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스테이블코인 진통…은행권 “1770조 이탈 부른다” 반발
2026.06.30 00:02
29일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미국 루이지애나의 지역은행 개런티은행에서는 최근 90일 동안 고객 계좌에서 약 4만 달러가 가상자산으로 빠져나갔다. 액수는 크지 않지만, 은행 측은 대규모 자금 이탈의 전조로 본다. 트로이 리처즈 행장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나 거래소가 이자·보상까지 얹어주면 예금이 빠지는 속도는 훨씬 빨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런 위기감 속에 약 4000개 지역은행을 대표하는 미국독립지역은행협회(ICBA)는 이달 초부터 수십만 달러 규모의 광고 캠페인에 나섰다. “가상자산 대기업에 특혜를 주면 그 대가는 지역사회가 치른다”는 게 핵심 메시지다. 스테이블코인이 확산하면 최대 1조3000억 달러(약 1770조원)의 예금이 빠져나가고, 8500억 달러 규모의 중소기업·농업 대출도 쪼그라들 수 있다는 게 ICBA의 추산이다.
표적은 의회에 걸린 클래리티법(CLARITY Act)이다. 가상자산 거래·발행·중개를 연방 규제 틀에 묶는 시장구조법으로, 지난 5월 14일 상원 은행위원회를 15대 9로 통과했다. 핵심 쟁점은 스테이블코인 보상이다. 단순 보유에 대한 이자는 제한하되 결제·송금 등 실제 사용에 연계된 보상은 허용하는 선에서 절충됐는데, 은행권은 이마저도 예금과 다를 바 없는 수익을 안겨주는 셈이라며 반발한다. 은행처럼 돈을 끌어모으면서 자본·유동성 규제는 비껴가는 ‘규제 차익’이 생긴다는 것이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도 앞서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 “은행들은 그런 방식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가세했다. 반면 가상자산 업계는 “지역사회 보호가 아니라 시대에 뒤떨어진 사업 모델을 경쟁으로부터 보호하려는 것”이라며 반박했다.
통과 전망은 밝지만은 않다. 트럼프 일가의 가상자산 이해충돌, 자금세탁·탈중앙화금융(DeFi) 규제를 둘러싼 이견이 여전하다.
특히 민주당은 트럼프 일가의 월드리버티파이낸셜과 밈코인 등 가상자산 사업을 문제 삼으며 이해충돌 방지 조항 강화를 요구한다.
공화당과 백악관은 특정 대통령을 겨냥한 규정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갤럭시리서치는 지난 26일 상원 일정 지연과 위원회 간 문안 조율 등을 이유로 연내 통과 가능성을 60%에서 50%로 낮춰 잡았다.
한국에도 같은 논쟁이 번질 수 있다. 한국은행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신중한 것도 예금 이탈과 통화정책 약화, 자본유출을 우려해서다. 다만 한국 내 논의는 ‘보상 허용’이 아니라 아직 ‘누가 발행하느냐’에 멈춰 있다. 한은·은행권은 은행이 지분 51% 이상을 쥔 컨소시엄에만 발행을 맡기자는 ‘51% 룰’을 주장하는 반면, 금융위원회는 핀테크에도 길을 터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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