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썼는데 왜 안 만나줘”… 일부 메이드카페 실태 추적해보니 ①
2026.07.01 12:00
도 넘은 사적 만남 요구에도 매장 보호는 ‘미비’
‘메이드카페 갤러리’서는 성희롱·외모 품평 빈번
마포구청 관계자 “폐쇄 영업에 현실적으로 단속 어려워”2025년부터 홍대입구역 일대를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한국에도 둥지를 튼 '메이드카페'는 '메이드(하녀)'들이 '오타(주인님)'를 모시는 일본식 서브컬처 문화를 내세워 간단한 대화를 나누거나 음식에 '맛있어지는 주문'을 걸어주는 이색 콘텐츠로 소비돼 왔다.
그러나 일부 매장에서는 10대와 20대 초반의 여성 종업원들이 손님의 사적 만남 요구와 반복적인 연락, 온라인 외모 품평 등에 노출되고 있다는 증언이 나온다. 특히 미성년 종업원이 근무하는 경우에도 업주의 보호 조치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종사자 안전 기준과 관리·감독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친밀감 상품화하는 노동 구조… '유사 연애' 오인 속 스토킹 노출돼도 일부 매장 "심드렁"
메이드카페에서 종업원은 손님과 대화하고, 이름이나 취향을 기억하며 친밀한 분위기를 만드는 역할을 수행한다. 그러나 일부 손님은 이러한 친밀감을 애정이나 우정으로 오인하기도 한다. 종업원이 매장 밖에서의 만남이나 교제 요구를 거절한 뒤에도 접근이 반복되거나, 매장에서 결제한 금액을 이유로 사적 관계를 요구하면서 갈등이 발생한다는 증언이 나왔다.
부산 소재 메이드카페에서 약 1년간 근무했던 종업원 A(22)씨는 고백 거절로 인한 손님과의 갈등에 대해 "(메이드와) 사귀려고 오시는 분들도 많다. '내가 한 달에 돈을 이만큼이나 썼는데 왜 안 사귀어주냐'며 반발심을 품는 분들이 계신다"며 "손님이 밖에서 보자고 하거나 고백한 것을 거절하는 게 손님과 메이드의 사이가 나빠지는 원인 중 하나"라고 증언했다.
문제는 거절 이후에도 요구를 반복하거나, 결제 금액을 근거로 사적 관계를 요구하는 데 있다. 일부 사례에서는 메이드들의 퇴근 후 회식에 따라오는 등 스토킹으로 의심되는 정황도 확인됐다. A씨는 "한번은 메이드들끼리 회식 장소를 얘기하는 걸 손님이 엿듣고 따라온 경우가 있었다"며 "들어와서 손님이 저희에게 인사를 했는데, 순간 '이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당시의 당혹스러운 상황을 전했다.
이처럼 매장 안팎의 도 넘은 접근은 미성년자 종업원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A씨는 "한 손님은 성인 메이드에게는 잘해주면서 미성년자 메이드들만 집요하게 따라다니는 경우가 있었다. 매장 입장에서는 어쨌든 수익에 도움이 되는 손님이다 보니, '안 받을 수가 없다'며 메이드의 출입 금지 요청을 거부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친밀감을 상품화하는 노동 구조 속에서 일부 손님이 경계를 오인할 때, 매장의 미비한 보호 조치가 종업원을 고스란히 위험에 노출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이현숙 탁틴내일 대표는 "애초에 (미성년자 메이드를 손님 옆좌석에) 착석시키는 것 자체가 유해한 환경에 노출시키는 행위"라며 "고용을 포함해 권력 관계가 존재하는 곳이기에 아이들이 (업주나 손님의 사적 만남 요구를) 거절하기가 구조적으로 어렵다"고 짚었다.
"상처받아도 내 이름 검색해요"... 종업원 품평회장 된 '메이드카페 갤러리'
오프라인 매장의 미비한 보호는 메이드들을 마음놓고 '소비자'의 입장에서 평가할 수 있도록 하는 온라인 2차 가해의 빌미를 줬다. "손님을 애인처럼 대하라"고 교육하는 특정 매장의 이름을 언급하며 '손님 친화적'이라고 일컫는 식이다.
디시인사이드 '한국 메이드카페 뒷담 갤러리' 등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익명의 유저들이 메이드카페 종업원들의 신상정보를 추측하거나 외모 품평, 성희롱 등을 공유하는 것을 심심찮게 확인할 수 있었다. 메이드들의 외모를 '별점'으로 치환해 등급을 매기거나, 특정 메이드가 신체 접촉을 잘해 준다며 후기를 공유하기도 한다.
