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황 칼럼] 당권 투쟁 과열의 이면
2026.07.02 18:01
민주당 내 세력 재편의 뇌관이 될 수도
이 대통령의 실질적인 간여 위태로워
익히 알려진 바대로 친문재인계와 친이재명계 반목의 뿌리는 깊다. 더불어민주당 비주류인 성남시장 이재명은 19대 대선의 당내 경선 당시 유력 후보인 문재인의 대세론에 공세적인 캠페인을 벌였다. 도전자답게 강한 인상을 남겼지만 친문 쪽에선 선을 넘은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이듬해 벌어진 지방선거 경기지사 경선에선 친문계 전해철과의 경쟁에서 친문을 비방하는 ‘혜경궁 김씨’ 트위터 사건이 터져 고소전까지 가는 등 대립의 골이 깊어졌다. 경기지사 시절의 쌍방울 대북송금 역시 문 정부 도움을 받지 못한 채 독자적으로 방북을 추진하다 사달이 난 경우다. 갈등이 폭발 직전에 이른 건 ‘비명횡사 친명횡재’로 회자되는 민주당의 22대 총선 공천 파동이다. 임종석 노영민 전해철 박용진을 비롯한 친문과 비명계 핵심 인사가 경선 룰 변경 등으로 줄줄이 낙천됐다. 거센 잡음에도 이재명 당시 대표는 정권심판론에 힘입은 총선 압승으로 당내 세력재편과 함께 일극 체제를 구축했고, 대권 발판을 마련했다.
10년 대립과 앙금의 역사는 지금의 민주당 당권 경쟁이 왜 과열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는 연결고리다. 뉴이재명과 친노·친문으로 갈리고, 외곽의 스피커들이 노선 갈등을 부추기는 분위기는 경쟁을 넘어 세력 간 전쟁에 가깝다. 집권 2년차에 어느 정부에서도 보기 힘든 장면이다.
이 마당에 이 대통령의 실질적인 간여는 적절성 여부와 무관하게 안정적 당청관계와 ‘계파 전쟁’ 성격상 불가피해 보이기도 한다. 대통령은 지난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 결과를 놓고 선거를 이끌었던 정청래 전 대표를 사실상 비토했다. 전국적인 압승에도 서울 등 져서는 안 될 곳에서 패한 터라 며칠 잠을 설쳤다고 했고, 성공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러한 규정으로 정청래 대표 연임불가론이 당내 친명계에서 불붙은 건 당연지사다.
연임 출마를 위한 정청래의 퇴임사는 겉으론 대통령에 대한 충성맹세 같지만 각을 세웠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대통령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은 자기밖에 없다거나, 의리를 강조했지만 '명청 갈등'을 분명히 드러낸다. 이재명 정부가 중도실용을 내세우지만 오로지 개혁이라고 했고, 멈출 수 없다고 한다. ‘내 스타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보완수사권 유지 여부를 둘러싼 대통령과 정청래의 결이 다른 얘기는 그 단적인 예다. ‘모두의 대통령’ 중도실용의 외연확장이라는 이 대통령의 인식과 선명성을 앞세우는 정청래의 이격이 두드러진다. 지지층을 구분한 ABC론에 이어 "증축하랬더니 재건축을 하고 있다"는 유시민의 이재명 정부 비판은 노선 싸움에 기름을 부었다. 적통이나 과거 행적을 끄집어내는 '파묘', 세력의 핵심 인사에 대한 멸칭과 비하는 앞으로 전개될 권력 투쟁의 가벼운 맛보기에 불과하지 싶다.
당권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복잡다단한 갈등 배경은 결국 2028년 23대 총선 공천권과 2년 뒤 대선 구도에 있을 것이다. 가치나 노선으로 포장돼 있지만 '거대한 이권'은 사활을 건 세력 전쟁의 앞날을 예고한다.
이런 점에 비춰 이 대통령 초청에 따라 지난 1일 이뤄진 문재인 전 대통령과의 '비빔밥' 회동은 당권주자들의 화답과 달리 완충 작용을 하기 어려울 것이다. 친명계인 김민석 전 총리의 국회 복귀와 함께 당권 레이스가 본격화하면 대립의 골은 더 깊어질 게 불문가지다. 800조 원 반도체 조성에 대해 "호남에 대한 보상"이라는 말은 다층적이지만 대통령의 당권 의중 또한 물씬 풍긴다. 정치에선 무슨 일이든 벌어질 수 있다. 8월 전당대회가 권력투쟁의 격화로 인한 내부 분열과 함께 자칫 당청관계에서 국정 운영의 불안정을 키우는 뇌관이 될까 걱정스럽다. 이 대통령의 참전이 위태로워 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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