댐 높이고, 안 쓰고 남는 물 끌어온다…호남 반도체 산단 용수 대책은
2026.07.01 06:00
호남권 신규 반도체 산업단지의 용수 부족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기존 댐의 높이를 높이고, 발전용수와 하수를 활용해 하루 필요량 65만t을 공급한다는 구상을 내놨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30일 공개한 서남권 신규 반도체 산단 용수 세부 공급 방안을 보면, 정부는 먼저 동복댐의 여유량 5만t과, 댐을 높여 확보하는 25만t 등 하루 30만t을 공급하기로 했다. 동복댐은 1985년 건설된 용수 전용 댐으로,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중 광주 지역에 하루 27만t을 공급하는 등 주요 식수원이다.
주암댐의 미사용 용수 5만t과 장흥댐의 여유 수량 10만t도 반도체 산단에 공급된다. 주암댐 상류에 있는 보성강댐은 발전용수 10만t을 공업용수로 전환한다. 보성강댐은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 댐이다.
나주댐에서 공급하던 농업용수는 공업용수로 전환된다. 현재 나주댐 물을 공급받는 영산강 하류 지역에는 더 가까운 영산강 본류의 물을 대신 공급해 하루 21만t의 댐 용수를 절약하고, 이 가운데 10만t을 반도체 산단에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하수처리장에서 정화한 물을 다시 처리해 재활용하는 하수재이용수도 공업용수로 공급한다. 기후부는 “광주제1하수처리장의 하수재이용수를 역삼투막 처리해 하루 30만t의 공업용수를 추가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호남 반도체 산단에 하루 65만t의 공업용수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반도체 생산시설(팹) 4기와 협력업체 등이 입주해 사용할 용수량을 합산한 수치다.
이번 기후부의 세부 공급 방안 발표는 최근 호남 반도체 산단을 둘러싼 공업용수 부족 논란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야당과 일부 언론이 반도체 산단의 물 부족 문제를 제기하자,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7일 자신의 SNS에 “호남에도 영남이나 수도권만큼 물은 충분하다”며 “하루 100만t의 산업용수 공급도 가능한 것으로 검토됐다”고 반박했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도 “영산강과 섬진강 유역 면적이 한강이나 낙동강보다 작지만 7개의 댐이 있다”며 “하루 약 100만t 이상의 용수를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공급 방안만으로 공업용수 부족 우려가 해소된 것은 아니다. 용수 공급 시기와 물 배분 원칙 등 핵심 사항은 여전히 제시되지 않았다. 기후부는 “용수 공급의 세부 방식과 일정은 해당 기업과 협의해 추진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했다.
환경단체는 댐 높이를 높이면 생태계가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동복댐 상류 지역은 산림 비율이 높아 댐 증고로 이 일대가 수몰될 경우 야생동물 서식지가 감소하는 등 생태계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정부의 물 관리 정책에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석열 정부 당시 기후부는 물 부족 해소를 위해 14개 신규 댐 건설을 추진했는데, 이번에는 기존 수자원의 재배분만으로 대규모 용수 공급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안숙희 환경운동연합 정책변화팀장은 “정권과 정책 기조에 따라 물 부족 해법이 크게 달라지면 물 관리 정책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수 있다”며 “무엇보다 국가물관리기본계획에 근거하지 않고 지금처럼 사후적으로 물을 배분하는 것은 정부가 세운 물 관리 계획을 스스로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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