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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출전정지’ 배재고 논란에 “상대 존중, 더그아웃 교육부터”

2026.07.02 11:40

지난달 29일 고교야구 전국대회에서 배재고 야구부 선수들이 상대팀인 광주제일고를 향해 지역 비하를 연상시키는 구호를 외쳐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 X 캡처
배재고와 광주제일고의 고교야구 경기 중 불거진 ‘5·18 희화화’ 논란을 계기로 학교 운동부의 교육, 응원 문화 등을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대회 6개월 출전정지 징계로 이어진 배재고 야구부의 논란에 대해 교육·체육계에서는 학생 선수들에게 조롱·혐오 대신 상대 존중부터 가르치는 ‘더그아웃 교육’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징계 수위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학생 선수들에 대한 ‘낙인찍기’를 경계하고 ‘교육적 해결’에 무게를 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기량’보다 먼저 배워야 할 ‘품격’
2일 교육·체육계에선 이번 사안을 학생 몇 명의 일탈로만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학생 선수들이 경기장 안에서 응원과 조롱·혐오 표현을 구분하도록 가르치는 것은 학교와 지도자의 책임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조상식 동국대 교육학과 교수는 “운동부 학생들의 교육이 등한시되는 것은 학원 스포츠의 고질적인 문제”라며 “이번 사건은 학생들이 극단적 정치 성향을 가진 어른들의 언어를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따라한 사례”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결국 학생 개인의 일탈만이 아니라, 학교와 지도자가 어떤 말은 응원이 아니라 조롱과 차별이 될 수 있는지 제대로 가르쳤는지 돌아봐야 할 사안”이라고 짚었다.

이번 사건 이후 서울시교육청은 서울 초·중·고 학교운동부에 공문을 보내 건전한 응원문화 조성과 혐오 이슈에 대한 학교별 자체 교육 강화를 요청했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도 “학생 선수들이 먼저 배워야 할 것은 기량이 아니라 품격”이라며 학교 운동부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규연 광주제일고등학교(광주일고) 교장(오른쪽)이 지난달 30일 서울 송파구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를 방문해 전국 고교야구대회 도중 발생한 상대팀 배재고등학교의 응원 구호 논란과 관련한 항의서한을 전달하고 있다. 연합뉴스

차별·혐오 표현, 엄격해지는 ‘레드카드’
국제 스포츠계에서도 차별·혐오 표현에 대한 대응이 엄격해지는 추세다. 최근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는 한국인 관중을 향해 이른바 ‘눈 찢기’ 제스처를 한 멕시코 남성이 인종차별 논란 끝에 자신이 맡고 있던 협회장직에서 물러났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그의 월드컵 티켓팅 계정도 차단했다. 2024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에서는 알바니아 공격수 미를린드 다쿠가 경기 뒤 확성기로 세르비아·북마케도니아 비하성 구호를 이끌었다가 2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다. 민족·역사 갈등이 얽힌 표현은 차별과 혐오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취지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도 이 사안을 스포츠공정위원회에 회부해 배재고 야구부에 전국대회 6개월 출전정지 징계를 내렸다. 징계는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2회전부터 적용된다. 지도자와 선수 개인에 대한 징계는 관련자 조사와 대상자 특정 등을 거쳐 별도로 심의한 상태다.

징계 수위에 “교육적 해결 우선” vs “학폭과 다름없는 사건”
징계 수위를 두고 교육계의 평가가 엇갈린다. 팀 전체를 대상으로 한 출전정지가 교육적 조치로 적절한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의 한 고교 운동부 지도교사는 “문제가 된 표현의 책임은 물어야 하지만, 가담 정도와 지도 책임을 가리지 않은 채 팀 전체의 출전 기회를 막는 방식은 과한 측면이 있다”며 “여론에 떠밀린 징계가 아니라, 누가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가르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한동훈 무소속 의원과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잘못된 행위지만 6개월 출전정지는 과도하다” “징벌적 낙인으로는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다”는 취지로 재고를 요구했다.

반면 문제가 된 표현이 단순한 응원·장난의 범위를 넘어섰다는 점에서 엄중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익명을 요청한 야구부 선수 출신 A씨(22)는 “고교 야구에서 상대 팀을 자극하거나 기를 꺾으려는 구호가 나오긴 하지만, 특정 지역이나 연고지를 직접 겨냥해 비하하는 건 매우 이례적이다. 통상적인 기싸움의 선을 넘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서울의 한 고교 교사는 “교실에서 특정 지역이나 역사적 사건을 조롱하는 발언이 반복됐다면 학교폭력으로 다뤄질만한 사안”이라며 “학교폭력이 (가해자의) 대입에도 영향 주는 흐름을 고려하면 이번 징계를 과하다고만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신상털기·근조화환…“낙인찍기 대신 교육적 해결을”
1일 서울 강동구 배재고 앞에 근조화환이 놓여 있다. 배재고 야구부 일부 학생 선수들은 지난달 29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광주제일고와 경기 중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 데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연합뉴스
징계와 별개로 미성년자인 학생 선수들의 신상을 유포하거나 학교나 학생 전체를 조롱하는 식의 ‘낙인 찍기’는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논란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배재고 야구부 명단이나 경기 사진이 유포됐고, 일부 누리꾼들은 선수들의 진로를 막아야 한다는 취지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배재고 정문 앞에는 학교와 야구부를 규탄하는 근조화환도 설치됐다. 서울의 한 고교 운동부 지도교사는 “문제가 된 발언은 짚고 넘어가야 하지만, 학생들을 조롱과 비난의 대상으로 세우는 방식으로는 교육적 해결이 어렵다”며 “학생들이 왜 그런 표현을 문제의식 없이 따라 했는지, 학교와 지도자가 어떤 교육을 놓쳤는지를 차분히 짚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SNS에 “협회의 6개월 출전정지 결정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면서도 “학생 개인에 대한 신상 공격이나 과도한 비난은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관내 전체 학교운동부를 대상으로 차별·혐오 표현 근절과 건전한 응원문화 조성을 위한 긴급 교육을 실시하고, 학교체육 현장의 인권교육과 역사교육 실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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