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벅 가야지~” 1명 선창에 우발적으로 따라 해, 감독·코치 제지는?
2026.07.01 11:54
“교육적 방임” 학교관계자 징계 수위 검토
야구소프트볼협, 선수단 지도자 징계 검토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배재고의 ‘스타벅스 가야지’ 응원 구호 논란과 관련해 서울시교육청과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가 진상 조사에 나서면서 선수단 관리의 책임이 있는 감독과 코치 등 지도부 징계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1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시교육청은 전날 배재고 야구부원 35명의 경위서를 받았다. 학생들은 “스타벅스 논란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채 한 명이 시작하자 우발적으로 따라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일고 지도부 “계속 참았다…이해하기 힘든 조롱”
고교야구대회에서 통상 외치던 ‘가야지 가야지, 안타 치고 가야지’ 구호를 배재고 야구부원 중 한 명이 8회 초에 “스타벅스 가야지”라고 개사해 선창했고, 다른 부원들이 별 생각 없이 따라 불렀다는 해명이다.
소셜미디어(SNS)에 확산한 당시 영상을 보면 배재고 학생 여러명은 상대 광주제일고(광주일고) 더그아웃을 향해 “가야지, 가야지, 스타벅스 가야지”라고 입을 모아 외쳤다. 율동도 하고 박수도 맞췄다. 한 선수는 “탱크데이”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 미리 응원 구호를 준비했다고 충분히 의심할 만한 정황이 펼쳐졌다. 이 구호는 약 2분 가량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들의 도 넘는 응원 소리를 가라앉힌 건 배재고 지도부가 아닌 광주제일고 측이었다. 광주일고 지도부가 “지금 뭐하는 것이냐”, “스타벅스를 왜 가냐” “계속 참았다” 라고 강하게 항의했고, 이에 심판진이 배재고 측에 주의를 주면서 상황이 일단락됐다.
지난 29일 서울 양천구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81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광주제일고와 배재고 경기에서였다.
‘스타벅스 가야지’ 구호는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된 스타벅스 코리아의 ‘5·18 탱크데이 이벤트’를 연상케하는 지역 조롱성 표현으로 읽힌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에 탱크 텀블러 할인 마케팅을 하며 ‘책상에 탁!’ 등의 문구를 써 1987년 박종철 열사를 조롱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극우 조롱·혐오 표현 확산…대응 방안 촉구 목소리 분출
사태는 일파만파 확산했다. 전날 배재학당총동창회가 “일부 일탈로 치부해선 안된다”며 철저한 진상 조사와 엄정한 책임 추궁을 요구했고, 5·18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공로자회)와 5·18기념재단이 일제히 비판 성명을 낸 데 이어 교원단체들도 역사왜곡와 ‘극우 놀이 문화’에 대한 범정부적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는 “숭고한 민주주의 역사를 희화화한 이 반역사적 행위는 최소한의 스포츠정신마저 내팽개친 행위이며, 이를 현장에서 제지하는 지도자조차 없었다는 사실은 교육적 방임을 그대로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중등교사노조 역시 “혐오와 왜곡된 정보가 놀이처럼 소비되는 사회적 환경을 외면한 채 학생 개인만을 비난하는 것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정부와 교육당국에게 범사회적 대응 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모두 단순한 10대의 일탈이나 해프닝이 아닌 극우 성향의 조롱과 혐오 표현이 학교에 퍼지게 놔 둔 교육계 ‘어른’의 책임을 묻고 있다.
스포츠공정위 규정 ‘사회적 물의 일으킨 경우’ 징계
서울시교육청은 현장에서 부적절한 응원가를 제지했는지와 야구부원 지도 과정 등을 조사한 뒤 학교 관계자 징계 권고 수위를 정할 계획이다. 아울러 운동부를 운영하는 서울 시내 전 학교를 대상으로 경기장 내 혐오·차별 표현 근절, 역사 인식 교육 등을 강화하기로 했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도 조만간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어 징계 절차에 착수한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 규정 제25조는 체육인의 품위를 심하게 훼손하거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경우 등을 징계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스포츠공정위원회 심의를 거쳐 징계 대상과 수위를 결정한다. 선수단 관리 책임이 있는 지도자 역시 징계 심의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이며 사안의 경중에 따라 출전 정지, 자격 정지 등의 징계가 예상된다.
조윤채 광주일고 감독은 경기 후 연합뉴스에 “우리 학생들이 큰 상처를 받을 수 있는 이해하기 힘든 조롱이었다”며 “당시 심판에게 제지를 요청했고 협회에도 관련 내용을 전달했으며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아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전날 이규연 광주일고 교장도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에 항의서한을 전했다.
권오영 배재고 감독은 연합뉴스에 “학생들이 큰 잘못을 저질렀으며, 교육을 제대로 하지 못한 어른들의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권오영 감독과 코치진은 당시 광주제일고 더그아웃을 찾아 사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재고는 사과문에서 “해당 학생들을 생활교육위원회에 회부해 학칙에 따라 엄중 처벌하고, 야구부 전원을 대상으로 스포츠맨십과 인권 감수성 특별 교육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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