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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에 하나씩 달린 키링, 어쩌면 위로는 그런 작은 것에서부터 [아미랑]

2026.07.01 09:01

<암이 예술을 만나면>
사진=김태은 교수 그림

요즘 사람들의 가방에 달려있는 키링을 바라보는 게 습관 중 하나입니다. 유명한 캐릭터 인형도 있고, 여행지에서 사 온 기념품처럼 보이는 것도 있습니다. 연인으로 보이는 두 사람의 가방에는 같은 인형이 달려 있는데, 나란히 흔들리는 모습마저 서로를 닮아 다정해 보입니다. 바쁜 걸음으로 계단을 뛰어오르는 사람의 뒤를 따라 키링도 함께 달랑거리며 주인의 속도를 맞춥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저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집니다.

그러다 문득, 우리 삶을 버티게 하는 것도 어쩌면 이런 작은 것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병원에서 시간을 보내는 많은 분은 갑작스러운 질병을 겪으며 특별한 기적보다 사소한 순간들에서 더 크게 감동을 느낀다고 말씀하십니다. 의사가 건네준 따뜻한 한마디, 바쁜 간호사가 내민 위로의 손길, 보호자가 깎아 준 과일 한 조각, 오랜만에 걸려 온 친구의 전화, 창밖으로 스며드는 햇살 한 줄기 같이 작은 삶의 순간들을요.

이러한 경험을 ‘작은 연결(small connections)’이라 부릅니다. 삶을 송두리째 바꾸는 거대한 사건은 아니지만, 사람과 사람을, 사람과 세상을, 그리고 사람과 자기 자신을 이어주는 작은 고리입니다. 그 작은 고리들이 하나둘 이어질 때 사람은 생각보다 훨씬 단단해집니다.

병원에서 환자들과 미술 치료를 할 때 저는 종종 ‘나만의 키링 만들기’ 활동을 합니다. 지금 나에게 가장 소중한 것, 간직하고 싶은 감정, 다시 연결되고 싶은 사람을 작은 오브제로 만들어 하나의 키링에 담아보는 시간입니다.

어떤 분은 완성한 키링을 링거대에 달아두고 손으로 만지작거리며 미소를 짓습니다. 주말마다 찾아오는 손주들에게 선물하고 싶다며 여러 개를 만드는 분도 계십니다. 회복에 대한 소망을 담은 한 환자는 침대 옆 창가에 올려두고 기도할 때마다 바라본다고 하셨습니다. 어머니를 돌보고 있던 한 보호자는 남자친구의 제대를 기다리며 남자친구와 함께 찍은 스티커사진을 붙여 하나의 키링을 만들기도 하였습니다.

무엇을 달아볼지 고민하고, 자신의 손으로 직접 만들어 완성한 작은 물건은 치료실을 나선 뒤에도 자신을 지탱해 주는 연결의 상징이 됩니다.

키링 하나를 달면 가방은 조금 더 무거워질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추억과 의미는 매일 우리를 소중한 사람과, 희망 그리고 삶과 다시 연결해 줍니다.

삶이 힘들수록 우리는 거대한 희망과 기적을 찾으려 애씁니다. 하지만 때로는 거창한 희망보다 작은 연결 하나가 하루를 버티게 해줍니다. 누군가의 미소, 짧은 안부 문자 한 통, 함께 마신 차 한 잔이 우리의 마음을 다시 세상과 이어주는 것처럼 말입니다.

오늘은 마음속에 있는 알록달록한 구슬들을 하나씩 꺼내 나만의 행복 키링을 만든다고 상상해 보면 어떨까요. 그 행복의 키링은 여유로운 산책길에도, 조급함이 밀려오는 검사실 대기 시간에도, 또 긴장되는 면담 순간에도 묵묵히 곁에서 우리를 붙잡아 줄 것입니다.

당신의 마음에는 지금 어떤 키링이 달려 있나요? 오늘 집으로 돌아가는 길, 하나의 키링을 달아본다면 무엇을 매달고 싶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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