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영웅 추모시설’ 법안에 폴란드 반발···역사 논쟁에 우크라이나 EU 가입 암초?
2026.07.01 15:07
우크라이나가 제2차 세계대전 무렵 벌어진 폴란드인 대량 학살 사건을 두고 폴란드와 갈등을 빚고 있다. 폴란드 정치권은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EU) 가입을 막겠다며 반발했다.
독일 일간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와 폴란드 간 역사 갈등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보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헌법의날 연설에서 시대별로 우크라이나를 위해 싸운 영웅들의 이름을 새긴 추모시설 ‘우크라이나 국가 판테온’ 건립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누구도 우리에게 어떻게 살고 무엇을 사랑하며 어떤 영웅을 기려야 하는지 명령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FAZ는 전했다. 이 발언은 최근 이어진 폴란드와의 역사 갈등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크라이나와 폴란드의 갈등은 지난 5월 말부터 시작됐다. 당시 젤렌스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특수작전군 소속 최정예 부대인 ‘제140특수임무센터’에 ‘UPA(우크라이나봉기군)의 영웅들’이라는 명예칭호를 부여했다. UPA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우크라이나 독립을 주장한 민족주의 정치조직 우크라이나민족주의자기구(OUN)의 무장 단체를 가리킨다. 우크라이나에서는 옛 소련 점령에 맞선 저항군으로 추앙받지만, 폴란드에서는 폴란드 민간인 약 10만명을 학살한 조직으로 여겨진다.
앞서 카롤 나브로츠키 폴란드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에 ‘UPA의 영웅’ 칭호를 변경할 것을 요구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 요구를 거부했고, 나브로츠키 대통령은 그에게 수여했던 폴란드 최고훈장을 박탈하기로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먼저 이 훈장을 자진 반납했다.
과거 폴란드인 학살에 가담한 이들을 영웅화하는 작업이 본격화되자 폴란드 정치권은 즉각 반발했다. 브와디스와프 코시니아크카미시 폴란드 부총리 겸 국방장관은 29일 한 방송 인터뷰에서 OUN 분파를 이끈 극우 민족주의자 스테판 반데라를 거론하며 “반데라와 함께라면 우크라이나는 EU에 가입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야로스와프 카친스키 법과정의당(PiS) 대표는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협상 추가 개시를 폴란드가 막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 역사 갈등은 폴란드 정치권의 화두가 됐다. FAZ는 나브로츠키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에 수여된 백두수리훈장을 박탈한 이후 지지율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우크라이나 EU 가입 반대 여론도 60%로 올랐다고 전했다. 나브로츠키 대통령이 2027년 총선을 겨냥해 반우크라이나 정서를 정치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진단도 나왔다.
우크라이나 내부에서도 폴란드와의 갈등이 정치적 요소로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폴란드와의 역사 갈등이 불거지면서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결집하는 양상이 보였기 때문이다. FAZ에 따르면 훈장 반납 이후 정적들조차 젤렌스키 대통령의 편에 서며 사실상 여야가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편 EU와 우크라이나는 최근 법치·반부패 분야를 다루는 1차 클러스터를 개시했다. EU 가입은 후보국 지위 획득한 이후 33개 정책 분야를 6개 클러스터로 묶어 차례대로 협상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각 클러스터 개시와 종결에는 EU 27개 회원국 만장일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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