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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00만부 신화’ 웹소설계 레전드 김수지···‘상수리나무’ ‘잊혀진 들판’ 창작의 비밀

2026.07.02 06:00

웹소설 메가히트 작가 김수지 단독 인터뷰
‘상수리나무...’ 국내 6600만부 판매, NYT 베스트셀러
시놉시스만 30~40장
중세 요리사 책도 조사
중2때 인터넷 소설로 시작
“종이책으로 오래 읽힐 글” 목표
김수지 작가의 웹소설 <잊혀진 들판> 표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제공.


‘탈리아’는 아름다우나 성질이 고약하다. 불륜 관계에서 태어난 황녀로 미움을 받으며 자란 그는 못되게 구는 것이 자신을 지키는 길이라고 믿는다. 대공 후계자 ‘바르카스’를 짝사랑하지만, 그는 자신을 극도로 싫어하는 이복형제 ‘가레스’의 충복이다. 늘 무표정한 그의 속을 알기도 어렵다.

사연 있는 악녀와 무뚝뚝한 귀족 남자주인공은 중세 로맨스 판타지 웹소설에서 정석적인 조합이다. ‘초반에 어긋나더라도 서로의 상처를 알아본 둘은 사랑에 빠질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메가 히트작 <상수리나무 아래>의 김수지 작가가 카카오페이지에서 지난해 5월부터 연재 중인 <잊혀진 들판>은 예측을 비껴간다. 비뚤어진 탈리아는 쉽게 변하지 않고, 둘은 마음을 확인할 겨를 없이 비극적인 상황들에 놓인다. ‘언제 행복해지냐’거나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겠다’는 댓글이 매회 달리고 있다.

“<잊혀진 들판>은 시작부터 ‘엮일수록 상처가 깊어지는 이야기’로 기획했어요. 성장형 캐릭터를 기대하기에는 상처만 받으며 커 온 주인공들이죠.” 최근 경기 분당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 작가가 말했다. 그가 언론과 대면 인터뷰에 응한 것은 <잊혀진 들판> 연재를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김수지 작가 웹소설 <상수리나무 아래> 표지. 리디 제공


김 작가는 로맨스 판타지 웹소설계의 ‘레전드’로 불리는 최정상급 작가다. 리디에서 연재한 <상수리나무 아래>(2017~2022)는 첫 출간 이후 국내 누적 판매량 6600만 부 이상을 기록한 히트작이다. 한국 웹소설 최초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2022년 아마존 출간 후 미국 포함 5개국 1위를 차지하며 세계적으로 인기를 누렸다.

<잊혀진 들판>은 그와 같은 세계관, 다른 역사적 시간대를 배경으로 한다. 설정은 정반대로 잡았다. 일례로 <상수리…> 여주인공 ‘맥시밀리언’의 세계는 기사 ‘리프탄’과 사랑에 빠지며 점차 확장되지만, 탈리아의 세계는 점점 좁아진다. 내성적이었던 맥시밀리언과 달리 탈리아는 열등감과 상처를 공격성으로 표출한다. “전작이 너무 잘 되면 답습하기도 쉽지만, 그보다는 새로운 것을 해보고 싶었어요.”

김수지 작가의 <잊혀진 들판>은 카카오페이지에서 연재되고 있다. 카카오페이지 홈페이지 갈무리


리디에서 카카오페이지로 연재처를 옮긴 것도 “더 다양한 독자를 만나고 싶어서”다. 김 작가는 “어느 플랫폼을 가도 제 작품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욕심도 있다”고 했다. <잊혀진 들판>은 지난달 12일 밀리언페이지(100만명 이상 감상했거나 100만달러 이상 기록)를 달성했다. 지난 5월부터는 동명의 웹툰(각색·그림 스푼)도 연재되고 있다.

웹소설은 매회 독자 반응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장르다. 그 반응을 작품에 반영하는 작가도 있지만, 김 작가는 사전에 전체 줄거리를 구체적으로 만들어두고 이야기를 뚝심 있게 밀고 가는 편이다. “11포인트로 시놉시스(줄거리)만 30~40장을 써요. <상수리…>부터 구상한 세계관도 중세 황실 요리사가 쓴 책을 찾아볼 정도로 열심히 조사해 만들었죠.”

