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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단비 “휴스턴 발레단의 첫 내한공연 주역 맡고 싶어요”

2026.07.02 05:01

홈스쿨링 거쳐 해외 무대 진출한 1세대 무용수로서 행보에 관심
발레리나 김단비는 지난달 미국 명문 발레단인 휴스턴 발레단의 수석무용수로 승급했다. 최근 귀국한 김단비는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휴스턴 발레단의 첫 내한공연이 성사되길 기원했다. 윤웅 기자


미국 텍사스주를 기반으로 하는 휴스턴 발레단은 1969년 설립된 대형 발레단이다. 2026년 기준으로 무용수 61명, 연간 운영 예산 4400만 달러(한화 약 680억 원) 규모를 자랑하는 미국 내 네 번째 규모의 명문 단체다. 이곳에서 최근 한국인 수석무용수가 탄생했다. 주인공은 발레리나 김단비(26).

지난달 21일(현지시간) 수석무용수로 승급한 그는 지난해 퇴단한 조수연에 이어 역대 두 번째 한국인 수석무용수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특히 한국 발레계에서 ‘홈스쿨링’을 거쳐 해외 무대에 진출한 1세대 무용수라는 점에서 그의 행보는 더욱 특별하다. 2025-2026 시즌을 마치고 여름 휴가차 고국을 찾은 그를 만나 그간의 치열했던 여정을 들었다.

2019년 정단원 입단 후 7년 만에 수석무용수 승급

김단비는 지난달 21일(현지시간) 휴스턴 발레단의 2025-2026시즌 마지막 작품인 ‘지젤’ 의 마지막날 공연에서 타이틀롤인 지젤을 연기한 후 수석무용수로 승급됐다. 사진은 휴스턴 발레단이 승급 발표 후 SNS에 올린 것이다. 휴스턴 발레단, Alana Campbell


“지난달 21일은 제 ‘지젤’의 주역 데뷔 무대였어요. 막이 내린 뒤 스탠톤 웰치와 줄리 켄트 두 공동 예술감독님이 무대로 올라오시더니 제 수석무용수 승급을 발표하셨죠. 퍼스트 솔리스트가 된 지 겨우 1년밖에 되지 않았던 터라, 이렇게 빨리 기회가 올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어요. 전혀 예상치 못한 선물 같아서 놀라움과 기쁨이 동시에 밀려왔습니다.”

김단비가 지난달 15일(현지시간) 휴스턴 발레단의 2025-2026시즌 마지막 작품인 ‘지젤’ 의 첫날 공연에서 미르타를 연기하고 있다. 휴스턴 발레단, Alana Campbell


연신 겸손해했지만, 김단비는 휴스턴 발레단 아카데미 시절부터 이미 두각을 나타냈다. 입학 후 단 1년 반 만에 주니어 발레단(휴스턴 발레단 II)으로 발탁됐고, 다시 1년 만에 연수단원을 거쳐 초고속으로 정단원이 된 것은 그의 뛰어난 기량과 성실함이 증명된 결과였다. 하지만 2019년 9월 군무로 입단해 주역으로 서기까지의 과정이 늘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터닝 포인트는 2023년, 세계적인 안무 거장 존 노이마이어와의 만남이었다.

노이마이어의 선택이 초고속 승급의 발판

휴스턴 발레단이 2023년 선보인 존 노이마이어의 ‘한여름 밤의 꿈’에서 김단비가 히폴리타 역을 연기하고 있다. 김단비는 이 작품에서 1인 2역의 주인공인 티타니아/ 히폴리타로 캐스팅됐다. (c)휴스턴 발레단, Alana Campbell


“입단 초기에는 한동안 군무만 췄어요. 작품에서 눈길을 끄는 좋은 배역을 맡아야 승급 기회가 오는데, 제겐 그런 기회가 오지 않아서 승급까지 시간이 꽤 걸리겠다고 낙담했었죠. 그러다 예상치 못한 행운이 찾아왔어요. 노이마이어 안무의 ‘한여름 밤의 꿈’에서 티타니아와 히폴리타 1인 2역 주인공을 맡은 무용수가 임신을 하게 된 거예요. 원래는 다른 커버 무용수가 있었지만, 노이마이어 선생님께서 뜻밖에도 저를 지명하셨습니다. 저의 첫 주역 무대였죠. 파트너링이 워낙 까다로운 작품이었는데, 상대역이었던 코너 월시가 발레단에서도 손꼽히는 베테랑 발레리노라 저를 든든하게 이끌어줬어요. 다행히 무대를 성공적으로 마쳤고, 그 공연 직후 솔리스트로 승급했습니다.”

