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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호황이 남긴 과제, 이익공유제 다시 수면 위로

2026.07.03 06:51

[비즈니스 포커스]

삼성전자. 사진=뉴스1


반도체 호황이 남긴 초과 이익을 누가 어떤 원칙으로 나눌 것인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기업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면서 성과급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정부는 성과급 지급 기준과 의사결정 절차를 손질하는 방안을 검토하며 공론화에 나설 방침이다.

재계는 기업이 창출한 이익의 배분 구조에 정부가 개입하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정부 논의의 출발점에는 반도체·AI 산업에서 발생한 초과 이익이 특정 기업과 이해관계자에 집중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성과급 문제는 임금 이슈를 넘어 기업의 초과 이익을 노동자와 주주, 투자 사이에서 어떤 기준으로 나눌 것인가의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핵심 쟁점을 8가지 질문으로 짚었다.

Q1. 왜 지금 성과급 논란이 커졌나


반도체 업황 회복으로 주요 기업들이 대규모 실적을 기록하면서 성과급 규모도 함께 확대됐다. 과거에는 노사 협상 범위에 머물렀던 성과급이 배당과 투자 여력에 영향을 줄 정도로 커지자 논의 구조가 달라졌다.

여기에 정부가 성과급 지급 기준과 절차를 공론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이슈가 정책 영역으로 이동했다. 산업 성장의 과실이 고용과 임금 구조를 통해 충분히 확산하지 않는다는 점도 정책 논의의 배경으로 거론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6월 23일 국무회의에서 “역대급 성과와 주가 상승 이면에는 자산 양극화라는 그늘이 짙다”고 언급했다. 반도체와 AI 산업 성과가 사회 전반의 소득 구조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정부는 기업 성과 보상 체계를 보다 투명하고 예측 가능하게 만들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재계는 산업별 수익 구조와 기업별 경영 판단이 다른 만큼 획일적 접근은 자율성과 투자 판단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 같은 논의는 반도체에 국한되지 않고 조선·자동차 등 업황 사이클이 뚜렷한 산업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Q2. 왜 성과급은 주총 이슈가 됐나


성과급 규모가 커지면서 단순한 노사 협의 영역을 넘어 기업의 자본 배분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은 배당과 연구개발(R&D), 설비투자, 성과급 등으로 나뉘는데 어느 항목에 얼마나 배분할지는 결국 이사회의 결정 사안이다.

성과급은 회계상 영업비용으로 처리된다. 지급 규모가 커질수록 영업이익과 배당 여력에도 영향을 미치는 구조다. 이 때문에 기관투자가와 주주들은 성과급 총액뿐 아니라 산정 기준과 의사결정 과정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성과급이 임금 항목을 넘어 기업지배구조와 주주권 영역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6월 29일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범준 한국경제신문 기자


Q3. 기업들은 이미 하는 것 아닌가


대표 사례는 삼성전자의 초과이익분배금(OPI)이다. 삼성전자는 2001년부터 사업부 연간 실적이 목표를 초과 달성하면 초과 이익의 일정 비율을 재원으로 성과급을 지급해왔다. 성과와 연동된 보상 구조를 제도화한 형태다. 최근 반도체 업황 개선으로 지급 규모가 다시 확대되면서 제도 자체에 대한 관심도 함께 커졌다.

포스코와 현대자동차도 원가 절감 성과 공유, 기술 지원 등 형태로 협력사 상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인재 경쟁 심화도 성과급 확대 배경으로 거론된다. 핵심 인력을 유지하기 위한 보상 경쟁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의미다.

다만 기업별 자율에 따른 보상 체계와 정부가 검토하는 제도는 성격이 다르다. 기존 방식이 기업 내부 판단에 따른 보상이라면 논의 중인 방안은 지급 기준과 의사결정 구조를 외부 규칙으로 정립할 수 있는지에 초점이 있다.

Q4. 정부가 말하는 ‘프랑스식’은 뭔가


정부가 참고하는 것은 프랑스의 이익공유 제도다. 일정 규모 이상 기업이 이익을 내면 노사 협약을 통해 근로자와 성과를 공유하도록 한 구조다.

핵심은 정부가 성과급 수준을 직접 정하는 방식이 아니라 기업과 노사가 사전에 합의한 기준에 따라 이익을 배분하도록 제도적 틀을 두는 데 있다. 지급 여부와 방식은 기업 재량에 두되 산정 원칙은 협약으로 고정하는 방식이다.

기술 기반 산업에서 발생하는 초과 이익을 조세로 흡수할지, 기업 내부 보상 구조로 남길지에 대한 선택 문제로도 해석된다. 정부는 이 같은 구조를 통해 성과급 논의가 사후 갈등이 아니라 사전 규칙 기반으로 운영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다만 산업 구조와 노동시장 여건이 다른 만큼 단순 이식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SK하이닉스. 사진=뉴스1


Q5. 해외도 이렇게 하나


국가별 접근은 다르다. 독일은 노동이사 참여를 기반으로 이사회 단계에서 임금과 보상 구조가 함께 논의되는 공동결정 구조를 갖고 있다.

미국은 성과급과 스톡옵션 등 보상 체계를 기업 자율에 맡기는 대신 이사회의 책임과 주주 감시를 중심으로 운영된다. 일본은 연간 상여금과 성과급을 노사 협상을 통해 정하는 관행이 일반적이다. 각국 모두 방식은 다르지만 기업 이익 배분을 둘러싼 조정 장치는 존재한다는 점에서는 공통된다.

Q6. ‘AI세’ 논의와 무슨 관계인가


공통된 문제의식은 기술 발전으로 발생하는 초과 이익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에 있다. 인공지능과 자동화 확산으로 기업 생산성과 이익은 증가하지만 노동소득은 상대적으로 정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정부가 과거부터 언급해 온 로봇세·AI세 논의도 같은 연장선에 있다. 기술 발전의 성과를 세금과 재정, 복지 체계를 통해 사회적으로 환류시키겠다는 접근이다. 성과급 논의 역시 기업 내부의 이익 배분 문제라는 점에서 구조가 겹친다. 다만 AI세를 실제로 도입한 국가는 아직 없고 대부분은 조세·복지 조정 수준에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Q7. 이건희는 왜 “교과서에도 없다”고 했을까


2011년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제안한 ‘초과이익공유제’ 논의는 당시 재계를 자극했다. 기업이 창출한 이익을 협력사와 나눌 수 있는가를 두고 논쟁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이건희 당시 삼성전자 회장은 “경제학 교과서에서도 보지 못한 말”이라고 언급했다.

기업이 위험을 감수해 투자하고 얻은 이익을 사후적으로 재분배 대상으로 삼는 것은 투자 유인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재계는 이익은 경영 판단과 시장 경쟁의 결과이며 제도적 개입이 강화될 경우 혁신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Q8. 어디까지 제도화해야 하나


정부는 성과급 지급 과정에서 기준과 절차의 투명성을 높이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성과급을 둘러싼 사후 갈등을 줄이고 예측 가능한 보상 구조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반면 재계는 성과급이 기업의 인재 확보, 경영전략과 직결된 만큼 획일적 규율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산업별 수익 구조와 기업별 상황이 다른데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결국 쟁점은 성과급 자체가 아니라 기업 초과 이익에 대한 정부 개입의 범위 설정이다. 절차 수준의 정비인지 보상 구조까지 포괄하는 규율인지에 따라 논쟁의 성격은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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