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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생포 포경꾼으로 환생한 처용

2026.07.02 14:23

■처용의 바다/강동수
처용의 바다/강동수


“할아버지는 포경꾼이었다. 할아버지의 아버지도 포경꾼이었다고 한다. 내 어릴 적 할아버지의 집은 장생포에 있었는데, 원래는 거기서 멀지 않은 개운포의 외황강 포구마을에 대대로 터를 잡고 살았다가 그곳에 커다란 공단이 생기면서 이주했다고 한다.”

<처용의 바다>는 증조부 김처용과 조부 김수복이 겪은 삶의 내력을 88둥이인 ‘나’가 풀어놓는 방식의 장편소설이다. 위로 3대니 이야기는 대략 100년쯤부터 시작된다. 장소는 울산 장생포와 개운포 일대. 그런데 작가의 생각은 고작 100년에 머무르지 않는다. 신라 진흥왕 때부터 임진왜란, 일제강점기를 거쳐 현재까지 1500년을 누빈다. 공간 이동은 대양을 넘나드는 고래의 유영을 상상하게 한다. 울산을 기점으로 중국 상하이를 거쳐 영국 런던과 노르웨이 항구도시 산데피요르드까지 이어지더니 급기야 남극의 유빙 속으로도 내달린다.

처용설화를 재해석한 작품답게 소설엔 두 명의 처용이 등장한다. 설화 속 인물인 처용과 창작 인물인 포경꾼 김처용. 그리고 신라 갈문왕이었던 사부지, 조선 수군 끝량을 더해 네 명이 주인공이다. 이들은 네 차례 윤회를 통해 다시 태어나는데, 수백 년을 오가는 과정이 자연스럽다. 작은 실타래 넷이 교직해 하나의 큰 뭉치가 되는 것처럼.

<처용의 바다>는 울산 남구가 제정한 외황강문학상 1회 수상작이다. 박덕규 심사위원장은 ‘아름답고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라고 했다. 독자를 끌어들이는 재미도 뛰어나다. 역사소설을 즐기지 않는 기자지만, 저녁 식사 후 잠깐(코너 이름처럼) 읽으려다 밤을 새우다시피 했다. 강동수 지음/은행나무/348쪽/1만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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