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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만에 지은 日구마모토 TSMC처럼?…서남권 반도체 '전력·용수' 난제

2026.07.01 19:36

기반시설 갖춘 구마모토와 대조…서남권은 관로·송전망 신설 과제 산적
평택도 송전망에 10년 소요…인허가 특례만으론 주민수용성·공기단축 한계
경기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에 위치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공사현장의 모습. 2026.6.29 ⓒ 뉴스1 김영운 기자


(세종=뉴스1) 김승준 기자 = 정부가 896조 원 규모의 서남권 반도체 투자에 대해 일본 구마모토 TSMC 공장을 사례로 들며 '속도전'을 강조하고 있다. 임기 내인 2년 안에 기반 공사를 마무리하고 착공에 들어가겠다는 구상이다.

일본 구마모토 TSMC 공장은 2021년 건설 계획 발표 이후 약 2년 만에 준공되며 통상 4~5년 이상 걸리는 반도체 팹 구축 기간을 크게 단축한 사례로 평가된다. 다만 이는 인허가 특례와 대규모 보조금 지원, 기존 산업 집적에 따른 공급망 활용 등 제도·입지 조건이 결합된 결과라는 분석이 많다. 특히 용수와 전력 등 핵심 인프라가 빠르게 확보된 점이 공기 단축의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반면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는 대규모 용수 공급을 위한 장거리 관로 건설과 송전망 확충, 전력계통 인허가 등 물리적 기반 시설을 새로 구축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인허가 특례를 통한 행정 절차 단축은 가능하지만, 실제 생산 기반이 되는 전력·용수 확보 단계에서는 토지 보상과 주민 민원, 지역 간 송전망 갈등 등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위해 반도체 특별법과 메가 특구법을 근거로 인허가 특례와 기반 시설 국비 지원을 통해 반도체 팹(FAB) 구축 시기를 기존 계획·일반적인 공사 기간보다 대폭 앞당긴다는 방침이다.

강훈식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장은 서남권 반도체 투자 계획 공개 후 언론을 만나 "이 정부 (임기) 안에 완공시키는 것을 목표로 도전할 것"이라며 "일본 구마모토처럼 2년 안에 기반 공사를 충분히 마무리하고 기업들이 공장 짓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공기 단축을 위한 구체적 계획은 아직 공개되지 않은 상태로, 정부는 8월 11일 시행되는 '반도체 특별법'과 향후 입법될 '메가 특구법'을 중심으로 인허가 단축, 지원 강화에 나선다는 방향성을 밝혔다.

실제 주무 부서인 산업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KBS 뉴스9에 출연해 "(임기 내 완공은) 정부가 비상한 각오를 가지고 빠르게 추진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저는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과 SK 등이 총 896조 원을 투자해 서남권에 대규모 반도체 생산 거점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DC) 인프라 구축에 나선다. 이에 따라 수도권과 충청권, 서남권을 잇는 반도체 벨트가 전국으로 확산하고 신재생 에너지를 활용한 AI DC 모델 실증 작업도 진행된다. ⓒ 뉴스1 양혜림 디자이너
구마모토의 반도체 공장 설립·양산까지 걸리는 시간을 단축한 전략은 크게 인허가·제도·공사 방식과 용수·전력이라는 입지 조건으로 나눠볼 수 있다.

일본 정부와 의회는 반도체 지원법을 통해 농지 전용, 개발 허가, 환경영향평가 등 행정을 한데 묶어 처리하는 원스톱 인허가 체계를 구축해, 통상 수년이 걸리던 인허가 과정을 수개월 수준으로 압축해 착공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구마모토현은 '반도체 산업 강화 추진본부'를 설치해 관련 행정을 한데 모아 처리하며 속도를 높였다.

아울러 약 4760억 엔 규모의 보조금을 통해 TSMC가 빠르게 설계, 건설, 장비 발주 등을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인허가 특례·보조금 중심의 속도전 전략은 이번 서남권 반도체 투자에 대해서도 정부가 유사한 방향으로 약속한 사안이다.

반도체 특별법에는 인허가 특례가 다수 담겼고, 앞으로 입법될 '메가특구법'에는 대규모 특구 기업에 대한 특별 보조금 지원의 법적 근거가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부지 조성 단계에서는 인허가에 상당 시일이 소요되는 만큼, 법·제도와 행정 의지에 따라 일정 부분을 단축·조정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실제 양산에 필요한 용수와 전력을 공급하는 문제는 상황이 다르다.

