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고발부터 즉시 퇴장까지…축구장 혐오와 싸워온 ‘스포츠 정신’
2026.07.02 18:42
지난달 21일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D조 2차전. 파라과이의 미겔 알미론은 튀르키예 선수들과 몸싸움을 벌이던 중 입을 가린 채 말했다는 이유로 즉각 퇴장당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이번 월드컵부터 선수들이 손이나 유니폼으로 입을 가리고 말하는 행위를 전면 금지했기 때문이다. 중계카메라를 피해 상대 선수나 심판에게 인종차별 등 혐오적 발언을 내뱉는 꼼수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다.
스포츠계의 고질적인 병폐였던 혐오와 차별을 근절하기 위해 최근 수년 사이 제도와 처벌은 대폭 강화돼 왔다. 여러 인종과 국적의 선수가 한데 섞여 뛰는 유럽 축구 빅리그의 경우, 문제 관중에게 즉각적인 경기장 추방과 시즌권 박탈, 영구 출입 금지 조치를 내리는 것은 물론 형사고발까지 서슴지 않는다.
실제로 2024년 스페인 법원은 레알 마드리드의 비니시우스 주니오르에게 인종차별을 한 축구팬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그동안 벌금형에 그쳤던 관행을 벗어난 이례적인 중형이다. 비니시우스는 당시 “인종차별 유죄가 나온 것은 나를 위한 게 아닌 모든 흑인을 위한 것”이라며 “우리의 고통을 더 많이 알리고 바꿔나가야 한다”고 했다.
브라질 출신으로 오랫동안 인종차별 문제로 힘들었던 비니시우스는 2023년 눈물의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는데, 이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피해 영상을 모아 공개하는 등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피파와 각국 축구협회도 규정의 칼날을 매섭게 갈았다. 과거에는 구단의 사과 정도로 유야무야 넘어갔지만, 이제는 출전 정지 같은 중징계가 기본이다. 피파는 2024년 황희찬(울버햄프턴)에게 인종차별적 발언을 한 마르코 쿠르토(당시 체세나)에게 10경기 출장 정지라는 강력한 제재를 내렸다. 아울러 선수가 주심에게 ‘X'자 수신호를 보내면 경기 일시 중단부터 경기 몰수까지 가할 수 있는 ‘인종차별 대응 3단계 프로토콜'을 2024년 도입했으며, 이번 월드컵에서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온라인 악성 댓글 차단에도 나섰다.
제도적 고삐를 죄고 있음에도 차별과 혐오가 뿌리 뽑히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축구계 차별 반대 운동 단체인 ‘킥잇아웃’(Kick It Out)의 보고서에 따르면, 잉글랜드 축구에서 2024~2025시즌에 접수된 차별 신고는 총 1398건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이는 직전 시즌(1332건)보다 늘어난 수치다. 다문화·다인종이 모이는 스포츠의 특수성에 이주민과 난민에 대한 사회적 거부감이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더욱이 이러한 차별이 프로 무대를 넘어 유소년 축구로,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공간으로까지 무차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은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든 요인이다.
그럼에도 변화의 가능성은 분명하다. 스포츠 내 차별을 바라보는 대중의 인식이 달라졌고, 각국 축구협회도 적극적인 연대와 법적 대응으로 선수 보호에 발 벗고 나섰기 때문이다. 네덜란드와 독일 축구협회는 이번 월드컵 32강전 승부차기에서 실축한 자국 선수들을 향해 쏟아진 온라인 인종차별 폭언에 대해 즉각적인 형사 고소와 법적 대응 방침을 천명했다. 한국과 체코전에서 인종차별적 행동을 한 멕시코 관중이 거센 비판 속에 공개 사과를 한 사례 역시, 잘못된 행동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른다는 사회적 자정 작용이 시작되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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