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피해자 90%가 방치돼 있다
2026.07.02 00:58
가해자 검거율 11.6%로 반토막
보복 두려워 신고 취소·합의도
2011년 결혼한 차미소(가명·38)씨는 남편 김형수(가명·39)씨에게 상습적인 폭력에 시달렸다. 김씨는 담뱃불로 차씨 팔을 지지는가 하면, 부모 앞에서 차씨 머리채를 잡아 넘어뜨린 일도 있었다. 2022년 김씨의 외도와 폭력으로 차씨는 간신히 이혼했지만, 고통은 끝나지 않았다. 김씨는 재결합을 요구하며 차씨를 스토킹했고 불법 주거 침입도 했다. 법원이 두 차례 접근 금지 명령을 내렸지만 김씨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를 찾아왔다.
가족이나 연인 같은 가까운 관계에서 벌어지는 ‘관계성 범죄’가 속출하고 있다. 본지가 1일 경찰청을 통해 입수한 자료를 보면, 가정폭력 신고 건수는 2021년 21만8680건에서 지난해 28만9368건으로 4년 만에 32.3% 늘었다. 반면 경찰의 가해자 검거 건수는 2021년 4만6041건에서 지난해 3만3635건으로 26.9% 감소했다. 신고 대비 검거율은 21.1%(2021년)에서 11.6%(2025년)로 반 토막 났다. 가정폭력 피해자 10명 중 9명은 방치돼 있다는 뜻이다.
이는 피해자가 가해자의 보복이 두려워 신고를 했다가 취소하거나 수사 과정에서 ‘처벌을 원치 않는다’며 합의하는 일이 잦기 때문이다. 가정폭력 등 관계성 범죄는 통상 피해자가 원치 않으면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한다. 한 경찰관은 “현장에 출동해도 피해자들이 보복을 우려해 돌아가달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2차 가해도 피해자들을 괴롭힌다. 법원이 가해자에게 접근 금지 명령을 내리기까지는 이틀 내지 일주일이 걸린다. 법원 명령을 가해자가 위반해도 즉각적인 차단 조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다 보니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온종일 ‘문자 폭탄’을 보내고 집 주변을 맴도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관계성 범죄가 살인 등 강력 범죄로 이어지는 일도 반복되고 있다. 지난 3월 경기도 남양주에서는 한 여성이 사실혼 관계였던 김훈(44)에게 살해됐다. 피해 여성은 수차례 가정폭력과 스토킹을 신고했지만, 경찰이 김훈에 대해 전자발찌 부착 등에 나서지 않은 사이 비극을 맞았다. 같은 달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딸을 지키려다 사위의 폭행으로 숨진 ‘대구 여행가방 시신’ 사건의 피해자는 수개월간 폭력에 시달렸지만 보복이 두려워 경찰에 신고를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저작권 보호를 위해 본문의 일부만 표시됩니다.
원문 보기 →댓글 (0)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살인의 다른 소식
모든 소식을 불러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