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간 전
[발언대]고향으로 돌아온 사람을 외지인이라 부를 것인가
2026.07.02 00:02
지역은 사람으로 유지되고, 사람으로 다시 살아난다. 특히 인구가 줄고 청년층이 빠져나가는 농산어촌 지역일수록 한 사람의 귀향은 단순한 개인의 선택을 넘어 지역의 가능성과 맞닿아 있다.
물론 어린 시절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같은 마을에서 함께 자란 동료, 선후배와는 삶의 결이 다를 수 있다. 지역의 정서와 관계망, 오래 쌓인 신뢰의 깊이도 하루아침에 같아질 수는 없다. 그 차이를 부정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그 차이가 곧 배제의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 고향을 떠났던 시간이 있다고 해서 그 사람을 곧바로 ‘외지인’으로 규정한다면, 지역은 스스로 귀한 자산을 놓치는 셈이다.
오히려 중학교나 고등학교 시절부터 밖에서 배우고 경험한 시간은 고향을 위해 쓰일 수 있는 또 하나의 자원이다. 도시에서 익힌 교육, 행정, 문화, 산업, 네트워크, 문제 해결 방식은 지역 안에 새로운 시야를 불어넣을 수 있다. 고향을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고향을 알고 바깥세상도 경험한 사람이라면 지역에는 더욱 필요한 존재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너는 그동안 어디 있었느냐”가 아니라 “이제 무엇을 함께 할 수 있느냐”이다. 민선9기 화천군정을 이끌 김세훈 군수 또한 그러한 측면에서도 귀한 자원인 셈이다.
화천을 비롯한 강원특별자치도의 모든 자치단체는 작지만 강한 지역이다. 인구와 재정 규모만 놓고 보면 대도시에 비해 작아 보일 수 있지만, 각 지역은 저마다의 역사와 자연, 산업, 공동체 정신을 품고 있다. 접경지역의 안보와 평화, 산림과 수자원, 농업과 관광, 교육과 복지, 지역 축제와 생활문화까지 강원의 시·군은 결코 작게만 평가될 수 없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더더욱 사람 한 명, 경험 하나, 새로운 시야 하나가 소중하다.
세계 여러 지역은 이미 이러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일본 시마네현 오키제도의 작은 섬마을 아마초는 대표적인 사례다. 아마초는 본토에서 배로 오가야 하는 지리적 한계, 인구감소와 고령화, 지방재정 악화라는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이 마을은 위기를 ‘사람’으로 풀고자 했다. 지역 밖에서 온 청년과 귀향 인재를 낯선 사람으로만 보지 않고, 섬의 부족한 일손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채워줄 동료로 받아들였다. 주거와 정착을 돕고, 지역 자원을 활용한 특산품 개발과 창업, 교육 혁신, 관광 활성화에 참여할 수 있는 장을 열었다. 그 결과 섬의 농수산물은 새로운 상품으로 재탄생했고, 지역 고등학교를 살리기 위한 교육 프로젝트와 청년 이주가 맞물리며 작은 섬은 지방창생의 상징적 사례로 주목받았다.
이처럼 고향을 떠났던 사람이 돌아왔을 때 필요한 것은 시험대가 아니라 무대다. “네가 진짜 고향 사람인지 증명해 보라”는 시선보다 “네가 배운 것을 고향에 모두 쏟아다오”라는 격려가 지역에도 이롭다.
작은 지역일수록 사람을 가려내기보다 사람을 키우고, 사람을 밀어내기보다 사람을 연결해야 한다. 오래 지킨 사람의 땀과 밖에서 배워 돌아온 사람의 시야가 만날 때 지역은 더 넓어진다. 화천도, 강원특별자치도의 모든 시·군도 마찬가지다. 지역을 사랑하는 마음과 지역을 위해 쓰일 역량이 있다면, 그 사람은 이미 공동체의 미래를 함께 만들 수 있는 구성원이다.
이제 남은 인생을 고향에서 살겠다고 돌아온 사람이라면, 그 마음 자체가 이미 귀한 출발점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제 지역이 물어야 할 질문은 하나다. “너는 외지인이냐”가 아니라 “우리 함께 무엇을 해낼 것인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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