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시간 전
창문 열었다고 아동학대?…교권 보장돼야 학생 인권 보장 [문소영의 직격인터뷰]
2026.07.01 00:14
교총 역대 최연소 강주호 회장에게 ‘참교육’의 길을 묻다
지난달 29일 서울 양재동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관에서 만난 강주호 교총 회장의 말이다. 경남 진주의 중학교 수학교사 출신인 그는 2024년 12월, 38세 나이로 교총 사상 최연소 회장에 당선됐다. 교총 쇄신 요구와 교권 붕괴에 대한 교육 현장의 불안이 겹친 결과였다. 그는 선거 때부터 교권 보호를 내세웠고 ‘5대 입법 과제’ 일환으로 ‘악성 민원 맞고소제 의무화’와 ‘교육활동 관련 소송 국가책임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악성 민원의 최대 피해자는 학생들
Q : 드라마 ‘참교육’을 어떻게 봤나.
A : “드라마는 통쾌한 해피엔딩으로 끝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아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았다. 가장 와닿은 것은 학부모 악성 민원을 다룬 5화였다. 2023년 서울 서이초 사건을 모티프로 했다 들었다. 현장 교사 중엔 그 회차를 보고 외상후스트레스장애에 가까운 고통을 호소한 이들도 있었다. 교권보호위원회(교보위)가 있어 이런 학부모에게 과태료를 물릴 수 있지만, 2025년 과태료 부과 60건 중 59건이 이행되지 않았다. 교권 침해를 당하고도 신고해 교보위가 열리게 하는 교사는 14% 정도에 그친다. 실질적 제재가 되겠느냐는 의구심 때문이다.”
Q : 드라마에서 체벌이나 사적 응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에는 비판도 많다. 안민석 경기교육감의 ‘교권보호국’ 구상과 특전사·해병대 출신 교사 언급도 논란이 됐다.
A : “폭력은 말이 안 된다. 학교는 아이의 변화와 성장을 이끌어내는 교육 공간이다. 드라마는 가해자를 악인으로 규정하고 파멸시키지만, 진짜 학교는 피해 학생을 치유하고 가해 학생도 교육적 처벌로 변화시키는 곳이어야 한다. 문제는 교사의 훈육을 법이 받쳐줘야 하는데, 그 장치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안 교육감 발언은, 이후 교권 보호 의지가 과하게 표현됐다고 정정한 것으로 안다.”
Q : 실제로 학교에서 벌로 청소 시키는 것 등도 어려운가.
A : “그러면 바로 정서적 아동학대로 신고하겠다는 민원이 들어온다. 정서적 아동학대는 아동복지법 제17조에 해당하는데 적용 기준이 모호해 악용된다. 교사가 환기를 위해 창문을 열자 학생이 추위를 느낀 게 정서적 아동학대라며 신고한 학부모도 있다. 법을 개정해 적용기준을 명확히 하자는 게 5대 입법 과제 중 하나다. 아동학대처벌법 제10조의2 ‘불이익 금지’ 조항도 악용돼 어처구니없는 신고에도 무고죄 적용이 어렵다. 원래 이 법들은 부모의 자녀 학대를 막기 위해 생겨났다. 그런데 일부 학부모에게 교사를 공격하고 길들이는 수단이 됐다. 맘카페에서 누가 ‘아이 담임에게 불만 있다’고 하면 다른 엄마가 ‘그러면 아동학대로 신고하면 된다’며 팁을 일러주는 사례도 적지 않다.”
Q : 결국은 무혐의로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 그 과정에서 교사들이 고통을 받는 건가.
A : “기소율은 3% 정도밖에 안 된다. 하지만 결과가 나올 때까지 교사는 엄청난 시간적·정신적·금전적 비용을 치른다. 신고를 당하면 시청·교육청·경찰에서 각각 조사를 받아야 한다. 경찰 수사에서 무혐의가 나와도 검사만 사건을 종결할 수 있어 1년 가까이 걸린다. 그래서 교육감 의견서와 경찰 판단이 모두 ‘아동학대 아님’이면 경찰 단계에서 종결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 경우 시간을 3개월 정도로 줄일 수 있다.”
Q : 또 다른 입법 과제로 ‘교육활동 관련 소송 국가책임제’는 무엇인가.
A : “지금은 억지 신고라도 교사 개인이 변호사를 구하고 기관을 오가며 외로운 싸움을 해야 한다. 자동차사고 때 보험사가 대리하듯, 교육 관련 법적 분쟁이 생기면 교육청이 교사를 대리해 대응하는 것이 국가책임제다. 하루 2명꼴로 교사가 아동학대 신고를 당한다. 학부모는 ‘아님 말고’ 식으로 손해 볼 것이 없으니 남발한다. 그래서 ‘맞고소제 의무화’도 추진한다. 2024년 교보위 상정 건수는 4234건인데 교육감 고발은 20건 남짓이었다. 명백한 악성 민원과 무고성 신고에는 교육감이 의무적으로 업무방해죄나 무고죄로 맞고소하도록 법적 기반을 만들려 한다.”
