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식 "인간의 민낯 까발린 작품, 연기 아니라 연주했죠"
2026.07.02 16:33
"이 작품 선택해 행복…중요한 건 만족과 진정성"
"최현욱 연기에 깜짝 놀라…요즘 후배들 쫄지 않고 유연해"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장진리 기자 = 배우 최민식(64)이 주연한 넷플릭스 '맨 끝줄 소년'은 그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영화 '올드보이'를 떠올리게 한다.
'올드보이'에서 생각 없는 한 마디에 혀가 잘린 남자였던 그는 '맨 끝줄 소년'에선 무심코 던진 말에 인생이 송두리째 파국으로 치닫는 중년의 지식인이다.
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난 최민식은 "두 작품 모두 구업에 대한 얘기"라며 "'혀까지 잘렸는데 정신 못 차리고 입을 잘못 놀리다 이번엔 인생이 망하는구나'라던 리뷰를 봤다"고 웃음 지었다.
'말이 불러온 화'라는 설정과 관련해 "한국적 요소"라고 설명한 그는 "원작이나 원작을 영화화한 프랑수아 오종 감독의 '인 더 하우스'는 관음적 요소, 예술의 경계에 주안점을 뒀다면 우린 한국적 스릴러와 서스펜스를 담았다"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맨 끝줄 소년'은 스페인 극작가 후안 마요르가가 쓴 동명의 희곡을 원작으로, 실패한 작가이자 국문학과 교수인 허문오(최민식 분)가 강의실 맨 끝줄에 앉는 학생 이강(최현욱)의 천재성을 발견하고 그의 글에 집착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허문오는 이강을 만나 가슴 안에 똬리를 튼 질투, 열패감을 꺼낸다. 이강이 쓴 글이 자신이 일방적으로 미워하고 동경한 대학 동기이자, 자신의 첫사랑과 결혼한 김수훈(허준호)에 대한 내용이라는 사실을 안 그는 이 글을 사적 복수의 도구로 사용하려다 파멸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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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문오의 인생을 살며 "답답하고 심란했다"는 최민식은 "인간이 왜 그러냐, 너무 모자란다"고 한숨을 쉬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꺼내보고 싶지 않은 걸 꺼내본 느낌이랄까. 허문오를 통해 열등감, 패배 의식, 질투같이 인간의 발가벗은 민낯, 추접스럽기까지 한 본능을 까발려서 보여준 작품"이라며 "그래서 좋았다"고 했다.
이 작품에서 최민식과 앙상블을 이룬 상대는 40살 어린 배우 최현욱(24)이다. 작품 속에서 허문오를 마음껏 휘두르는 소년 이강이었던 최현욱을 떠올리며 최민식은 "깜짝 놀랐다"고 혀를 내둘렀다.
"촬영하며 아주 흡족했어요. 얘 연기만 잘 쫓아가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젊은 친군데 '이야, 내가 저 나이 때 저렇게 연기를 했었나?' 돌아보게 했어요. 앞으로 차근차근 다양한 작품과 캐릭터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천만 영화 '파묘'에선 김고은·이도현, 개봉을 앞둔 영화 '인턴'에선 한소희 등의 후배들과 시너지를 만들었다.
후배들과 협업이 "너무 신선한 자극이었다"는 그는 "동시에 세대 차이가 진짜 있다는 것을 느꼈다. 쫄지 않는다. 우린 예전에 선배들의 기에 눌렸는데, 그들은 너무 유연하다"며 "자기 자신을 거리낌 없이 표현하고, 자신감이 넘치는 게 얼마나 좋으냐"고 말했다.
최민식은 '맨 끝줄 소년'이 '연기'가 아닌 '연주'를 하는 기분이었다고 돌아봤다. 문학적 향취가 가득 묻어있는 대사가 그에겐 마치 음표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는 "글이 너무 좋았다. '이런 악기를 써야 한다'고 나와 있어 난 그것대로 연주만 하면 되겠다는 마음이었다"며 "근사한 교향곡이 하나 나오겠다 싶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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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끝줄 소년' 속 허문오는 여전히 출석부를 들고 다니며 학생들의 이름을 부른다. 게다가 매사 까칠하고 독선적인 태도로 학생들에게 '꼰대'라 불리기 일쑤다.
그러나 실제 최민식은 다른 모습이다. 2024년 영화 '파묘' 개봉 당시엔 그가 환갑이 넘은 나이에도 귀여운 캐릭터 머리띠를 하고 화끈하게 팬서비스하는 모습이 화제가 됐다.
그는 "'형이 그러면 우리도 해야 하잖아', '노인네 왜 쓸데없는 짓을 하냐'고 욕도 많이 먹었다"면서도 "해적 모자를 쓰고 관객과 사진을 찍을 땐 이게 뭔가 싶었는데, 찍은 것을 보니 웃기더라. 솔직히 신이 났다. (관객이) 좋아하면 됐다"고 호탕하게 말했다.
"좋으면 된다"는 지론은 작품 선택에서도 마찬가지다. 흥행에 대한 기대보다는 스스로 만족할 작품을 선택하고 있다는 그는 같은 관점에서 선택한 '맨 끝줄 소년' 덕에 즐거웠다고 했다.
"나이를 먹으며 '좋은 작품을 몇 작품이나 더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대중의 눈치를 안 볼 순 없지만 대중의 눈치만 보다 보면 허문오처럼 돼요. 내가 이 작업을 통해 행복해질 수 있어야 하는데, 전 '맨 끝줄 소년'을 선택해서 참 행복합니다. 천만 영화도 해보고, 바닥을 친 영화도 해봤지만, 제일 중요한 건 제 만족과 진정성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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