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도 졌다… 주먹구구식 감독 선임에 아우들까지 몰락
2026.07.01 00:48
‘종이 호랑이’ 된 연령별 대표팀
북중미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축구 팬들의 관심이 온통 홍명보호에 쏠려 있던 지난 6월 초, 한국 축구가 태국에서 큰 망신을 당했다. 9월 일본에서 열리는 아이치 나고야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U-23(23세 이하) 축구 대표팀이 키르기스스탄과의 연습 경기에서 0대1로 진 것이다. 중앙아시아의 키르기스스탄은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 106위에 불과한 팀으로, 이날 경기에선 후반 24분 1명이 퇴장당해 10명이 뛰고 있었다. 양민혁(토트넘), 이영준(그라스호퍼), 윤도영(브라이턴) 등 유럽파 5명을 포함해 정예로 나선 대표팀은 수적 우위에도 후반 36분 결승골을 내주고 무릎을 꿇었다. 연습 경기라고 해도 한국이 모든 연령대 대표팀을 통틀어 키르기스스탄에 진 건 이날이 처음이었다.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축구 팬 사이에선 “연령별 대표팀에 홍명보 감독보다 더한 심연(深淵)이 있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바로 키르기스스탄전을 지휘한 이민성(53) U-23 대표팀 감독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 감독은 지난 1월 AFC(아시아축구연맹) U-23 아시안컵에서 연일 졸전을 펼치다가 4강에서 일본에 0대1로 패했고, 3·4위전에서는 베트남에 승부차기로 졌다. U-23 대표팀이 베트남에 진 것도 처음이었다. 작년 말엔 사우디아라비아와 두 차례, 중국과 한 차례 맞붙어 8골을 내주는 동안 한 골도 넣지 못하고 3패했다.
이민성 감독에 대한 경질 여론이 빗발쳤지만,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회는 올해 2월 ‘유임’을 결정했다. 위원회는 “경기력이 분명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평가하면서도 “아시안게임까지 연속성을 유지하는 게 적합하다”고 했다.
이민성호의 부진은 대한축구협회가 방치하다시피 했던 연령별 대표팀 감독 선임 시스템이 낳은 사실상의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임 황선홍 감독이 2024 파리 올림픽 본선 진출 실패 후 팀을 떠난 뒤 U-23 대표팀은 1년 동안 감독 없이 헛돌았다. 축구협회가 홍명보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때 불거진 공정성 논란 수습에 정신이 가 있었기 때문이다. 작년 5월 새롭게 구성된 전력강화위원회는 3주 만에 부랴부랴 이민성 감독을 U-23 대표팀 사령탑에 앉혔다. 40년 만에 처음으로 올림픽에 못 나간 실패에 대한 분석도, 새로운 비전을 갖고 팀을 강하게 만들 적임자인지 제대로 검증할 시간도 부족했다. 당시 이 감독은 프로축구 대전에서 성적 부진으로 사퇴해 1년째 휴식 중이었다. 2018년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땄을 때 코치로 일조한 이력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허술한 지도자 선임 과정은 U-20(20세 이하) 대표팀에서도 확인된다. 축구협회는 지난 2024년 5월 약 1년간 공석이던 U-20 대표팀에 주요 팀 지도자로서 큰 성과가 없던 대학 축구팀 출신 이창원(51) 감독을 앉혔다. 이민성 감독 때와 마찬가지로 독일 출신의 스타 감독 위르겐 클린스만 경질과 임시 감독 선임 등 국가대표팀 업무에 집중하다가 미뤄 놓은 가욋일 처리하듯 허겁지겁 감독 선임을 마무리했다. 이렇게 지휘봉을 잡은 이 감독도 U-20 레벨에서 20년 만에 중국에 패배(2024년 6월)하는 등 지도력 부실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유망주들이 모인 17세 이하 대표팀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지난 5월 AFC 아시안컵에서 우즈베키스탄에 져 8강 탈락했다. 장차 월드컵 무대를 누빌 유망주의 성장 무대인 연령별 대표팀이 죄다 지도력 공백 속에 흔들리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연령별 대표팀 시스템을 먼저 정상화하는 게 축구 강국으로 발돋움하는 첫걸음”이라고 입을 모은다. 유소년부터 성인 대표팀까지 지도자들이 일관된 비전을 공유하며 연령별 로드맵을 수립, 장차 세계의 빅리그와 월드컵에서 활약할 선수층을 두껍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감독 선임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잉글랜드는 15세부터 21세 대표팀까지 지도자 라인업을 한꺼번에 발표해 한 묶음으로 관리한다. 독일은 U-20 대표팀 감독이 유소년 전체의 훈련과 발전을 담당하는 디렉터 역할까지 겸임한다. 어린 선수를 지도하는 연령별 대표팀 코칭 스태프는 5년 이상 장기적으로 맡거나, 해를 거듭해 선수들이 성장하는 것에 맞춰 지도자도 상위 팀으로 승격하는 방식도 언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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