Q : ‘맞고소’라는 말이 학부모와 교사를 대립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A : “대부분 학부모를 겨냥한 말이 아니다. 100명, 1000명 중 1명의 악성 민원이 전체를 무너뜨리는 것을 막자는 것이다. 교사가 악성 민원에 대응하느라 수업과 훈육을 제대로 못 하면 선량한 대다수 학생의 학습권과 안전이 침해된다. 전주에서 악성 민원으로 담임교사가 6번 바뀌고 학생들이 떠나 학급이 붕괴된 사례가 보도됐다. 서울에서도 학생 부회장 선거 문제로 학부모가 300차례 민원을 넣고 교사들과 교장, 교육감까지 고발한 사례가 있었다.”
Q : ‘역할론적 교권’을 주장해 왔는데 그것은 무엇인가.
A : “특권을 달라는 뜻이 아니다. 국가는 교사에게 아이들의 배움과 성장을 맡겼다. 그렇다면 그 역할을 수행할 권한과 조건을 줘야 한다. 지금 우리 현실에선 교사가 ‘이 학생이 기초학력이 부진해 남겨서 공부를 시키겠다’고 할 때 학부모가 ‘우리 아이에게 낙인을 찍느냐’며 반대하면 공부를 시킬 수 없다. 해외에서는 이 경우 부모의 아동학대·방임이 되기도 한다. 교사의 훈육을 교육에서 배제하고 ‘단순 처벌’이나 ‘인권 침해’로만 보면서 공교육의 비극이 시작됐다.”
Q : 학생인권조례가 교권 약화에 영향을 줬다고 보나.
A : “최근 10년간 한국 공교육이 무너진 이유 중 하나가 학생인권조례의 부작용이라고 본다. 교사들만 이렇게 보는 게 아니다. 지난해 12월 한국교육개발원 조사에서도 국민 39.7%가 교권 침해 원인 1위로 ‘학생인권의 지나친 강조’를 꼽았다. ‘참교육’ 3회에 성추행 누명 쓴 교사가 나오는데, 실제 모델인 2017년 전북 부안의 고 송경진 교사 사건이 대표 사례다. 경찰은 무혐의로 결론 냈지만 학생인권조례에 따라 운영되는 기구들이 인권침해로 판단했다. 그래서 전북교육청 징계 절차가 벌어졌고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몇 년 뒤 송 교사는 법원에서 순직 인정을 받았고 지난 정부 때 대통령 근정포장까지 받았다. 경남에는 학생인권조례가 없지만 학생 인권이 존중받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헌법, 교육기본법, 청소년 관련 법으로 이미 보호된다. 2010년 경기도에서 조례를 처음 도입할 때 미국 뉴욕주의 학생권리장전을 참고했는데 권리는 많이 가져오고 책임은 선언적으로만 넣었다. 학생 인권과 교권은 적대 관계가 아니다. 교권이 보장돼야 대다수 학생의 인권도 지켜진다. 학생인권조례는 취지는 좋았지만 부작용이 커 이제 없애야 한다.”
수족관이 동물학대 장소라는 민원도
Q : 학교들의 현장체험학습 기피에 대해 대통령이 책임 회피라고 비판하자 교사들이 현실을 모른다고 반발했고 교육부는 고의나 중과실이 없으면 교사의 민·형사상 책임을 면제하는 방안을 내놨는데.
A : “불가항력적 돌발 사고에도 인솔 교사가 유죄 판결을 받는 사례들로 교사들은 공포를 느낀다. 게다가 현장체험학습은 과도한 행정업무와 각종 악성 민원의 종합판이 되곤 한다. 체험학습 한 번에 교사들은 43종 서류와 300쪽 매뉴얼을 챙기고, 차량 점검과 기사 음주 측정까지 떠맡는다. 수족관에 갔다고 ‘동물학대 장소에 왜 갔느냐’는 민원도 들어온다. 교육부 방안의 취지는 좋지만 부족하다. 교총 조사에서도 실효성이 낮을 것이라는 응답이 82%였다. 교사는 교육활동을 설계하고, 안전관리는 전문 인력이 맡는 대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또한 교사 면책 기준이 더 확실해야 한다.”
Q : 교총 최초의 삼십대 회장이다. 이제 3년 임기의 중반인데, 그간 한 일과 남은 기간 하고 싶은 일은?
A : “교권 관련 법안을 계속 발의하고 일부 성과도 냈다. 예전에는 반복적 교권 침해여야 인정됐지만, 이제는 단 한 번이라도 중대하면 교권 침해로 인정할 수 있도록 교원지위법이 개정됐다. 학교폭력처럼 교권 침해에서도 가해 학생을 긴급 분리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됐다. 앞으로 5대 입법 과제를 추진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공교육을 살리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학교에 예산과 인사의 자율성이 더 있어야 한다. 비본질적 행정업무는 학교 밖으로 이관해야 한다. 교복 공동구매 성분 조사부터 채용·시설 관리까지 행정업무가 교사들에게 전가돼 있다. 교육감 직선제 이후 교육감 공약과 복지 사업이 학교로 내려오며 교사 업무가 더 늘었다. 교사가 행정에 매달리니 수업 연구와 학생 교육이 밀린다. 여기에 악성 민원까지 겹치니 교사들이 더욱 수업에 집중할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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