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소비] ② 입장 다르면 반공·혐중몰이…참정권 시위도 덮쳐
2026.07.02 09:00
투표용지 부족과 연관성 없는데…중국어만 들려도 "정말 싫어"
(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시작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일대 '개표소 봉쇄 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17일 참가자들이 게이트 앞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6.6.17 ksm7976@yna.co.kr
(서울=연합뉴스) 전재훈 윤민혁 정지수 기자 = 중국어로 전화 통화를 하는 여성에게 느닷없이 "짱깨가 정말 싫다", "다 쫓아내야 한다"는 혐오 발언이 날아들었다.
지난 주말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분노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시위를 이어가는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인근 카페에서 벌어진 일이다.
현재까지 이번 사태와 중국의 연관성은 전무하다.
그러나 시위 초반 진영 논리를 배제하고 '참정권 침해'를 구심점으로 삼던 시위 현장에 다양한 배경을 가진 시민들이 모여들면서 혐오가 난무하기 시작했다.
다중이 모인 현장에 혐오 조장 세력이 고개를 든 것이다.
현장 경찰관들을 향해서도 아무런 근거 없이 "중국 공안이냐"고 조롱을 일삼는 중·장년층 참가자들이 다수 목격됐다.
혐오의 타깃은 중국인에 한정되지 않는다. 같은 한국인이라도 자신과 정치적 지향점이 다르다고 판단이 되면 순식간에 '편 가르기'가 시작된다.
최근에는 함께 핸드볼경기장 게이트를 지키던 청년과 중년 시위 참가자가 서로를 폭행 등 혐의로 고소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봉쇄한 게이트에 태극기를 붙이는 일을 두고 입장차가 생긴 건데, 참가자들은 서로를 향해 "멸공", "공산당 아웃", "빨갱이", "간첩" 등 고성을 쏟아냈다.
두 장면은 과거 일간베스트(일베)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주로 소비되던 혐오 표현이 오프라인 공간에서도 세대를 가리지 않고 분출되는 현실을 보여준다.
이번 사태와 관계없는 '성조기'를 자제하고 태극기만 들자는 젊은 세대 참가자들을 향해 '대진연'(한국대학생진보연합)이라고 몰아세우는 일도 부지기수다.
한때 시위 현장을 찾았던 30대 남성은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시작된 시위에서 왜 중국 이야기가 나오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서울=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28일 6·3 지방선거 잠실 개표소로 사용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주변에서 시위 참가자가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가면을 쓰고 이동하고 있다. 2026.6.28 cityboy@yna.co.kr
일상화된 혐오는 시위의 무게중심도 옮겼다.
2일 서울시 실시간 도시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주말 오후 올림픽공원에는 앞선 주말보다 약 30% 줄어든 인원이 머무른 것으로 집계됐다.
시위 초반에는 20대가 가장 많았지만, 최근에는 60대가 선두를 차지했다.
일부 젊은 층 참가자는 홍대나 신촌 등으로 장소를 옮기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여러 배경을 가진 시민이 모여있는 시위 현장을 기회로 삼아 기존에 주창하던 혐오 정서를 자극하는 부류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종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부터 최근 지방선거까지 모든 과정에서 중국이 개입했다는 음모론은 계속 있어왔다"며 "이번 시위에도 기존에 만연하던 혐중 정서를 자극하는 이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해관계가 다른 사람들 다수가 모여서 섞이다 보니 선동이나 차별을 조장하는 혐오 표현이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굳이 일베에 한정 짓지 않아도, 특정 언어로 상대방을 조롱하거나 희화화하는 온라인 문화의 속성이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사람들이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는 만큼 그곳에 소속되고 인정받기 위해선 그러한 문법을 내면화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통제력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ez@yna.co.kr
저작권 보호를 위해 본문의 일부만 표시됩니다.
원문 보기 →댓글 (0)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투표의 다른 소식
모든 소식을 불러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