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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사랑하며] 갈매기의 꿈

2026.07.01 00:33

함혜주 이리히 스튜디오 대표

중학교 입학식 무렵, 열 살 터울의 사촌 언니가 책 한 권을 선물했다. 그 시절 나는 친구와 아이돌 가수에 온통 관심이 쏠려 있었던 터라, 심심할 때나 겨우 몇 장 들추다 덮어버리곤 했다. 모처럼 책장을 정리하다가 오랫동안 잊힌 채로 방치돼 있던 그 낡은 책을 손에 쥐었다. 누렇게 바랜 표지에는 리처드 바크, ‘갈매기의 꿈’이라 적혀 있었다. 무심히 책을 펼쳤는데, 예전에는 겉돌던 문장들이 성큼성큼 마음속으로 걸어 들어왔다.

먹이를 얻기 위해 나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더 높이 더 멀리 날고 싶다는 순수한 열망 하나로 끊임없이 날갯짓을 반복하는 갈매기 조나단. 어린 나는 무리에서 외면당하면서까지 왜 그토록 날고 싶어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자신만의 비행을 고집하는 조나단이 외롭고 고단해 보였다. 이제는 그 치열한 비행이 한 사람의 삶이었다는 것을 안다. 누구에게 인정받지 못해도 혼신을 다하는 날들이 있고, 수없이 부딪히고 좌절해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꿈이 있다는 것을. 사촌 언니는 갓 중학생이 된 나에게 이 책을 건네며, 훗날의 나를 응원했던 것 같다. ‘동생아, 네가 진정 원하는 삶을 찾아 날아가’ 하고. 그로부터 십 년이 흐른 스물넷의 가을, 나는 갈매기 조나단처럼 나만의 비행을 시작했고, 서툴고 무모했던 날갯짓 끝에 바라던 삶을 만났다. 그사이 사촌 언니는 먼 타국으로 떠나 둥지를 틀었다. 그녀 역시 자신의 세상을 향해 수없이 날갯짓하며 나아갔던 또 다른 조나단이었다. 책은 읽는 사람의 경험만큼 다시 쓰인다는 말을 새삼 실감한다. 같은 책을 읽었는데도 전혀 다른 감동을 품게 되는 건, 그간 내 삶에도 크고 작은 도전과 눈물겨운 실패들이 쌓였기 때문이리라. 언니가 책 속에 담아 보낸 마음이 이제야 제대로 보이는 듯하다. 긴 세월이 흐른 뒤에 다시 이 책을 펼치면 어떤 마음이 피어오르려나. 그날을 고대하며, 힘찬 날갯짓으로 내 세상을 열어야겠다.

함혜주 이리히 스튜디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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