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그만 괴롭혀···일본으로 오라” 일본에 번진 동정론, 무슨 일?[이윤정 기자의 소소월드]
2026.06.30 10:48
한국의 ‘집단적 비난’ 분위기에 반감 보여
한국 축구대표팀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이후 가장 거센 화살은 홍명보 감독에게 쏟아졌다. 그러나 정작 일본에서는 예상과 다른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실패한 감독을 조롱하기보다 과도한 비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이어졌고, 비판의 초점은 홍 감독 개인보다 한국 축구협회와 한국 사회의 집단적 비난 문화로 옮겨갔다.
이 같은 분위기는 일부 일본 언론과 야후재팬 댓글, 정치권 반응에서 확인된다. 가장 먼저 주목받은 인물은 일본 중의원 의원인 고노 다로다. 그는 29일 자신의 X(옛 트위터)에 “우리 OB인 홍명보를 괴롭히지 말라”고 적으며 공개적으로 홍 감독을 두둔했다. 고노 의원은 과거 홍 감독이 뛰었던 J리그 쇼난 벨마레 대표이사를 지낸 인연이 있다.
일본 스포츠 칼럼니스트 에노키도 이치로 역시 “명보, 일본으로 오라. 당신의 투지를 J리그 팬들은 잊지 않았다”고 적으며 응원의 뜻을 밝혔다.
흥미로운 것은 일본 온라인 여론의 방향이다. 야후재팬 기사 댓글에서는 경기력보다 ‘패배 이후 벌어진 한국 사회의 반응’을 문제 삼는 의견들이 높은 공감을 얻었다.
한 이용자는 “최선을 다한 결과라면 책임은 감독을 선임한 사람이 져야 한다. 결과론으로 누구나 비난할 수 있다”고 적었다. 또 다른 이용자는 “감독과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패했다고 한 사람을 철저히 공격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결과가 나쁘면 이렇게까지 두들겨 맞으니 한국 대표팀 감독을 하고 싶겠느냐”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일부 댓글은 한국 축구협회에 책임을 돌렸다. “축구협회는 패배를 남 탓으로 돌리는 태도를 버리고 장기적인 강화 시스템부터 세워야 한다.” “감독을 비난하기 전에 이런 상황을 방치한 협회와 이를 제대로 비판하지 않은 언론부터 돌아봐야 한다.”
특히 일본 네티즌들의 관심은 홍 감독 개인보다 한국 사회의 ‘집단적 비난 문화’에 쏠렸다. 가장 많은 공감을 얻은 댓글 가운데 하나는 일본의 오래된 공동체 배제 관행인 ‘무라하치부(집단따돌림)’를 거론한 글이었다. 작성자는 “일본에서 사라진 무라하치부 문화가 바다를 건너 한국에 뿌리내렸다”고 적었다. 무라하치부는 규범을 어긴 사람을 마을 공동체가 집단적으로 따돌리던 풍습을 뜻하는 말로, 해당 댓글은 홍 감독을 향한 비난 여론을 집단 따돌림에 빗댄 것이다.
이 밖에도 “한 사람을 집단적으로 공격하는 문화 같다”, “유명인이 한 번 실패하면 살아가기 어려운 사회처럼 보인다”, “마녀사냥을 보는 것 같다”, “패배한 사람을 위로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이런 분위기라면 한국 대표팀 감독을 맡고 싶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일부 댓글은 한국 사회 전반을 일반화하거나 비하하는 표현으로까지 이어졌다. “왕따 문화가 남아 있는 것 같다”, “한국에 태어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은 다른 나라를 존중하는 법부터 배워야 한다”, “국민성 때문에 발전이 어렵다”는 등의 원색적인 비난도 보였다.
다만 이 같은 반응을 일본 사회 전체의 인식으로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대부분은 야후재팬 기사에 달린 댓글을 중심으로 형성된 온라인 여론이다. 그럼에도 이번 논란에서 눈에 띄는 점은 일본의 관심이 한국의 월드컵 탈락 자체보다 ‘패배를 대하는 한국 사회의 방식’으로 향했다는 사실이다.
실제 일본 축구계는 대표팀 성적이 부진할 경우 감독 개인의 책임뿐 아니라 협회의 장기 육성 정책과 감독 선임 과정, 시스템 전반을 함께 논하는 경향이 강하다. 일본 축구 전문 매체 풋볼 채널과 사커 다이제스트 역시 대표팀 실패를 다룰 때 감독 개인보다 협회의 구조적 문제와 중장기 비전을 함께 짚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일본에서 홍 감독을 향한 동정론이 나온 것도 그의 지도력을 높이 평가해서라기보다, 패배한 감독에게 비난이 집중되는 한국 사회의 분위기를 더 낯설게 바라본 측면이 크다. 여기에 일본 사회에 오래전부터 형성된 ‘한국은 실패한 개인을 끝까지 몰아붙인다’는 인식과, 한국 관련 기사에서 강경한 의견이 자주 부각되는 야후재팬 뉴스 댓글 문화가 맞물리면서 비판의 화살은 홍 감독 개인보다 한국 사회를 향했다.
실제로 야후재팬에서는 한일전 스포츠게임, 한국 정치 이슈, K컬쳐 등을 다룬 기사에서도 한국 사회를 일반화하거나 비판하는 댓글이 공감 순 상위에 오르는 경우가 반복돼 왔다. 이번 홍 감독 논란 역시 축구를 넘어 한국의 사회문화와 국민성을 평가하는 댓글로 이어졌다. 월드컵이라는 스포츠 이슈가 국경을 넘어 ‘한국 사회는 실패를 어떻게 다루는가’라는 질문으로 확장된 셈이다.
다만 축구를 계기로 사회와 국민성까지 재단하는 시선은 한국이든 일본이든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스포츠는 종종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 되지만, 그 거울이 한 나라 전체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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