A씨는 해당 커뮤니티의 존재를 손님을 비롯해 메이드, 업주 등 "모두가 의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일본어 츠나가리(つながり, 관계)에서 유래해 메이드와의 사적 관계를 뜻하는 은어인 '쯔'에 대한 내용을 쉽게 접할 수 있었다. 특정 지역 매장이나 종업원을 대상으로 '고가의 샴페인을 까면 섹쯔(성관계)가 가능하다'는 식의 성매매성 정보를 공유하는 정황도 포착됐다.
이러한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커뮤니티를 접속하는 이유에 대해 A씨는 "일반인인데 연예인이 된 기분"을 느끼게 해 주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어 "욕이 올라와도 자기 이름을 검색했을 때의 반응이 궁금해서 항상 보게 된다"며 "멘탈이 건강한 친구들이 많이 없다 보니 어떤 종업원은 (커뮤니티 비방글 확인 후) SNS에 자살을 암시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기자가 직접 서울 소재 메이드카페에서 만난 B씨는 팔에 자해 흔적이 있는 앳된 종업원이었다. 메이드카페에서 일하는 이유에 대해 B씨는 "여기서는 이런(화려한) 화장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PC방 같은 곳에서 일하면 사람들이 '쟤 뭐야?' 하고 수군거리는데, 여기서는 자연스럽게 여긴다"고 답했다.
또한 "저희는 콘셉트가 일본 '지뢰계' 느낌이다. 학생 때는 굶더라도 한 달 용돈 15만원을 모두 써서 지뢰계 옷을 사 입고 다녔다"고 말했다. '지뢰계'는 밟으면 터지는 지뢰처럼 '가까워지면 정신적으로 감당하기 힘들다'는 의미에서 유래한 일본의 서브컬처 용어다. 국내 1020 세대 사이에서는 특유의 어두운 레이스 패션 스타일을 뜻하는 동시에, 내면의 결핍이나 정서적 불안을 공유하고 연대하는 하위문화이기도 하다. A씨도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등 정신병 약을 복용하는 '지뢰계' 친구들이 많다"며 "손님들 중에도 실제로 지뢰계를 일부러 찾아다니며 자해흔이 취향이라고 이야기하는 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착석도, 노출 의상도 법적 문제 없어"… 단속 장벽에 가로막힌 지자체, 해결책은
이처럼 온·오프라인 피해 우려에도 단속과 처벌은 현실적인 장벽에 가로막혀 있다. 마포구청 위생과 관계자는 "메이드카페가 주점이 아닌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돼 있어 식품위생법상 미성년자 고용 금지 업소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종업원에게 선정적인 복장을 입히거나 손님과 동석해 대화하는 접객 행위를 하더라도 구청 차원에서 이를 규제하거나 처분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토로했다. 구청 측 역시 선정적인 마케팅을 자제해 달라고 권고한 바 있으나 강제력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단속반의 현장 적발을 교묘하게 피하는 업주들의 꼼수도 문제다. 구청 관계자는 "보통 매장 문을 닫아두고 영업하기 때문에 단속반이 벨을 누르고 신분을 밝히는 순간 문제 될 만한 행위가 중단돼 현실적으로 현장을 적발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규제 근거가 모호한 상황에 대해 이현숙 대표는 과거 룸카페나 비디오방의 선례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 대표는 "과거에도 문제가 되면 청소년들이 이용해도 되는 조건을 만들어 그 조건에 해당하면 출입이 가능하고 그렇지 않을 때는 금지하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며 "메이드카페도 청소년에게 안전한 업소, 고용이 가능한 업소가 되려면 기준을 명문화할 필요가 있고, 근로계약서를 쓸 때도 보호자 동의를 확실히 받고 아이들에게 제한해야 하는 조항들을 넣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플랫폼의 책임과 관련해서도 "미국의 경우 성착취물이나 온라인 그루밍 등이 발견되면 닉맥(NCMEC)이라는 기관으로 신고해 삭제를 지원하고 경찰이 수사하도록 협업한다"며 "우리나라도 단순히 플랫폼이 요청하면 삭제하는 데서 끝내지 않고 발견 시 신고하도록 의무를 부과하는 아동청소년성보호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는데, 이런 부분들이 필요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마포구청 측은 사각지대 우려가 커짐에 따라 6월 말 식약처 및 서울시와 관내 업소 대상 합동 점검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이처럼 청소년 안전에 대한 기준 강화와 접객 행위의 명확한 법제화 등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선행되지 않는 한 '보여주기식 단속'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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