시럽이 바닥 쪽으로 가라앉아 농축된다. 폴라포의 종이 껍데기(카톤 슬리브)를 아래서부터 밀어 먹다가 마지막에 고인 액체를 마시면 액상당이 그대로 혈관에 흡수된다.
전문가들은 당뇨병 환자나 전당뇨인 사람이 각종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혈당 수치가 200mg/dL 이상으로 삽시간에 수직 상승한다고 강조한다. 혈관 안에 포도당과 과당이 지나치게 많아지면, 몸은 겉잡을 수 없는 초고속 당화 현상을 겪는다.
미국 마운트 사이나이 의대 연구 결과를 보면, 급격한 혈당 스파이크가 반복되면 단순당과 혈액 내 단백질이 결합하는 당화 반응이 더 빨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름철에 시원한 빙과류를 달고 사는 사람일수록 체내 대사 시스템이 더 빠르게 나빠진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당화 반응이 일어날 때 생기는 독성 당화 물질(최종당화산물)은 혈관 내피세포에 염증을 일으키고, 인슐린 저항성을 악화시킨다.
한낮 기온이 30°C를 웃도는 여름에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도, 작은 생활 지혜가 필요하다. 빙과류 제품의 당류 함량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당류 함량이 더 낮고 설탕 대신 대체당(알룰로스, 스테비아 등)을 쓴 '당류 제로·설탕 제로' 제품을 선택하는 게 좋다. 당뇨병 환자는 특히 그렇다. 또한 삼겹살이나 냉면 등으로 식사를 마친 직후, 입가심으로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을 피해야 한다. 이미 치솟은 혈당에 불을 붙이는 격이기 때문이다.
굳이 먹어야 한다면 식사 전 공복이나, 식후 3시간 이상 지나 혈당이 안정됐을 때 소량 섭취하는 게 좋다. 특히 식후에 달콤한 아이스크림을 맛나게 먹었다면 즉시 고무장갑을 끼고 설거지를 하거나 분리수거를 하러 밖으로 나가는 등 몸을 움직여야 한다. 액상당이 흡수돼 혈당이 쑥 올라가는 식후 15~30분에 몸을 움직여주면, 허벅지와 팔 근육이 혈관 속 포도당을 즉시 연료로 태울 수 있다. 이는 초고속 당화 반응을 막는 좋은 방법이다.
[자주 묻는 질문]
Q1. 당류가 0g인 '제로 아이스크림'은 당뇨 환자가 마음 놓고 먹어도 되나요?
A1. 일반 빙과류보다 혈당 스파이크를 일으킬 위험이 훨씬 낮은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월드콘 같은 '제로 콘' 제품은 감싸고 있는 와플 과자 자체에 밀가루(정제 탄수화물)가 그대로 들어 있어 많이 먹으면 혈당 수치가 올라갑니다. 과자가 없는 '제로 폴라포' 같은 제품도 대체당을 과다 섭취하면 설사나 복통을 일으킬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합니다.
Q2. 칼로리가 밥 한 공기보다 적으니, 밥 대신 아이스크림 한 개만 먹으면 혈당에 더 안전할까요?
A2. 훨씬 더 위험합니다. 백미밥은 복합 탄수화물이라 소화 분해에 1~2시간이 걸려 혈당이 완만하게 오릅니다. 반면 아이스크림은 입안에서 곧바로 액체로 녹아내리는 단순당입니다. 빈속에 액체 상태의 당분이 들어오면 소화 과정 없이 15분 만에 초고속으로 흡수돼 혈당 수치를 폭발적으로 높입니다. 칼로리 수치에 속아 공복에 먹으면 췌장에 해롭습니다.
Q3. 아이스크림을 반만 먹고 남겼다가 나중에 먹으면 혈당 관리에 도움이 되나요?
A3. 네, 아주 좋은 실천법입니다. 한 번에 들어오는 단순당의 절대량이 절반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췌장의 과부하를 줄이고 혈당 스파이크를 막는 데 도움이 됩니다. 아이스크림이 녹으면 유독 더 달게 느껴지지만, 녹았다가 다시 얼더라도 제품 속에 들어있는 순수 당류의 총량과 각설탕 개수는 변하지 않습니다.
Q4. 설탕은 이당류라서 포도당 같은 단순당보다 혈당에 더 안전한 것 아닌가요?
A4. 그렇지 않습니다. 단순당은 단당류와 이당류를 모두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즉, 설탕은 단순당의 종류 중 하나일 뿐입니다. 설탕은 포도당과 과당이 결합한 것이지만, 작은 창자에 들어오는 즉시 단 몇 초 만에 분해돼 혈관으로 곧장 이동하므로 혈당을 올리는 속도는 단당류와 다름없이 치명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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