휴스턴 발레단이 2024년 선보인 존 노이마이어의 ‘인어공주’에서 김단비가 타이틀롤인 인어공주를 연기하고 있다. (c)휴스턴 발레단, Alana Campbell


김단비의 재능을 알아본 노이마이어는 2024년 작품 ‘인어공주’의 타이틀롤로 다시 한번 그를 낙점했다. 이 무대로 또 한 번 호평을 받은 그는 ‘잠자는 숲속의 미녀’ 등 대작의 주역을 잇따라 꿰차며 2025년 퍼스트 솔리스트로 초고속 승급했다.

휴스턴 발레단이 2024-2025시즌 프로그램은 신작인 존 노이마이어의 ‘인어공주’ 타이틀롤을 맡은 김단비를 전면에 내세웠다. (c)휴스턴 발레단, Alana Campbell


“2024-2025 시즌은 솔리스트 역할과 주역을 동시에 소화하느라 체력적으로 한계에 부딪혔던 시기였어요. 무대 위에서 좋은 역할을 맡아 사랑받는 것은 행복했지만 ‘내 몸이 언제까지 버텨줄까’ 하는 불안감이 들었죠. 그런 제 고민과 고단함을 예술감독님들이 알아채셨는지, 퍼스트 솔리스트로 빠르게 승급시켜 주시며 숨을 고를 기회를 주셨어요(웃음). 모든 공연에 서야 하는 솔리스트와 달리, 퍼스트 솔리스트와 수석무용수는 무대에 서지 않는 날에 온전히 개인 연습과 몸 관리에 집중할 수 있거든요. 그동안 앞만 보고 달렸으니, 이제는 제 몸을 돌보며 완성도 높은 무대를 준비하려고 합니다.”

예중 포기한 뒤 선택한 ‘홈스쿨링’ 승부수

지금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스타 무용수지만, 중학교 1학년 때 학교를 자퇴하고 홈스쿨링을 결심했을 당시만 해도 미래는 안갯속이었다. 요즘엔 홈스쿨링을 선택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은 데다 관련 정보도 풍부하지만, 그가 길을 나설 때만 해도 선례가 없는 황무지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김단비가 2016년 스위스 로잔 콩쿠르에 참가했을 때의 모습.


5살 때 문화센터에서 발레를 접한 그는 초등학교 시절 내내 학원을 다녔다. 처음엔 취미였지만 점차 발레리나가 되고 싶다는 꿈이 커졌다. 하지만 6학년 때 예중 입시를 준비하려 하자 학원에서 “시기적으로 너무 늦었다”며 고개를 저었다. 또래보다 키는 컸지만 기초 체력과 힘이 부족하다는 평가였다. 결국 일반 인문계 중학교에 진학했지만, 발레에만 온전히 몰두하고 싶다는 갈증은 커져만 갔다.

“중학교 1학년 때 유스 아메리카 그랑프리(YAGP) 콩쿠르 주니어 파이널에 진출하게 됐어요. 뉴욕 무대를 겪고 나니 학업과 발레를 병행하는 게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서더라고요. 부모님께 자퇴하겠다고 말씀드렸을 때 당연히 반대가 심하셨죠. 그래서 ‘검정고시를 반드시 패스하겠다’고 약속하고 학교를 나왔어요. 학교에 가지 않는 대신 아침에는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었고, 국제 콩쿠르를 다니며 절감했던 영어 공부를 위해 과외를 받았습니다. 남은 모든 시간은 발레 연습을 했고요. 그리고 2년 만에 중·고등학교 검정고시도 모두 마쳤습니다.”