김수지 작가가 <상수리 나무 아래>를 구상하며 공책에 쓴 설정집. 가상의 서대륙(로비덴 대륙) 지도가 그려져 있다. <잊혀진 들판>은 이 설정을 공유한다. 본인 제공


김수지 작가가 <상수리 나무 아래>를 구상하며 공책에 쓴 설정집. 본인 제공


김 작가는 ‘웹소설’이 아닌 ‘인터넷 소설’로 시작한 온라인 소설계 베테랑이기도 하다. 중학교 2학년 때 친구와 인터넷 개인 카페를 만들어 재미로 릴레이(연작) 소설을 쓴 것이 시작이었다. ‘미네뜨’라는 필명으로 소설 사이트와 개인 카페에 글을 연재했다. 나중에 종이책으로 출간된 <봉루>는 15살에 쓰기 시작해 18살에 완결했다. 입시 준비 및 대학 진학, 취업 등 인생의 큰 변곡점에서 글쓰기를 잠시 중단하기도 했지만, 틈틈이 <미온의 연인>, <희란국 연가>, <우리 집에는 쥐가 있다> 등 로맨스 소설을 쓰고 출간했다.

그 사이 종이책 단행본을 내는 것이 전부였던 시대를 지나 ‘전자책’이 등장했다. 그리고는 연재 자체도 단건으로 결제하게 하는 ‘웹소설’의 시대가 왔다. <상수리…>는 김 작가가 당시 막 태동한 웹소설 체계 안에서 처음으로 쓴 웹소설이었다. 그는 “취미였던 글쓰기가 직업이 될 수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 했다.

<상수리나무 아래 > 굿즈 세트. 전지현 기자


웹소설 독자들이 빠른 전개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김 작가는 ‘나중에 출간할 종이책을 염두에 두며 연재하던’ 문법을 버리지 않고 있다. 그는 “한 권의 책으로 냈을 때 오래 읽힐 수 있는 글을 쓰는 게 목표”라며 “무게감 있는 묘사를 포기하지 않는 편인데, 가끔은 한 화 진도가 느려서 미안할 때도 있다”고 했다.

“어둡고 독특한 이야기를 좋아한다”는 김 작가는 자신을 “대중에서 아주 살짝 빗겨 난 취향을 지닌 사람”이라고 했다. <잊혀진 들판>은 그 취향이 십분 드러난 작품이다. 작품은 현재 연재 중인 4막과 종막을 남겨 두고 있다. “아쉬울 때 끝내야 한다는 지론 때문에 외전을 잘 쓰지 않는 편”이라는 그는 “독자들을 많이 마음고생시킨 만큼 이번에는 외전을 충분히 써야겠다고 생각 중”이라고 귀띔했다.

■김수지 작가가 말하는 <잊혀진 들판> 비하인드

*여주인공 ‘탈리아’는 고양이가 아니라 ‘개’과
“다들 탈리아가 고양이 성격이라고 생각하시더라고요. 저는 저희 할머니가 키우던 치와와 ‘벤지’와 더 닮았다고 생각해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할머니랑 같이 살았는데, 걔는 정말 ‘악귀’가 들른 개였어요. 눈만 마주치면 이빨을 드러내고, 몇 년간 만질 수도 없게 했죠. 조그마한 게 할머니 말고는 아무도 안 좋아했어요. 제가 할머니를 만지는 것도 싫어했고요. 막상 할머니가 나가면 기가 죽어서 덜덜 떠는데, 길쭉하고 여우를 닮은 게 예쁘기는 또 엄청 예뻤어요. 탈리아는 사실 18살까지 살다가 무지개다리를 건넌 벤지와 똑 닮았답니다.”

*탈리아 초기 설정은 ‘금발’이 아니었다
“원래는 흑발로 생각했어요. 그런데 <상수리나무 아래> 연재를 하면서 닌텐도 게임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야생의 숨결)>을 틈틈이 했거든요. 총 1000시간은 했나 봐요. 게임 속 금발인 젤다와 링크를 보다 보니 ‘금발 커플도 괜찮은데?’ 싶더라고요. 이야기 구조는 처음 기획에서 거의 달라진 게 없는데, 탈리아 머리 색만 바뀌었어요.”

*<상수리나무 아래>, <잊혀진 들판> 세계관 공유작 더 있다
“<상수리…>를 연재할 때 이미 이 세계관으로 역사적 시간대가 겹치지 않는 총 네 작품을 기획했어요. <샐비어 지는 날에>(가제)는 <상수리…>와 근접한 시대의 이야기인데, 꽤 장편이 될 것 같아요. 마지막이 <영원토록 지지 않는>(가제)이 될 것 같은데, 아직 논의는 더 해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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