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간 전
휴스턴 발레단 수석 김단비 “첫 내한 공연 주역 맡고 싶어요”
2026.07.03 01:40
홈스쿨링 거쳐 해외 진출한 1세대
美명문 휴스턴 발레단서 고속 승급
최근 수석무용수로… 한국인 두 번째
미국 텍사스주를 기반으로 하는 휴스턴 발레단은 1969년 설립된 대형 발레단이다. 현재 소속 무용수 61명, 연간 운영 예산 4400만 달러(680억원) 규모를 자랑하는 미국 내 4번째 규모의 명문 단체다. 이곳에서 최근 한국인 수석무용수가 탄생했다. 주인공은 26세 발레리나 김단비.
지난달 21일 수석무용수로 승급한 김단비는 지난해 퇴단한 조수연에 이어 역대 두 번째 한국인 수석무용수다. 특히 그는 한국 발레계에서 ‘홈스쿨링’을 거쳐 해외에 진출한 1세대 무용수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시즌을 마치고 고국을 찾은 그를 최근 서울 강남구 GS아트센터에서 만나 그동안의 여정을 들었다.
“지난달 ‘지젤’ 주역 데뷔 무대 직후 스탠톤 웰치와 줄리 켄트 두 공동 예술감독님이 무대에 올라와 수석무용수 승급을 발표하셨어요. 퍼스트 솔리스트가 된 지 겨우 1년 만이라 전혀 예상치 못했던 만큼 놀라움과 기쁨이 동시에 밀려왔습니다.”
김단비는 휴스턴 발레 아카데미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내며 주니어 발레단과 연수단원을 거쳐 초고속으로 정단원이 됐다. 하지만 2019년 군무로 시작해 주역으로 서기까지의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터닝 포인트는 2023년 안무 거장 존 노이마이어와의 만남이었다.
“입단 초기엔 좋은 배역을 받지 못하고 군무만 했어요. 그런데 노이마이어 안무의 ‘한여름 밤의 꿈’ 주역 무용수의 임신으로 뜻밖의 기회가 왔습니다. 원래는 다른 커버 무용수가 있었지만 선생님이 저를 지명하셨죠. 첫 주역 무대를 성공적으로 마친 직후 솔리스트로 승급했습니다.”
김단비의 재능을 알아본 노이마이어는 2024년 ‘인어공주’ 타이틀롤로 그를 다시 낙점했다. 이후 대작의 주역을 잇따라 맡은 그는 2025년 퍼스트 솔리스트로 승급했다. 그는 “2024-2025시즌에는 솔리스트와 주역을 동시 소화하느라 체력적 한계를 느꼈다. 다행히 감독님들이 빠르게 승급시켜 주면서 내가 숨을 고를 기회를 주셨다”고 돌아봤다.
지금은 스타 무용수지만, 그가 중학교 1학년 때 자퇴와 홈스쿨링을 결심할 당시만 해도 선례가 없어 미래는 안갯속이었다. 다섯 살 때 문화센터에서 발레를 접한 그는 초등학교 내내 학원을 다녔다. 6학년 때 예중 입시를 준비하려 했으나 시기적으로 너무 늦었고 기초 체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일반 중학교에 진학했지만 발레에 몰두하고 싶은 갈증은 커졌다.
“중1 때 유스 아메리카 그랑프리 주니어 부문 파이널에 진출한 후 학업과 병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부모님께 검정고시 패스를 약속하고 자퇴했죠. 오전에는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거나 영어 공부 과외를 받았고, 남은 시간은 전부 발레 연습에 매진했습니다. 그리고 2년 만에 중·고교 검정고시도 마쳤습니다.”
노력은 결실로 이어졌다. 2015년 베를린 국제콩쿠르와 서울 국제콩쿠르에서 잇따라 1위에 오른 김단비는 2016년 스위스 로잔 콩쿠르 ‘기대주상’을 받았다. 당시 16세 최연소 참가자였던 그는 감기에 걸려 결선 무대에서 기량을 다 발휘하지 못했지만 파이널리스트에 오르는 저력을 발휘했다. 그리고 휴스턴 발레 아카데미의 제안을 받아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유학 생활은 사춘기와 함께 시작부터 발목 부상이 겹쳐 쉽지 않았다. 하지만 첫 여름방학 때 자신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어머니를 보며 마음을 독하게 먹었고, 이후 슬럼프 없이 발레에 몰입했다. 김단비는 “지금 돌아보면 아는 게 없어서 용감했기 때문에 홈스쿨링을 선택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면서 “요즘 많은 친구들이 선택하는데, 무용수 본인의 독립적인 성향과 단단한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휴스턴 발레단은 클래식부터 컨템포러리까지 폭넓은 레퍼토리를 가지고 있으며 연간 공연이 85회가 넘는다. 전용 오케스트라를 보유할 만큼 재정이 탄탄한 단체로, 해외 투어도 꾸준히 진행한다. 김단비는 다가오는 2026-2027시즌 개막작 ‘마농’의 타이틀롤을 맡아 수석무용수로서 첫 시즌을 시작한다. 그의 새로운 꿈은 휴스턴 발레단의 역사적인 ‘첫 내한 공연’ 주역으로 고국 관객 앞에 서는 것이다.
“저희 발레단은 아시아에선 중국과 일본 투어를 종종 가지만 아직 한국을 간 적은 없습니다. 그런데 최근 새로 부임한 소냐 코스티치 행정감독님이 한국계인데, 첫 내한 공연을 추진하고 싶어 하십니다. 이 프로젝트가 성사돼 주역으로 고국 관객을 만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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