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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구 칼럼] 정부의 반도체 언어, 차라리 쉽게 말하라

2026.07.02 03:03

정부 발언은 명확·불변해야
중복 표현, 복선 깔기 ‘불신’
경기도민에 박탈감만 쌓여
김종구 주필

하나.

2026년 1월21일. 이재명 대통령의 신년회견이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얘기를 했다. 기본 방향은 이전 불가였다. 정부 정책의 일관성을 말했다. “정부 정책으로 정해진 사안을 뒤집을 수 없다.” 정치와 기업의 경계도 설명했다. “정치권에서 부탁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하지만 다른 방향도 언급했다. 전력과 용수다. “산업 배치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끝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기업에 대한) 유도는 가능하다.”

경기도민은 안도했다. ‘호남 안 간다’ 혹은 ‘개입 안 한다’로 해석했다. 하지만 달랐다.

2026년 6월29일.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다. 핵심은 제2반도체 생산거점 육성이다. 호남으로 가는 얘기다. 투자자금이 800조원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메모리 팹 4기(각 2기)가 간다. 하루 뒤 대통령이 말했다. “좋게 말하면 유도, 좀 심하게 얘기하면 유인.” 역할을 했단다. 1월에 했던 말과 어떤가. ‘번복 불가’ ‘정치 개입 불가’.... 좀 바뀌었다. ‘재생에너지’, ‘재배치’.... 그대로 맞았다. ‘유도’와 ‘유인’, 딱 맞았다.

둘.

더 중요한 말이 있다. 용인 클러스터 공기(工期)다. 메가프로젝트 주무는 산업통상부다. 김정관 장관이 28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용인 클러스터 일정을 설명했다. “계획보다 크게 앞당겨 구축하기로 결정했다.” 단축되는 기간도 ‘삼성전자 7년, SK하이닉스 12년’이라고 말했다. 29일 보고회에서 대통령이 말했다. “계획된 팹을 신속하게 완료하고, 속도를 매우 앞당겨야 한다.” 용인 클러스터 우려를 없애주는 말이었다.

추미애 지사가 평했다. “용인 산단을 앞당기겠다고 밝혔다. 환영한다.” 이것도 달랐다.

보고회 직후 나온 말이 있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의 말이다. “이 정부 안에 완공을 목표로 도전할 것이다.” 2년 안에 기반 공사를 마무리하겠다는 설명도 붙였다. 보고회에서 나오지 않았던 완공 시기 언급이다. 대통령은 용인을 앞당긴다고 했는데. 이상했다. 다음 날 광주 설명회에서 대통령이 말했다. “(기업이) 원래는 용인 끝내고 할 생각이었던 것 같다.” 이걸 동시에 착공하도록 설득했다는 말이다. 용인과 광주가 섞였다.

셋.

기업의 말도 있었다. 29일 보고회. SK하이닉스 최태원 회장이 말했다. “수요자가 수요를 하는 것도 따라와야 되고, 전기도 같이 따라와야 되고, 부지·용수 하다못해 메모리 사정까지 저희가 다 고려를 해야 하기 때문에...면밀히 관측하고 투자를 집행하겠습니다.” 삼성전자는 투자계획을 공시했다. ‘완성 2040년’이라고 표기했다. “향후 시장 상황 및 당사 경영 환경 변화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는 단서를 강조해 올렸다.

이상일 용인시장이 말했다. “삼성에서 용인 6기 팹 변화 없다고 했다.” 정부와 달랐다.

정치가 서로 떠들어댄다. 그래도 반도체 주체는 기업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책임자다. 투자 결정권자다. 일련의 상황에서 두 기업의 말을 정리해 봤다. 국민보고회에서 총수가 한 말, 광주 보고회에서 다른 책임자가 한 말, 주식 시장에서 공시로 한 말. 초지일관 한 방향이다. ‘현재 시장 상황이 근거다¯여건을 살피고 결정하겠다¯상황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 혼란스럽지 않고, 쇼킹하지도 않고, 한 자락 깔지도 않는다.

맞다.

정부 언어도 이래야 된다. 반도체는 이미 1등이다. 사상 초유의 장(場)도 섰다. 속도전이다. 용인부터 빨리 끝내야 한다. 하던 걸 완공하고 ‘제2’로 가야 한다. 정부도 말은 그렇게 한다. 그런데 믿기 어렵다.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다. ‘못간다’더니 ‘간다’고 하고, ‘나중’이라더니 ‘동시’라고 하고, ‘자율’이라더니 ‘유인했다’고 한다. 그런데 방향성만은 분명하다. 경기도에 이익되지 않는 방향, 용인시민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간다.

主筆 김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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