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모리 가문의 귀환···페루 대선서 게이코 후지모리 당선
2026.07.01 06:00
라틴아메리카 일본계 부녀 대통령 탄생
6월 29일(현지 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페루 선거관리위원회(ONPE)는 지난 6월 7일 치러진 대통령선거 결선투표 개표를 100% 완료했고, 최종 집계 결과 후지모리 후보는 50.135%를 얻어 좌파 성향 로베르토 산체스 함께하는페루 후보(49.865%)를 이겼다. 두 후보 간 득표 차이는 약 0.27%포인트(4만 9600표)에 그쳤다.
이번 승리로 후지모리 당선인은 페루 역사상 선거를 통해 뽑힌 첫 여성 대통령이 됐다. 앞서 그는 2011년, 2016년, 2021년 대선에 출마했지만 모두 패배했다.
후지모리 당선인은 부친의 정치적 유산과 논란을 동시에 안고 있는 인물로 평가된다. 그는 과거 1990~2000년 철권통치를 휘두르다 인권 유린과 부패 혐의로 복역 후 사망한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딸이다. 후지모리 당선인의 대선 승리로 라틴 아메리카에서 일본계 부녀 대통령이 배출되는 기록이 세워지게 됐다.
후지모리 당선인은 1990년대 중반 부모의 이혼으로 인해 19세의 나이로 퍼스트레이디 역할응 하면서 정치 무대에 데뷔했다.
페루의 현대사를 이야기 할 때 후지모리 가문을 빼놓을 수 없다. 1980년대 후반 페루는 국가 경제가 붕괴 수준에 이르는 초인플레이션을 겪었다. 물가는 수천 퍼센트까지 치솟았고, 화폐 기능은 마비됐다. 또 마오주의 게릴라 조직과의 무력 충돌이 격화되면서 국토 상당 부분은 국가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 곳으로 전락했다. 취약한 중앙정부 구조는 그 한계를 드러냈다.
이때 등장한 인물이 알베르토 후지모리다. 일본계 이민자 가정 출신인 그는 기술관료라는 아웃사이더 이미지를 앞세워 페루 국민들 사이에서 돌풍을 일으켰고, 1990년 대선에서 기득권 엘리트를 대표하던 후보를 꺾고 당선됐다.
그러나 그의 통치 방식은 빠르게 권위주의로 기울었다. 의회와의 충돌이 잦아지자 1992년 알베르토 후지모리는 군의 지원 아래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의회를 해산한 뒤 헌법 개정을 추진하며 권력 집중 체제를 구축했다.
1990년대 중반 이후에는 부패와 인권 유린 논란이 본격화됐다. 언론 통제, 정치 공작, 불법 감청 의혹이 이어지며 정권의 정당성이 약화됐다. 2000년 그는 일본으로 도피한 뒤 팩스를 통해 사임을 발표했다.
이후 2005년 칠레 방문 중 체포돼 페루로 송환됐고, 게릴라 토벌 과정에서 민간인 학살과 부패를 저지른 혐의가 인정돼 2009년 페루 법원으로부터 징역 25년형을 선고받았다. 각종 논란 끝에 그는 2023년 사면됐지만 암투병 중인 2024년 향년 86세로 사망했다.
페루에서 알베르토 후지모리에 대한 평가는 극단적으로 엇갈린다. 누군가에게 국가를 혼란에서 구해낸 영웅이었지만 또 다른 이들에게는 민주주의를 훼손한 독재자다.
페루는 지난 10년 동안 8명의 대통령이 교체될 정도로 극도의 정치적 불안과 치안·경제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집권한 후지모리 당선인이 앞으로 국정을 어떻게 이끌어갈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후지모리 당선인은 이번 대선 개표가 완료된 직후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페루국가선거심판원(JNE)의 발표를 겸손함과 신중함, 책임감을 갖고 기다리겠다”며 “모든 페루 국민을 위한 질서와 희망의 길에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다”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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