배수의 진을 친 노력은 결실로 이어졌다. 2015년 베를린 국제콩쿠르와 서울 국제콩쿠르에서 잇따라 1위를 차지한 그는 2016년 스위스 로잔 콩쿠르에서 루돌프 누레예프 재단이 수여하는 ‘기대주상’을 거머쥐었다. 당시 16세로 최연소 참가자였던 그는 심한 감기 몸살로 본선 무대에서 평소 기량을 다 발휘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파이널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며 현장에서 휴스턴 발레 아카데미 ‘서머 스쿨’ 장학생 제안을 받았고, 이를 계기로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16세에 홀로 떠난 미국 유학, 그리고 단단해진 마음

휴스턴 발레단에서 스탠톤 웰치 예술감독이 안무한 ‘레이몬다’에 출연한 김단비. (c)휴스턴 발레단, Alana Campbell


그는 16살의 어린 나이에 캐리어 두 개만 달랑 끌고 휴스턴으로 갔다. 처음에는 해방감이 들기도 했지만, 엄마와 학원 선생님이 세세하게 챙겨주던 일상을 혼자 살아내기란 결코 쉽지 않았다. 낯선 타국 생활에 사춘기까지 겹쳐 몸과 마음이 요동쳤다. 설상가상으로 입학 두 달 만에 점프를 하다 발목 부상을 당해 한 달 넘게 쉬어야 했다.

“첫 여름방학 때 한국에 돌아왔는데, 아무 말 없이 저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엄마를 보며 ‘정말 마음을 독하게 먹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그때의 결심이 저를 단단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고, 이후에는 슬럼프 없이 발레에만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휴스턴에 자리 잡으면서 홈스쿨링을 고민하는 학생들이나 학부모님들께 종종 연락이 오곤 하는데, 섣불리 조언을 드리기가 조심스러워요. 다만 무용수 본인의 성향이 독립적이고, 무엇보다 마음가짐이 얼마나 단단한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씀드립니다.”

아시아 투어 가지만 한국 공연은 아직 없어

휴스턴 발레단에서 스탠톤 웰치 예술감독이 안무한 ‘Velocity’에 출연한 김단비. (c)휴스턴 발레단, Alana Campbell


휴스턴 발레단은 한 시즌에 전막 작품 4편, 트리플빌(단편 3개를 묶은 공연) 3편을 무대에 올리며, 연간 공연 횟수가 85회가 넘을 정도로 왕성하게 활동하는 단체다. 자체 발레 전용 오케스트라를 보유할 만큼 탄탄한 재정을 바탕으로 클래식부터 컨템포러리까지 폭넓은 레퍼토리를 자랑한다. 미국 내 투어는 물론 중국, 일본, 두바이 등 해외 투어 역시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김단비는 다가오는 2026-2027 시즌 개막작인 케네스 맥밀란 안무의 ‘마농’에서 타이틀롤을 맡아 수석무용수로서 첫 시즌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제 그의 새로운 꿈은 휴스턴 발레단의 역사적인 ‘첫 내한공연’ 주역으로 고국 관객들 앞에 서는 것이다.

“우리 발레단은 과거 미·중 수교 직후 첫 교환학생으로 중국 발레리노들을 받아들였을 만큼 중국과 교류한 역사가 깊어요. 게다가 일본 기업들이 다수 진출해 있는 텍사스주의 특성상 일본 커뮤니티의 후원도 활발하죠. 이런 배경 덕분에 중국과 일본 투어는 종종 다니지만, 아쉽게도 한국 공연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발레단에 새로 부임하신 소냐 코스티치 행정감독님이 한국계이셔요. 감독님 역시 휴스턴 발레단의 첫 한국 내한공연을 추진하고 싶어 하십니다. 이 멋진 프로젝트가 성사되어서, 제가 주역으로 고국 관객분들을 만나고 싶습니다.”

발레리나 김단비는 지난달 미국 명문 발레단인 휴스턴 발레단의 수석무용수로 승급했다. 최근 귀국한 김단비는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휴스턴 발레단의 첫 내한공연이 성사되길 기원했다. 윤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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