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분은 아니었다…부담이 너무 컸을 뿐”
2026.07.01 20:21
손흥민·이재성 선발 제외 소식
남은 선수들에 큰 심적 압박 줘
고온다습한 몬테레이의 공기
후반 들어 걷기조차 힘들 정도
손흥민, ‘병역 비하’에 강경론
축구협회 중재·조정 아쉬움도
북중미 월드컵에서 역대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든 홍명보호의 남은 선수들이 1일 모두 귀국했다. 비기기만 해도 32강에 자력 진출할 수 있었던 지난달 25일 남아프리카공화국전의 패배(0-1), 그리고 이후 사흘간 피 말리는 희망고문 끝에 짐을 싼 선수들의 표정에는 아쉬움과 씁쓸함이 교차했다.
월드컵에 출전한 국가대표 A선수는 기자에게 “내분은 아니었다. 다만 부담이 너무 컸을 뿐”이라고 당시 상황을 조심스럽게 전했다.
A선수의 기억은 남아공전 당일 아침 미팅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핵심 전력이자 정신적 지주인 손흥민(LAFC)과 공수 밸런스의 핵심인 이재성(마인츠)의 동반 결장 소식은 예상 밖이었다.
대표팀에서 중심을 잡던 단짝 선배들의 공백은 남은 선수들의 어깨에 큰 심적 부담을 안겼다. A선수는 “우리가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컸다. 그래서 더 많이 뛰려고 한 건데, 그게 오히려 독이 됐다”고 회고했다. 더 잘해보겠다는 각오는 전반전 골이 나지 않자 몬테레이의 잔인한 날씨 앞에 녹아내렸다. 서늘한 고지대였던 과달라하라와 달리 고온다습한 몬테레이의 공기는 선수들의 숨통을 막았다. 데뷔전을 치른 옌스 카스트로프(묀헨글라트바흐)의 “밖에서는 쉬워 보이지만 안에서는 숨이 탁 막혔다”는 토로처럼, 전반을 간신히 버틴 선수들은 후반 들어 걷기조차 힘들어했다.
후반 20분, 종아리 통증으로 교체되며 벤치를 향해 소리를 질러 오해를 샀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의 행동 역시 불화가 아닌 ‘간절함의 비명’이었다.
B선수는 “(김)민재 형이 코칭스태프에게 실례를 범하려 한 게 아니라, ‘선수들에게 말 좀 해달라, 간격이 너무 벌어진다’고 하소연했던 것”이라며 당시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이번 대회에서 대표팀 발목을 잡은 또 다른 요인은 경기 외적인 ‘감정 소모’였다. 한 방송이 훈련 장면을 내보내다 송출한 ‘손흥민 병역 비하 발언’이 촉발한 인터뷰 보이콧이라는 초유의 사태였다. 황희찬(울버햄프턴)을 마지막으로 엄지성이 인터뷰를 재개할 때까지 11일 시간이 ‘불편하게’ 흘렀다. 훈련은 정상적으로 이뤄졌지만 선수단 마음이 편할 리 없었다. 선수들은 일부 기자의 사담이 실수로 드러났을 뿐 취재진이 자신들을 적대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은 잘 알고 있었다. 주장 손흥민이 계속 완강한 태도를 보이자 후배들도 결국 따를 수밖에 없었다.
이를 중재하고 해결해야 할 대한축구협회도 무기력했다. 협회 직원들은 월드컵을 앞둔 선수단 분위기가 저하될 수 있다고 판단해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못한 채 선수단 눈치만 봤다. 홍 감독도 감독의 개입과 주선이 오히려 선수들로부터 오해를 사면서 팀워크가 깨질 수 있다고 판단해 선수단 설득 등에 주도적으로 임하지 못했다.
단장으로 동행한 박항서 감독이 사태를 파악한 것도 사건이 발생한 지 1주일이 넘은 뒤였다. 손흥민과 이재성이 면담을 요청하면서 박 단장도 상황을 알게 됐다. 이 과정에서 끝까지 강경한 태도를 유지한 손흥민, 대회를 위해 이제는 인터뷰를 재개해야 한다고 생각한 일부 선수들 사이 미묘한 시각차가 오해의 불씨가 되기도 했다. C선수는 “솔직히 이렇게까지 오래 끌 일인지 싶었다”면서 “처음엔 협회가 선수를 보호하지 않아서 생기는 일이라 생각했는데, 돌아보면 모두 오해였다. 생애 첫 월드컵은 더 멋진 무대일 줄 알았다. 여러모로 아쉽다”고 말했다.
북중미 월드컵의 처참한 실패는 소위 ‘내분’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한국 축구가 갖고 있는 모든 힘을 발휘할 수 없는 조건에서 싸웠던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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