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법원, 트럼프 '출생시민권 제한' 제동
2026.07.01 10:25
트럼프 "의회가 입법으로 폐지해야" 반발
미국 연방대법원이 미국에서 태어난 아이에게 자동으로 시민권을 부여하는 ‘출생시민권’을 제한하려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위헌으로 판단했다. 미국 이민정책의 근간으로 여겨져 온 제도를 뒤흔들려던 트럼프 행정부의 시도에 제동을 건 것이다.
30일(현지시간) 연방대법원은 부모가 미국 시민이나 영주권자가 아닌 경우 미국에서 태어난 자녀의 시민권을 제한하도록 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6대 3 의견으로 무효라고 판결했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다수의견을 대표해 작성한 판결문에서 해당 행정명령이 수정헌법 14조에 위배된다고 설명했다. 미국 수정헌법 14조는 미국에서 출생하거나 귀화한 모든 사람에게 시민권을 보장하고 있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시민권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권리를 갖기 위한 권리’, 즉 우리 정치 공동체에 자유롭게 참가할 권리”라며 “수정헌법 14조를 제정한 선조들은 그 약속을 이 땅에서 태어난 모든 사람에게 확대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법원은 오늘 그 약속을 지켰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보수 성향의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과 진보 성향 대법관 3명은 모두 다수의견에 동참했다. 또 다른 트럼프 임명 대법관인 브렛 캐버노는 행정명령 자체를 위헌이라고 보지는 않았지만 다른 법리적 근거를 들어 최종 결론에는 동의했다.
반면 보수 성향인 클래런스 토머스, 닐 고서치, 새뮤얼 얼리토 대법관은 반대 의견을 냈다. 토머스 대법관은 고서치 대법관과 함께 낸 반대의견에서 “이번 판결은 미국 시민권의 가치를 훼손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의 출생시민권 해석이 잘못됐다며 취임 첫날인 지난해 1월 20일 미국에 불법·임시 체류하는 외국인 부모 사이에 태어난 자녀에게 출생시민권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문제로 삼은 부분은 수정헌법 14조의 ‘미국의 관할권에 속하는 사람’이라는 문구였다. 정부 측은 이 조항이 노예 해방 이후 흑인에게 시민권을 부여하기 위해 마련된 취지이지 비자 소지자나 불법체류자의 자녀에게까지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에 민주당 소속 주지사가 이끄는 22개 주와 워싱턴DC는 행정명령이 수정헌법 14조에 위배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대법원 판결에 대해 “미국에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고 평가하며 의회가 입법을 통해 출생시민권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같은 날 법무부도 허위 사유를 내세워 미국에 입국한 뒤 자녀를 출산해 시민권을 취득하려는 사례를 집중적으로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월 상호관세 위법 판단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정책이 법원 결정에 의해 잇따라 타격을 받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대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리사 쿡 미 중앙은행(Fed) 이사를 해임하려던 시도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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