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조 반도체 투자 성공하려면… "골든타임 3년" "수도권 인프라 갖춰야"
2026.07.01 04:31
"전력용수 확보가 생산시설 앞서야"
"기업과 정부 역할 제도로 명확히"
"수도권 수준의 정주 여건이 중요"
삼성과 SK가 800조 원 이상을 쏟아붓기로 한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계획에 대해 30일 전문가들은 전력·용수·인력의 전폭적인 정부 지원을 입 모아 주문했다. 허허벌판인 첨단산업 단지를 조성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만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선언적 지원을 넘어 강력한 실행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민관 합동 대규모 추진 시의적절"
민·관 합동 메가 프로젝트 추진의 취지와 시점에 대해 30일 전문가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낸 최기영 전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반도체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정부와 기업이 반도체, AI 데이터센터, 피지컬 AI를 3대 프로젝트로 추진하는 것은 시의적절하다"고 평가했다.
박재근 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석좌교수)도 현재 메모리 공급이 인공지능(AI)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용인 클러스터 조기 완공과 추가 생산거점 확보는 적절한 결정"이라고 봤다.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부 교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이번 투자를 "대한민국 산업 구조를 AI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한 역사적 승부수"라고 평했다.
반도체 산업 특성상 생산시설은 집적될수록 효율적이다. 하지만 비수도권 분산이 현실적인 대안일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동의했다. 김형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차세대반도체연구소장은 "수도권 집중은 한계에 이른 만큼 지방 분산은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김용석 AI 반도체 M.AX 얼라이언스 위원장(가천대 반도체대학 석좌교수)은 "용인 클러스터 조성을 완결한 뒤 AI 수요에 따라 추가 생산거점을 비수도권으로 확대하는 투 트랙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일부 전문가들 속도 강조 "골든타임 3년"
다만 인프라 기반이 약한 비수도권의 한계와 생산기지가 밀집한 수도권과 시너지를 내려면 이제부터가 중요하다는 게 학계 공통의 견해다. 박영준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명예교수는 "생산시설(팹)과 소재·부품·장비 기업이 멀리 있으면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AI 시대에는 첨단 패키징과 광반도체 중요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큰 만큼 호남은 기존 광산업 기반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한우 영남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산업단지 조성에 그칠 것이 아니라 대학과 연구기관, 지역 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혁신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지속가능한 클러스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속도를 강조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박영준 명예교수는 메모리 팹 신설 중심의 방향에는 우려를 표하면서도 반도체 클러스터의 기반 구축이 "3년 안에 이뤄져야 한다"고 봤다. 전날 3대 메가프로젝트 발표 당시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피지컬 AI 강국으로 가는 골든타임을 3년으로 꼽은 것과 같은 맥락이다. 권 교수는 "인프라 구축 시점이 팹이나 AI 데이터센터 가동보다 늦어지면 정부가 강조하는 속도전은 의미를 잃게 된다"며 전력망과 용수 공급 시설을 생산시설보다 앞서 확보해야 한다는 점을 짚었다. 박재근 교수는 "클러스터 지정과 전력수급 계획의 법적 기반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삼전하닉-전문가들 공통 주문은 '정주 여건'
전문가들은 인력 확보와 산업 생태계 조성, 안정적인 인프라 구축뿐 아니라 정책의 '지속가능성'을 핵심 과제로 꼽았다. 정권 교체와 관계없이 사업이 지속될 수 있도록 정책 거버넌스와 법·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 전 장관은 기업과 정부의 역할을 제도적으로 명확히 할 필요성도 제언했다.
전날 청와대 메가프로젝트 발표 자리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경영진은 인재들의 정주 여건을 마련해달라고 정부에 호소했다. 전문가들도 같은 목소리를 냈다. 김용석 위원장은 "특화학과 신설, 교육·문화시설 확보 등 수도권 수준의 정주 여건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한우 교수는 지역 대학과 기업, 연구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트리플 헬릭스' 혁신 구조를 만들고, 지역에서 축적된 기술과 인재가 다시 지역 창업과 투자를 이어가는 순환형 혁신 생태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재근 교수는 수도권 연구개발(R&D) 거점을 '마더팹', 호남 생산시설을 '도터팹'으로 운영하면서 수도권 숙련 인력이 기술 이전과 교육을 담당하는 체계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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