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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때문에 영화 찍지 말까 고민" 650만 원으로 결국 일낸 부부

2026.07.02 06:56

[인터뷰] 영화 <선희이모> 위은경·손광민 감독, <오조준> 강성준 감독
 영화 <선희이모>의 위은경(오른쪽), 손광민 감독.
ⓒ 이선필

국내 유일의 장르 단편영화제를 표방하는 제22회 미쟝센단편영화제가 지난 6월 23일, 5박 6일간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나홍진, 연상호, 윤종빈 감독 등을 발굴해 온 영화제의 명성답게 1667편의 영화가 문을 두드렸고, 이 중 44편이 경쟁작으로 선정돼 관객들과 만났다. 사회고발, 로맨스, 코미디, 액션, 그리고 공포 분야로 나뉜 영화들을 두고 심사위원장을 맡은 이병헌 감독은 폐막식에서 "안 그래도 투자받기 힘든데, 미래의 경쟁자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와 불편했다"는 재치있는 평을 남기기도 했다.

2017년까지 네 차례 배출됐던 대상 수상작은 올해도 나오지 않았지만, 부문별 최우수작과 배우상, 관객상, 촬영상의 주인공들이 환호를 받았다. 특히 <선희이모>는 관객상과 배우상, '고양이를 부탁해' 부문 최우수 작품상으로 3관왕에 올랐고, <오조준>은 '질투는 나의 힘' 부문 최우수 작품상과 배우상, <서를 담고>는 '인정사정 볼 것 없다' 부문 최우수 작품상과 촬영상으로 각각 2관왕을 차지했다.

수상작 상당수가 개인의 경험을 토대로 우리 사회 및 사회 구성원들의 이면을 다루고 있었다. 폐막식에서 수상자들은 공통으로 영화제 측에 감사의 말을 전하며, 자신들을 믿고 응원해 준 가족과 지인들에게 수상의 영광을 돌리는 모습이었다. 겸손해 보였지만, 자신이 택한 길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느껴졌다. 한국영화의 미래가 될 이들 가운데 <선희이모>의 위은경 감독과 손광민 감독, <오조준>의 강성준 감독을 지난 25일 서울 영등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돈 때문에 포기하려 했던 영화... "큰 동력 얻었다"

 영화 <선희이모>의 한 장면.
ⓒ 미쟝센단편영화제

위은경(1997년생), 손광민(1998년생) 감독은 2년 차 부부다. 둘 다 연기를 전공했고, 각자의 시나리오를 써왔다. 유년 시절 광주에 살던 이모와 함께 살았던 경험을 영화화하고 싶었던 위 감독은 사비 650만 원을 들여 <선희이모>를 완성했다. 그의 첫 연출작이다. 영화는 동물병원 미용사 선희(정호정)가 돌연 가출했다가 10년 만에 돌아온 조카 서연(위은경)과 유기견을 만나게 되며 벌어지는 일을 다뤘다.

위 감독 또한 유년 시절 다섯째 이모와 산 경험이 있다. 영화제 폐막 당시 "돈도 많이 들고, 영화를 찍지 말까 고민이 많았다. 옆에서 손 감독이 힘을 준 덕분"이라고 했던 위 감독은 "상을 떠나서 영화 자체를 완성했을 때 이미 너무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이모가 유기견을 키우고 계신다. 다른 사람은 무서워해도 그 강아지가 이모만 유독 따르더라. 그리고 제가 사는 동네(금천구) 동물병원 미용사가 계신데 항상 강아지를 보며 말을 걸고 웃어주더라. 왠지 이모 같았다. 그때 느낀 어떤 감정을 쓰고 싶었는데 영화로 만든다고 누가 봐줄까 고민이었던 것 같다. 손 감독이 같이 해보자고, 계속 힘을 줬다." (위은경 감독)

