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30일까지 나가라’…남아공 반이민 광풍에 외국인 ‘엑소더스’
2026.06.30 16:59
AP통신과 프랑스 일간 르몽드 등에 따르면 최근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와 더반, 케이프타운 등 주요 도시의 버스터미널과 공항에는 본국으로 돌아가려는 이주민들이 몰리고 있다.
최근 남아공에서는 ‘마치 앤드 마치(March and March)’라는 반이민 운동이 급속도로 세력을 키우고 있다. 이 단체는 불법 체류 외국인들에게 이달 30일까지 남아공을 떠날 것을 요구하며 전국적인 시위를 벌여왔다. 이에 짐바브웨, 말라위, 모잠비크, 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 각국 출신 이주민들이 귀국길에 오르고 있다.
남아공 정부에 따르면 올해 초 반이민 시위가 본격화된 이후 1만2000명 이상의 이주민이 추방되거나 본국으로 송환됐다. 인접 국가 당국들은 특별 항공편과 버스를 동원해 자국민 귀환을 지원하고 있으며 약 3500명은 자발적으로 귀국을 선택한 것으로 집계됐다.
남아공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외국인 혐오 폭동을 겪었다. 하지만 외국인들이 대규모로 탈출에 나서는 현상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반이민 시위 참가자들은 이주민들이 범죄를 저지르고 남아공 국민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 열악한 의료 시스템 속에서 외국인들이 세금을 내지 않으면서 공공 서비스를 과도하게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일부 시위대는 불법 이민자를 직접 색출하겠다며 사실상 자경단 활동에 나섰다. 일부 지역에서는 창과 곤봉 등을 든 남성들이 외국인으로 의심되는 사람들에게 신분증과 체류 허가증 제시를 요구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집단 폭행과 전기충격기, 후추 스프레이 등을 이용한 가혹행위 사례도 잇따라 보고되고 있다.
BBC에 따르면 합법적인 비자를 받아 체류 중인 외국인들까지 위협을 받으면서 생업을 포기하거나 귀국을 결정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말라위 출신 이주민 에스나트 조제프(36)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남아공 남성 10여 명이 흉기와 채찍을 들고 집에 들이닥쳤다”고 증언했다. 그는 “그들이 ‘당장 떠나라. 더 이상 이곳에 머물 수 없다’고 말했다”며 “남편은 머리와 목 부위를 칼에 찔려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까지 반이민 시위와 관련해 최소 4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남아공에서는 2008년 외국인 혐오 폭동으로 60명 이상이 사망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오는 11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반이민 정서가 정치적 동원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제이컵 주마 전 대통령이 이끄는 야당 세력인 ‘움콘토 웨 시즈웨(MK)’와 연계된 온라인 선전 활동이 반이민 정서를 키웠다는 것이다.
남아공 통계청에 따르면 현재 남아공에는 약 300만 명 이상의 외국인이 거주하고 있다. 이는 전체 인구의 약 5%에 해당한다. 대부분은 짐바브웨, 모잠비크, 말라위 등 인접 국가 출신이다.
남아공의 공식 실업률은 현재 32.7%에 달한다. 여기에 치안 불안과 공공 서비스 붕괴, 장기적인 경제 침체가 겹치면서 외국인 혐오 정서가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은 불법 이민 단속 강화 방침을 밝히면서도 “사회적 약자를 희생양으로 삼는 것은 국가가 직면한 복합적인 경제 문제의 해법이 아니다”라며 “국가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어떠한 폭력 행위도 용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당국은 폭력 사태에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예고했으나 30일 요하네스버그와 더반 등 주요 도시에서 반이민 시위가 계속 허가되면서 긴장감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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