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Aview 로고

VIEW

엔화
엔화
[김동호의 시선] 경제안보가 잠자던 일본을 깨우고 있다

2026.07.03 00:14

김동호 논설위원
일본의 작은 섬 미나미토리시마는 도쿄에서 1850㎞ 떨어져 있다. 둘레 6㎞ 남짓한 서태평양 외딴 섬이지만 일본은 이곳 주변 해저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희토류가 대량 매장돼 있을 가능성 때문이다. 2028년부터 본격 채굴이 목표다. 현실은 만만치 않다. 올해 시험 채굴에 성공했지만, 해저 6000m에서 진흙더미를 끌어올리는 일부터 난제다. 내년에는 하루 350t 규모의 해저 진흙을 건져 희토류 분리 가능성을 검증할 계획이다. 네오디뮴·디스프로슘 같은 희토류는 반도체·전기차·방산·로봇 산업에 필수적이다.

희토류 찾아 태평양 섬까지 뒤져
자원과 첨단 기술 자립이 곧 국력
한국도 더 치열한 생존 전략 필요

문제는 채굴과 정련 과정에서 배출되는 폐수 등 오염물질이다. 미국도 캘리포니아 마운틴 패스에 막대한 매장량을 갖고 있지만, 환경 규제 등으로 생산 확대에 제약을 받아왔다. 그 틈을 중국이 파고들었다. 1992년 덩샤오핑이 “중동엔 석유, 중국엔 희토류”라고 한 뒤 중국은 희토류를 전략 자원으로 키웠고, 이제는 희토류를 무기화하고 있다.

일본이 희토류 확보에 집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중국의 희토류 통제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일본의 첨단 제조업과 안보 전략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다. 피지컬 AI 시대가 본격화하면 반도체와 배터리, 로봇, 전기차, 방산 수요는 폭증할 수밖에 없다. 이때 희토류 공급망에 문제가 생기면 산업 전체가 발목 잡힌다. 일본이 2022년 이후 경제안보 관련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핵심광물 확보, 중요 기술 보호, 공급망 재편에 나선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경제안보는 잠자던 일본을 흔들어 깨우고 있다. 2012년 아베노믹스 이후 일본은 장기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기 위해 통화·재정·구조개혁을 병행해왔다. 실질 성장률은 엔화 약세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 여파로 여전히 1% 안팎에 머물지만, 경상 성장률은 최근 3년 연속 4~5%대를 기록하며 분위기가 달라졌다. 무기력했던 ‘잃어버린 30년’의 일본과는 분명히 다른 모습이다. 증시 밸류업과 임금 인상, 기업 지배구조 개선도 같은 흐름 위에 있다.

그 마지막 퍼즐이 일본의 새 성장전략이다. ‘강한 일본’을 내건 일본 정부는 AI와 반도체, 정보통신, 방산, 우주항공, 자원·에너지, 양자 컴퓨팅 등 17개 전략 분야에 2040년까지 3500조원을 투입한다. 과거처럼 한산한 지방 도로를 깔거나 현금성 수당을 마구 뿌리지 않는다. 자원과 기술, 안보와 산업을 하나로 묶어 국가 경쟁력을 다시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초과학과 소재·부품·장비 경쟁력을 갖춘 일본 기업에 정부 지원이 더해진다면 파급력은 결코 작지 않을 것이다.

반도체도 다시 전열을 갖추고 있다. 대만 TSMC의 구마모토 공장은 일본 반도체 생태계 재건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고, 라피더스는 내년부터 2나노급 시스템 반도체 양산을 개시한다. 낸드플래시 업체 키옥시아가 최근 일본 시가총액 1위에 오른 것은 일본 반도체 산업 부활의 상징이 되고 있다. 일본이 한때 한국과 대만에 반도체 주도권을 내주고 IT 혁명에서 뒤처졌지만, 경제안보의 압박은 오히려 국가적 결집을 일으키고 있다. 자원 확보와 첨단기술 자립을 함께 밀어붙이는 지금의 일본은 과거의 일본과 다르다.

우려스러운 점은 반도체 중심 전략에 의존하는 한국이 일본의 절치부심과 중국의 기술 굴기에 맞설 수 있느냐는 것이다. 중국은 국가가 방향을 정하고 기업들은 치열한 경쟁으로 속도를 낸다. 일본은 17개 전략 분야를 62개 세부 분야로 나눠 투자 계획까지 구체화했다. 위기의식이 큰 만큼 이 과정에서 정치적 논란은 없었다. 반면 한국은 3대 메가 프로젝트와 관련해 정쟁이 뜨겁다. 더 큰 문제는 정부 주도로 입지까지 선정했지만, 규제 해소를 비롯해 어떻게 기업을 뒷받침할 것인지 여전히 불명확하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895조원 규모의 호남 반도체 투자를 선언했지만, 전력·용수·토지·인력 등을 뒷받침할 인프라와 제도 지원이 확고하지 않으면 계획은 현실화하기 어렵다.

일본의 목표 시점은 2040년이다. 중국이 ‘제조 2025’를 통해 제조 강국으로 도약한 데 이어 일본은 ‘성장전략 2040’에 국력을 총동원하고 있다. 한국도 속도전을 내세워 이재명 정부 임기 내 반도체 클러스터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주 52시간 규제 등 제도 개선 없이는 목표 달성이 쉽지 않다. 희토류와 반도체, AI와 양자기술을 누가 선점하느냐가 국력을 결정하는 시대다. 중국에 이어 일본까지 국가 전략을 다시 쓰고 있다. 이제 한국도 경제안보를 국가 전략의 중심에 놓고 생존 전략을 다시 써야 한다.

저작권 보호를 위해 본문의 일부만 표시됩니다.

원문 보기 →

댓글 (0)

0 / 1000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엔화의 다른 소식

엔화
엔화
4시간 전
아시아 통화 동반 약세…1997년과 묘하게 닮아간다
엔화
엔화
5시간 전
[사설] 물가 치솟고 환율 1555원… 돈 풀기 멈추고 통화 스와프를
엔화
엔화
6시간 전
美 고용 둔화에 뉴욕증시 상승…연준 금리인상 전망 후퇴(종합)
엔화
엔화
7시간 전
“한국 너무 좋아요” 외쳤던 일본인 관광객, 올여름 발길 끊길 수도…왜?
엔화
엔화
8시간 전
엔화 약해지면 원화도?‥강달러 앞에 같이 약해진 한일 화폐
엔화
엔화
9시간 전
역대급 엔저에 북적이는데…정작 일본인은 "해외여행 부담"
엔화
엔화
10시간 전
"한국 가고 싶어요" 외치던 日…"안 갈래요" 돌변한 까닭
엔화
엔화
11시간 전
역대급 엔저에 해외관광객 몰리지만…일본인은 고비용 해외행 '주저'
엔화
엔화
15시간 전
달러 강세·엔화 약세 지속
엔화
엔화
17시간 전
‘코스피 급락’ 외인 매도에 환율 1550원대 지속…개입 경계 고조
모든 소식을 불러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