"위 감독의 얘길 듣자마자 이모에 대한 마음도 그렇고 감정적인 건드림이 있더라. 저 또한 유년 시절에 할머니 손에서 컸다. 영화제에서 상을 받는다는 걸 다 떠나서 무조건 좋은 영화가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이건 사랑에 관한 이야기라는 생각이다. 이 영화를 보신 분들에게도 아마 위 감독의 이모나, 제 할머니 같은 존재들이 있을 것이다. 그 존재들이 영화에서 살아 숨 쉬는 걸 시각적으로 꼭 보고 싶었다." (손광민 감독)

두 사람은 그 사랑의 정체를 "누군가를 품을 수 있는 마음"이라 표현했다. 영화 속 선희는 애지중지 키웠던 조카가 가출한 뒤 말없이 돌아온 것도 모자라, 갑자기 결혼 상대가 생겼다고 선언하는 데 야속함을 느끼면서도 저버리지 않는다. 위 감독은 "선희는 조카를 방치한 동생에 대한 분노도 있었을 테지만, 강아지를 돌보며 조카도 끝내 품는 데엔 보다 복잡한 마음이 작용했을 것"이라며 "아무나 가질 수 없는 그 마음의 그릇이 우리 사회에도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청소년기 때부터 영화를 좋아했고, 그 일부가 되고 싶어 연극영화과에 진학한 위 감독, 그리고 중학교 1학년 때 연기를 접한 뒤 마찬가지로 연영과를 택한 손 감독. 이들은 각자 방황의 시간을 거치면서도 끝까지 영화적 순간을 좇고 있었다. "감정 해소 창구로 연기를 하다가 직접 시나리오를 쓰면서 영화의 거대한 힘을 느꼈다"던 손 감독은 "영화 덕에 세상을 진정성 있게 바라보게 됐고, 그게 지금까지 버티는 이유"라고 전했다.

위 감독 또한 "졸업 후 아무도 불러주는 데가 없었을 때 이 사회에 필요 없는 사람인 듯 느껴졌지만, 손 감독의 전작 <파도가 지나가고>(2023) 스태프로 참여하면서 내 이야길 하는 재미를 알게 됐다"고 밝혔다.

미쟝센단편영화제 경험으로 두 사람 모두 "큰 동력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각자가 기억하는 영화제의 특별한 순간을 물었다.

"제 영화로 관객들을 만날 수 있는 게 현실이 됐구나 싶어서 신기했다. 심사해주신 감독님들도 바쁘실 텐데 진심으로 평해주셔서 큰 힘이었다. 새로운 창작자들이 나오길 바라는 마음에 미쟝센영화제를 부활(2021년 중단됐다가 지난해 재개)시켰다고 하는데 진심으로 감사하다. 그리고 수상 소감 때 떨려서 다 말 못 했는데 담벼락 위 여인을 연기한 전영 배우, 강아지 행복이 보호자님, 다미 배우, 윤로빈 배우님에게도 감사하다(웃음)." (위은경 감독)

"친구 중 여러 영화제에서 수상한 이준섭 감독이 있다. 그 덕에 여러 영화제를 따라다녔는데, 제가 상 받는 것도 아닌데 같이 사진도 찍히고 하면서 영화제를 깊게 경험했다. 제 영화로는 국제해양영화제가 처음이었는데 첫 상영 때 너무 떨려서 극장을 뛰쳐나온 적이 있다. 와주신 부모님과 관객들에게 너무 감사한 마음이었다." (손광민 감독)

"뒤늦은 영화 공부, 안정적인 직업은 아니지만..."

 영화 <오조준>의 강성준 감독.
ⓒ 강성준 감독 제공

<오조준>의 강성준 감독(1996년생)은 사회복지 관련 석사 과정을 마치고 영화에 입문한 경우다. "의경 채증반으로 군 복무를 마친 뒤 취미처럼 촬영을 했다"던 그는 이십대 후반 즈음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문을 두드렸다. 촬영 전공임에도 연출자로서 미쟝센단편영화제 수상 무대에 오른 그는 "이제라도 아들이 뭔가 하고 있음을 엄마에게 보여드린 것 같다"는 소감을 남겼다.

