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새 9% 14% 급락 ‘삼전닉스’···AI 거품론 vs 실적 자신감
2026.07.02 16:58
지난달 반도체 수출이 사상 처음 400억달러를 돌파하며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지만, 정작 이 호황을 이끈 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가는 2일 급락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하루 9%, SK하이닉스는 14% 넘게 폭락했다. 시장에선 ‘반도체 수요가 정점을 찍었다’는 피크아웃 우려와 AI 거품론이 터져나왔다. 반면 일시적인 조정일 뿐 국내 반도체 산업의 기초체력은 견고하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결국 외국인 등 ‘큰손’들의 수급 동향과 이달 예정된 실적 발표 등이 하반기 반도체 주가 방향성을 가를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 주가는 이날 9.06% 내린 28만6000원에, SK하이닉스는 14.57% 떨어진 218만7000원에 마감했다. 두 대형 반도체 종목 모두 일시에 급락했다. 이때문에 코스피 지수는 전날 대비 655.32포인트(7.89%) 내려 7648.09에 급락했다. 8000선이 무너진 것이다.
메모리 반도체 판매는 분명 좋았다. 산업통상부의 지난 1일 발표에 따르면 6월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99.5% 증가한 448억2000만달러로 사상 처음 400억달러를 넘어섰다. D램 고정가격 반등과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가치 메모리 수요 호조가 겹친 결과다.
증시에선 그러나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정점을 찍고 내려올 것이라는 ‘피크아웃’ 우려가 강하게 덮쳤다. 6월 기준 D램의 1㎏당 수출 단가는 전월 대비 4% 하락한 7만4687달러,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단가는 5% 떨어진 2만1131달러로 집계됐다. 이에 더해 애플이 메모리 가격 상승을 이유로 주요 제품 가격을 인상하겠다고 밝힌 점 또한 소비자 수요 위축 우려로 이어지며 악재로 작용했다.
두 회사의 ‘큰 손’인 미국 하이퍼스케일러(데이터센터 운영사)들의 지출 축소 전망은 특히 이날 주가 급락에 큰 영향을 미쳤다. 메타가 1일(현지시간) 잉여 AI 컴퓨팅 자원을 활용해 클라우드 사업에 진출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AI칩 등에 큰돈을 써온 빅테크들이 사실 과잉투자 문제에 시달리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번진 것이다. AI거품론이 재차 불거진 것이다.
반로도 만만치 않다. 일단 수출단가 하락은 그동안 메모리 가격 폭등에 따른 자연스러운 조정으로, 산업 전반의 피크아웃으로 보기에는 시기상조라는 반론이 제기된다.
메타의 발표 역시 지난해 ‘딥 시크’와 올해 초 ‘터보 퀀트’ 이슈에 이은 ‘소음’ 정도로, AI거품론까지 연결시키는 건 과잉 반응이라는 의견도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메타는 이미 상반기부터 클라우드 사업을 예고해왔다. 새삼스러운 ‘투자 과잉’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무리”라며 “메모리 종목 주가가 역대급으로 폭등하면서 차익실현 욕구가 쌓여 있던 차에 메타 뉴스가 매도의 ‘명분’을 제공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메모리 기업들이 호황·불황이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사이클 산업’의 숙명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수익성을 담보하게 됐다는 낙관론도 제기된다. 최근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글로벌 빅테크와 3~5년 단위의 장기공급계약(LTA)을 확대하고 있다. 장기계약이 늘면 메모리 현물 가격이 하락해도 꾸준한 현금흐름을 만들 수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최근 폭락에도 국내 증권가가 낙관론 일색인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지난 사흘간 증권사들은 삼성전자 관련 “AI 투자, 멈추지 않는 질주(KB증권)” “사이클은 길어진다(상상인증권)” “펀더멘털이 너무 좋다(한화투자증권)” 등 장밋빛 보고서를 쏟아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상무는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이슈가 지속해서 나오는 만큼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다”면서도 “시장은 반도체 기업의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여전히 높은 가격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오는 7일 삼성전자 2분기 잠정실적 발표, 10일 SK하이닉스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상장, 29일 SK하이닉스 실적 발표, 이달 말 미국 ‘매그니피센트7(M7)’ 실적 등이 향후 투자심리를 좌우할 주요 변수로 꼽힌다.
차익 실현하고 떠난 외국인 등이 다시 돌아올지도 주목된다. 외국인은 올 상반기 국내 증시에서 역대 최대 규모인 150조원어치를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한 달 동안만 52조7700억원을 순매도했다. 상반기 반도체 주가가 가파르게 오른 데 따른 차익실현과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자산 재조정), 원화 환율 변동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지난달 19일부터 9거래일 연속 외국인·기관의 순매도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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