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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AI를 보는 거시적 관점

2026.07.01 20:10

| 이호승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최근 만난 교수의 작업 흐름도에는 세 개의 AI 에이전트가 움직이고 있었다. 젠슨 황은 엔비디아가 10년 내 직원당 100개의 AI 에이전트를 운영하는 조직이 될 거라고 했다(GTC 2026). AI의 흐름이 에이전트로 옮겨가고 있다. AI 전문가가 아니지만, AI가 경제와 시장, 사회에 미칠 영향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우리 미래가 이 혁명적 기술과의 관계 속에서 상당 부분 결정될 것 같다.

첫째, 한국은 어떤 위치에 있는가. 이란전쟁으로 세계가 성장률 하락을 겪고 있지만, 한국은 올해 성장률이 3% 수준까지 상향 조정되었다. 코스피 8000이 1년 만에 가능하다고 생각한 사람은 없었다. AI라는 주제 없이는 이 현상을 설명할 수 없다. 한국은 AI의 거대한 물결에 올라타서, 핵심 하드웨어인 반도체와 발전·송배전 기기의 특수를 누린다. 조선, 방산, 원자력, 배터리 등 제조 능력과 소프트 파워가 힘을 보탠다.

오픈AI, 구글, 앤트로픽이 주축인 거대언어모델 간 경쟁은 목숨을 건 싸움이다. 미·중 간 기술패권 경쟁도 치열하다. AI 선도모델 경쟁에서 누군가 파산할 수 있고 고금리나 규제로 붐이 잦아들 수도 있다. 하지만 AI의 성능과 파급력은 의문의 여지가 없는 단계로 가고 있다. 거스를 수 없는 기술혁명의 물결이다. AI 모델 중 누가 최종 승자가 되든 한국은 그의 베스트 파트너가 되는 전략적 입지를 점하고 있다.

둘째, 소버린 AI는 필요한가. 거대모델 경쟁의 선두에는 돈, 인재, 학습데이터를 갖춘 미국 기업들이 있다. 중국과 유럽이 오픈소스, 기업 간 연합, 슈퍼컴 등 비용 절감형으로 가는 것은 그 세 가지의 부족 때문이다. 특정 국가만의 AI 모델이 지속되기 어려움에도 많은 나라가 독자 모델을 가지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유럽의 시각을 보자. 유럽은 미국의 디지털 식민지가 되었다고 자책한다. 인터넷 혁명 과정에서 미국 빅테크가 모바일 서비스, 검색엔진, 이커머스, 동영상 플랫폼을 장악해 버렸다. AI 시대에 또 식민지가 될 수 없다는 생각을 가진다. AI가 학습, 추론하는 바탕은 인간이 만든 데이터와 지식의 축적물이다. 소수 미국 기업이 독점력을 가지게 되면 정당한 대가를 치를까. AI 사용료를 얼마나 요구할지도 알 수 없다. 대안 없이 협상력도 없다. 클로드 최신 모델(Fable, Mythos)에 대한 미 정부의 접근 통제는, 기술을 독점한 나라가 동맹국에 취할 수 있는 행동을 예시한다.

규모가 중요하고 승자독식이 강한 AI에 대한 걱정은 한국도 같다. 소버린 AI는 데이터와 지적 생산물의 주권, 경제와 안보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수단이 된다. 스탠퍼드대 ‘2026 AI 인덱스’의 ‘주목할 만한 AI 모델’에 한국의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이 8개 포함된 것은 소버린 AI에서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셋째, AI가 가져올 경제·사회적 충격을 어떻게 할까. AI는 우리 생활에 깊이 들어와 있고 위험 요소를 안고 있다. AI가 일과 공부와 마음가짐, 회사와 국가의 운영, 민주주의까지 바꾸게 될 것이다. 돈·권력의 집중이 심해지고 성과 격차도 더 벌어질 것이다. 이제 시작이다. 그렇다고 이미 형성된 AI 혁명의 흐름에서 빠지겠다고 할 수도 없다. 한국만 별도 규제를 만들거나 일시 멈출 수 없다. 선택할 수 없다면 흐름에 올라타서 남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현실적이다.

보완장치를 강구하는 데에도 유능해야 한다. 아니면 이 거대한 변화를 감당할 수 없고 도중에 좌초할 것이다. 선례도 찾기 어렵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성과급 논란은 다가올 혁명적 변화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함을 알려줬다.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과 유연안정성 모델, 데이터연대기금과 보편기본소득, 국부펀드, 미래대응기금, 나아가 AI 기업에 대한 준국유화(트럼프)까지 다양한 주장이 있다. 전략기술 분야에서의 중국식 국가주도 방식이 미국에서 원용되는 모습은 흥미롭다. AI가 전략적으로 너무나 중요하니 시장에만 맡겨놓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외부 충격에 대한 첫 방어막은 국가재정이다. 한국은 AI가 가져온 세수 슈퍼사이클을 맞고 있다. 인구·성장·지역 문제를 해결하고, 사회보장을 강화해야 하는 때에 AI라는 흐름 속으로 들어온 것이다. 그간 일본식 잃어버린 30년을 피하려고 했다면, 이제 한국식 재도약의 30년을 시도할 수 있게 되었다. K-컬처, K-자본시장에 이어 K-AI 시대를 열 수 있을까. 명과 암이 함께 커진 새로운 길이 다가오고 있다.
이호승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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