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일자리 늘린다는 금리 판단 수장의 확신 [트럼프 스톡커]
2026.07.02 10:11
“인플레 위험은 줄었지만 물가는 너무 높아”
케빈 워시 첫 외부 발언...7월 금리엔 말 아껴
“AI가 일자리 더 만들 것”...노동시장 안정론
‘선제 안내’ 폐지 거듭 강조...양적긴축 의지도
트럼프 압박에도 선 그어...시장, 매파적 해석
케빈 워시 첫 외부 발언에 증시 부담...7월 금리 인상 여부엔 말 돌려
이날 뉴욕 증시 하락의 직접적인 원인은 반도체 관련주에 대한 투자심리 위축이었지만, 워시 의장의 첫 외부 공개 발언도 간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워시 의장은 1일(현지 시간) 포르투갈 신트라에서 열린 유럽중앙은행(ECB) 주최 연례 정책 포럼에서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 앤드루 베일리 영란은행(BOE) 총재, 티프 매클럼 캐나다중앙은행(BOC) 총재와 함께 패널 토론자로 나서서 연준의 미래에 대해 설명했다.
워시 의장은 먼저 자신이 처음 주재한 지난달 16~17일 FOMC 회의에서 폐지된 포워드 가이던스(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사전 예고 지침)를 거론했다. 워시 의장은 “저번 기자회견에서 ‘6주 후에 회의가 있으니 포워드 가이던스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새로 알려줄 내용이 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도 사회자가 곧바로 “7월 회의에 금리 인상이 논의 대상에 올라와 있느냐”며 단도직입적으로 묻자, 워시 의장은 “내가 (포워드 가이던스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규칙을 깨도록 유도하고 있지만 실패할 것”이라고 말을 돌렸다. 워시 의장은 이어 “우리가 받은 많은 데이터가 있다”며 “우리가 4주 뒤에 만났을 때 훌륭한 가족 싸움(내부 토론)을 하기를 바라고 회의실 문을 닫으면 좋은 토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포워드 가이던스 폐지 방침이 계속되리라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이다.
워시 의장은 또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에너지 가격 상승의 결과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이었느냐”는 사회자의 물음에는 다소 불명확한 답변으로 넘겼다. 그러면서 “만약 우리가 생산성, 데이터, 새 인플레이션 프레임워크(기본 틀)에 대해 진전을 이룬다면, 우리 모두가 이들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통화정책은 경제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파급된 뒤 다시 돌아오기에 우리 모두 일련의 충격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워시 의장은 나아가 “미국에서는 AI 충격이 자본지출의 열풍(붐)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우리는 수요 측면에서 이를 가장 먼저 확인하고 있지만, 어느 시점에서는 공급 측면에서도 보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사회자가 이에 “AI 자본지출 열풍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느냐”고 다시 한번 유도 질문을 던지자 워시 의장은 “단기적으로는 수요 측면에서 관찰할 수 있지만, 그것이 인플레이션인지 판단하는 것은 중앙은행의 몫”이라며 “나는 그것이 더 광범위한 상품들로 파고드는지 묻는 것일 뿐 새로 알릴 소식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내가 주목하는 또 다른 부분은 AI 붐이 국가 간에 약간의 차이를 보여준다는 점”이라며 “미국에서 AI 붐이 시작돼 지금까지 매우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데, 기업들이 과거에 이윤을 창출하지 못해 자사주를 매입하고 금융공학을 남용하던 시절보다는 막대한 자본을 지출하는 지금이 낫다고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AI가 일자리 더 만들 것...인플레이션 위험은 줄었지만 물가는 여전히 너무 높아”
워시 의장은 AI 발전에 따른 노동시장의 미래에 대해서도 낙관론을 펼쳤다. 워시 의장은 ‘노동 총량의 오류’라고 경제학 용어를 언급하며 “인터넷이 우버 기사와 같은 일자리를 150만 개나 창출할 줄 누가 알았겠느냐”며 “우리는 정책과 경제 전반의 거대한 패러다임이 전환하는 AI 혁명의 초기에 있고 나는 일자리 창출이 더 강력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역설했다. 노동 총량의 오류는 사회 전체의 일자리 총량이 고정돼 있다고 믿는 경제학적 착각을 뜻한다.
