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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주하는 코스피, 뒷걸음질치는 코스닥…격차는 더 커졌다 [위기의 코스닥, 씁쓸한 30주년]

2026.06.30 11:43

AI 시대…반도체 쏠림에 코스피 급등
코스닥, 오히려 시가총액 감소 ‘역주행’

개인 9조 순매도, 신뢰 하락 자금이탈
ETF와 시총 맞먹는 상황…존재감 약화

급등락·테마주·부실기업 혼재 등 한계
동전주 퇴출·세그먼트 ‘체질개선’ 시급
1월 26일 종가 기준 코스피 지수가 5000선· 코스닥이 1000선을 동시에 돌파하면서 투자자들의 기대를 한껏 모았다. 그러나 ‘인공지능(AI) 랠리’로 코스피는 ‘구천피(코스피 9000포인트)’로 내달린 반면 코스닥은 후퇴해 900선에 머물고 있다. 6월의 마지막날인 30일 오전 서울 중구 우리은행 딜링룸에 반도체주 강세로 상승세를 보인 코스피와 외국인 매도세에 약세를 나타낸 코스닥이 표시돼 있다. 윤창빈 기자


코스닥 시장이 7월 1일로 개장 30주년을 맞지만, 시장에는 축포 대신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올해 인공지능(AI) 반도체 랠리가 코스피를 달구는 동안 코스닥은 철저히 소외되며, 오히려 시가총액이 줄어드는 등 역주행하고 있어서다.

‘한국판 나스닥’을 꿈꾸며 달려온 30년, 상장 기업수는 늘었지만 잦은 급등락에 여전히 시장의 신뢰는 얻지 못하고 있다. 고강도 수술을 통해 코스닥의 체질을 개선해야만 다음 30년을 기대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말 505조원 수준이었던 코스닥 상장사의 합산 시총은 현재도 500조원대 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26일에는 478조원으로 올해 초보다 오히려 27조원 넘게 감소했다. 코스닥 시총이 400조원대로 내려앉은 것은 25일과 26일이 처음이다.

한때 1200선을 돌파했던 코스닥 지수는 6월 들어 급등락 끝에 900선마저 내줬다. 26일 기준으로 코스닥 지수는 연초 대비 8% 하락했다. 반면,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는 99.59% 급등했다.

더욱 뼈아픈 대목은 코스닥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과도 경쟁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는 점이다. 500조원 초반에서 코스닥 전체 시총과 ETF 총 순자산이 비등한 수준이다. 25일에는 국내 ETF 총 순자산이 코스닥 전체 시총을 20조원 이상 뛰어넘기도 했다.



코스닥 소외 현상의 핵심 원인으로는 글로벌 AI 시대 개막에 따른 극심한 ‘반도체 쏠림’이 꼽힌다. 시장 자금이 AI 수혜주라는 거대한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며 유동성이 코스피 대형주로만 집중됐다.

실제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SK스퀘어, 삼성전자우, 삼성전기, 삼성생명, 삼성물산 등 이른바 코스피 내 ‘S7(삼성 및 SK 관련주)’을 제외한 나머지 종목들의 시총 합은 코스닥 지수와 유사한 흐름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반도체 쏠림이 완화할 경우 바이오 비중이 높은 코스닥의 약진을 기대해 볼 수 있으나, 여전히 높은 금리 환경과 장기 순매수 주체였던 개인 자금의 이탈 등을 감안할 때, 상승 추세는 시기상조라는 지적이다.

부실한 코스닥의 펀더멘털(기초체력) 역시 한계로 지목된다. 잦은 급등락과 테마주 장세, 실적과 주가의 괴리, 우량기업과 부실기업의 혼재 등은 코스닥의 고질적인 병폐로 꼽혀왔다. 지난 30년간 상장 기업 수와 규모 면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으나, 시장의 질은 외형을 따라가지 못했다.

올해 들어 거세진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 이탈은 코스닥 시장에 대한 신뢰가 얼마나 떨어졌는지를 보여준다. 지난해 코스닥 시장에서 7조853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 하단을 방어했던 개인들은 6월 26일까지 무려 9조8667억원을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시장에서 93조7360억원을 사들인 것과는 정반대된 행보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코스닥의 부진은 단순 낙폭 과대 문제가 아니다”라며 “장기 순매수 주체였던 개인 자금이 이탈하고 있고, 코스닥의 이익 개선 속도는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개인 수급 복귀와 이익 추정치 반등이 확인되기까지 상대적 열위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증권가에서는 코스닥의 장기적 상승을 위해서는 구조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시장의 질 자체를 높여야만 자본이 돌아온다는 의미다.

김두언 하나증권 연구원은 “코스닥의 다음 과제는 더 많은 기업을 상장시키는 것이 아니라, 좋은 기업이 더 높은 평가를 받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라며 “핵심은 승강형 세그먼트와 부실기업 퇴출 강화인데, 단기적으로는 변동성을 만들 수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코스닥 할인율을 낮추는 정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당국은 주가 1000원 미만의 ‘동전주’ 퇴출,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상장사 공개, 코스닥 승강제 도입 등을 추진 중이다. 가치가 떨어지는 동전주를 상장폐지해 시장의 질을 높이고, 저PBR 기업 공개를 통해 각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수익성 개선에 나서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또 코스닥 시장을 프리미엄, 스탠더드 등으로 세분화해 부실기업과 우량기업도 분리한다.

시장의 질적 재편이 예고된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코스닥 내에서도 옥석 가리기가 거세질 것으로 봤다. 특히 코스피 지수를 끌어올렸던 AI 테마가 코스닥 시장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분석이다. AI 시대에 ‘반드시 필요한 기업’이 조정기 이후, 재평가를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 연구원은 “코스닥의 다음 30년은 AI 병목에서 시작된다”며 “AI 시대의 병목에는 그래픽처리장치(GPU)뿐만 아니라 전력, 냉각, 패키징, 테스트, 소재, 장비, 네트워크, 데이터센터 인프라가 모두 해당되며, 코스닥의 기회는 바로 이 지점에 있다”고 말했다.

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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