영화는 기숙형 고교 사격부를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 희영(금빈)이 친구 순주(백승연)가 코치에게 폭행당하는 것을 목격한 뒤, 사적 복수를 꾀하는 과정을 긴장감 있게 묘사하고 있다. 강 감독은 "좀 역겨운 사람들이 주인공인 안쓰러운 이야기"라고 자신의 영화를 정의했다.

"(사적 복수라는) 그 행동의 결과를 예측하지 못하고 당장 자신의 감정에만 빠져서 일을 벌인다. 나름 진심이었다지만, 한편으론 매우 이기적이고 역겹게 느껴지기도 한다. 지금 사회가 진심을 느끼기 어렵달까. 사실 처음 구상에선 잔잔한 이야기였는데 좀 더 구조적이고 강한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있었다. 제 취향은 전자였지만, 잘하는데 안 하는 거랑 못하면서 안 하는 척하는 것과는 매우 다르잖나.

제가 기숙형 고교를 다녔는데 실제로 사감 선생님에게 심하게 맞은 기억이 있다. 그걸 누가 봤다면 어땠을까 생각하다가 <목격>이라는 제목으로 쓴 게 이 영화의 시작이었다. 처음엔 게이머들이 주인공이었는데 금빈 배우가 FPS(1인칭 총기 게임)를 즐긴다고 하기도 했고, 좀 더 물리적으로 벗어날 수 없는 환경을 위해 사격부 여자 고교생 이야기로 바꾸게 됐다."

 영화 <오조준>의 한 장면.
ⓒ 미쟝센단편영화제

사회복지사를 꿈꾸다 촬영으로 방향을 튼 것에 강 감독은 "무력감 때문"이라 답했다. "의료 사회복지사를 준비하던 친구가 지금의 의료 시스템에서 복지사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더라"며 그는 "저도 준비하면서 많이 준비가 부족했다고 느꼈고, 연구하면서도 나와는 잘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군대에서 음주운전 예방 UCC(User Created Content) 영상을 만들면 외박을 준다 해서, 채증 담당이었던 제가 카메라를 잡았었다. 그게 1등이 됐다. 제대하면 카메라 관련 일을 해봐야겠다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다 본격적으로 진로를 잡았고, 영화를 혼자 할 수는 없기에 이쪽 사람들을 더 알고 싶어 아카데미에 들어갔다."

영화아카데미에 들어가기 전까지 그 또한 사비를 들여 두 편의 단편을 만든 경험이 있다. <상희의 용기>(2022)와 <우리는 경계선에 서서>(2024)다. 첫 연출작인 <상희의 용기>는 한참 준비하다가 배우가 코로나19 밀접 접촉자로 분류되면서 제작비를 거의 날리게 됐고, 남은 돈 100만 원을 가지고 감독이 배우들을 집으로 불러 직접 카메라를 잡고 찍은 결과물이었다.

"영화 일이라는 게 어떤 안정감은 결코 얻을 수 없는 직업 같다. 여러 사람에게 폐를 끼칠 때도 있고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생각도 든다. 그러면서도 꾸준히 오래 하고 싶다. 이젠 돌아갈 곳이 없기도 하고. 일본 시스템이 부러운 게 구로사와 기요시 같은 유명 감독이 후배들을 끌어주거나 공동작업자로 부르기도 한다. 미쟝센영화제에 처음 오면서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려는 힘을 느꼈다. 한편으론 영화라는 게 감독의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라 여러 스태프들을 위한 영화제들도 생겼으면 좋겠다."

수상 후에도 그는 고민이 많아 보였다. "촬영으로 일하고 싶은 마음인데 연출자로 상을 받아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생각하고 있다"며 그는 "그래도 수상으로 결과가 나와 할 맛이 나는 것 같다. 겸손하고 스태프들이 믿어주는 감독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제22회 미쟝센단편영화제 경쟁작 44편은 7월 7일까지 넷플릭스에서 시청할 수 있다. 이어 8일부터 2주간은 네이버 치지직에서 주요 수상작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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