구마모토는 소니 이미지센서 공장과 도쿄일렉트론·신에츠 등 반도체 장비·소재 업체가 이미 집적된 지역으로, 일본 정부의 보조금·인허가 특례가 투입됐을 때 TSMC가 공급망·인력·물류 인프라를 빠르게 활용할 수 있었던 입지라는 점도 공기 단축의 배경으로 꼽힌다.

또한 구마모토는 반도체 산업단지 입지로서 용수 조달 여건이 유리한 지역으로 평가된다. 화산성 지형과 다공성 암석층 영향으로 지하수를 주요 상수원으로 활용할 만큼 지하수 자원이 풍부한 곳이기 때문이다.

서남권 반도체의 경우, 여러 댐에서 필요 용수를 조달하는 계획으로 용수 수송을 위한 관로 건설 등에 시간이 소요된다.

ⓒ 뉴스1 윤주희 디자이너


이와 함께 생산 설비를 구동하기 위한 전력망 확보도 빠르게 이뤄졌다. 해당 지역에 전력을 공급하는 규슈 전력은 TSMC 공장 증설에 맞춰 약 100억 엔을 투입해 변전소·송전선 증설 프로젝트를 진행한 결과, 약 2년 만에 핵심 송전선 증설을 마쳤다.

또한 TSMC를 위한 추가 발전소 건설 없이 기존 원전·태양광 전원 믹스 내에서 수백 메가와트(MW) 수준의 TSMC 전력 수요를 흡수할 수 있었던 점도 빠른 양산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당시 규슈 전력권은 총 4기가와트(GW) 수준의 원전 4기와 10GW 규모의 태양광 설비가 있었고, TSMC 공장의 2개 팹에 필요한 수백 메가와트(㎿) 수준의 전력을 공급할 여력이 있었다.서남권 프로젝트의 경우, 4개 팹에 6.3GW 규모의 전력 공급이 필요하다. 구마모토 TSMC 공장의 경우 12~28㎚ 범용 제품 제품을 생산하는 반면,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에는 최첨단 메모리와 AI용 반도체를 생산할 계획이어서 더 많은 전력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광주·전남권의 한빛 원전 1~6호기의 총발전량은 6GW로 정기 정비 등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다른 발전원을 활용하거나 타지역에서 전력을 끌어와야 한다.

2024년 기준 광주·전남의 태양광 발전량은 7.86TWh로 풍부하지만, 태양광 발전 특유의 간헐성을 극복하려면 에너지 저장 장치(ESS)와 같은 보조 수단이 필요하다.

또 송전망 구축 기간 또한 변수로 작용한다. 구마모토의 경우 2년 만에 핵심 송전선 증설이 가능했지만, 한국의 경우 주민 반발·보상 협의·소송·지자체 인허가 지연 등의 문제로 수년간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정부와 전력계통 연구자료 등에 따르면 345kV 송전선로 기준 건설 기간은 평균 13년이 걸린다.

실제 서남권에 앞서 삼성전자의 평택캠퍼스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전력 공급을 위해 서안성 변전소–평택 단지 구간 송전 선로는 10년 만에 완공된 바 있다.

이러한 전력 공급 계획은 조만간 공개될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을 통해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앞서 용인 클러스터 역시 11차 전기본에 필요 수요가 반영되며 전체 전력 수급 계획의 틀에서 다뤄졌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달 29일 서남권 반도체 전력공급과 관련해 "12차 전기본에 원전과 관련한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며 "원전뿐 아니라 LNG나 수소, 모든 다양한 재생에너지에 대한 내용도 전기본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인허가 단축 등 제도적 지원만으로는 공사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이기 어렵다고 본다. 특히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서 핵심 변수로 꼽히는 용수와 전력망 구축은 토지 보상, 송전선로 건설, 주민 수용성 문제 등이 맞물리며 장기간 소요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산업계 관계자는 "인허가 패스트트랙은 속도를 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실제 생산 기반이 되는 전력·용수 인프라는 물리적 제약이 커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영역"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구조적 제약은 전문가들도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부분이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력 확보 여부가 의문"이라며 "원전 등 전력 인프라를 구축하려 해도 님비(NIMBY) 문제가 있는데, 정부가 책임지고 추진한다고 해도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준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명예교수도 "용인 클러스터도 현재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전력과 용수 등 핵심 인프라 확보가 가장 큰 과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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