워시 의장은 연준이 고용과 물가 안정 모두에서 결과를 내야 한다면서도 6월 FOMC 회의에서 “노동시장이 안정적”이라고 말한 부분을 부각했다. 워시 의장은 “우리는 경제의 수요 측면이 견고하다고 하면서 자본지출과 생산성 공급 측면도 강력하다고 말했다”며 “우리는 AI의 결실을 보기 전이고 물가 안정 업무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고용과 물가라는 연준의 이중 책무 가운데 현재는 인플레이션 안정 쪽에 방점을 더 두고 있다는 의미였다. 워시 의장은 “지난 이틀 동안 AI의 생산성에 대한 열린 생각들을 들었지만 주변을 둘러본 뒤 물가가 너무 높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물가 안정을 실현하겠다는 생각은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워시 의장은 그러면서도 사회자가 “시장이 6월 첫 기자회견을 매파적이라고 해석한 게 맞았다는 얘기냐”고 묻자 다소 얼버무렸다. 워시 의장은 “기대 인플레이션과 위험은 최근 4주 동안 내려갔다”면서도 “연준이 2%를 웃도는 인플레이션에 안주할 것으로 가계나 기업, 금융시장이 예상한다면 아마 실망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연준이 서약한 일이고 목표로 삼은 일인 만큼 미국에서 물가 안정을 이룰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과 이란이 최근 종전 협상에 돌입하면서 국제 유가가 회복되고 물가도 진정될 조짐을 보이는 상황을 거론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소비자물가지수(CPI), 생산자물가지수(PPI), 개인소비지출(PCE) 등 각종 물가지표는 여전히 예외 없이 연준 목표치인 2%를 웃돌고 있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지표를 보면 변동성이 큰 식품·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물가지수들도 2%를 넘고 있다.
트럼프 ‘금리 인하’ 압박에는 선 그어...대차대조표 축소 의지는 재차 다져
워시 의장은 “다음주쯤 누가 외부 전문가가 될지 알릴 수 있을 텐데 경제학자, 실무자, 경험이 풍부한 사람들을 포함해 최고의 인재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상황을 명확히 보기 위해 미국 외 지역 출신 인사도 포함된다”고 소개했다. 워시 의장은 “점도표에 대해서도 말할 줄 알았다”는 사회자의 지적에는 “짧은 기간 동안은 여전히 점도표가 존재하겠지만, 그에 대한 TF도 있으니 나중에 다시 논의할 것”이라고 알렸다.
워시 의장은 “4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엔·달러 환율은 괜찮은 것이냐”는 사회자 물음에는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의 건강을 기원한다”며 “내가 엔화 정책이라는 너무 깊은 영역까지 관여할 것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반문했다. 미국의 경제 현황에 대해서는 “기업이 사업을 하는 방식, 가계가 고용과 인플레이션에 관해 생각하는 방식에 극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기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19의 충격을 제외하면 아마도 지금이 우리 평생에 걸쳐 경제에 가장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시기일 것”이라며 “잠재성장률이 상승 추세에 있고 노동시장은 비교적 평탄하지만 적어도 미국에는 엄청난 기회의 시기”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낙관론을 제기하는 것이냐는 사회자의 반복된 유도 질문에 “포워드 가이던스는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6조 7000억 달러(약 1경 400조 원) 규모의 연준 대차대조표에 대해서는 “내가 연준 이사직을 떠났던 2011년부터 지금까지 연준의 대차대조표가 더 작아아지길 원했다는 것은 비밀이 아니다”라며 “거대한 대차대조표를 갖기 까지 18년이 걸렸는데 규모를 줄이는 데는 18주가 훨씬 넘게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연준은 지난해 12월 1일부터 보유자산을 줄이는 대차대조표 축소를 종료한 바 있다.
고물가를 걱정한 워시 의장의 이날 발언은 적어도 그가 단기적으로 금리 인하를 추진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시장에 심어준 것으로 보인다. 워시 의장이 예고한 대로 금리 동결과 인상 사이에서 당장 이달 FOMC 회의 때부터 위원들의 갑론을박이 치열하게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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