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뒤흔든 '적통 논쟁'…송영길·정청래 이전투구에 웃는 김민석 [최형창의 행간]
2026.06.30 11:32
‘이재명 수호론’으로 프레임 전환
결선투표제 겨냥한 '반청 전선' 가동
더불어민주당의 8·17 전당대회가 40여 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당권 주자 간의 ‘정통성 공방’이 초반 판세를 거칠게 흔들고 있다. 경쟁자인 정청래 전 대표를 향해 “노무현 전 대통령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못했다”고 직격했다가 하루 만에 팩트 오류를 인정하고 고개를 숙인 송영길 의원의 행보가 대표적이다.
여권에서는 이번 설전을 단순한 해프닝으로 보지 않는다. 정치권 안팎에서 꾸준히 흘러나오는 ‘송영길-김민석 연대설’의 맥락에서 보면 이번 정 전 대표와 송 의원 간의 거친 충돌은 ‘반청(반정청래) 전선’의 정교한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본격적인 권역별 순회경선에 돌입하기 전, 각 주자의 이해관계와 당내 역학관계가 복잡하게 맞물리며 터져 나온 ‘신호탄’인 것이다.
최근 각종 당대표 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김민석 국무총리가 선두를 달리고, 정 전 대표가 그 뒤를 바짝 쫓는 양강 구도 흐름을 보였다. 반면 송 의원은 3위에 머물며 다소 정체된 양상이다. 송 의원이 지난 29일 KBS라디오에서 정 전 대표의 ‘노무현 키즈’ 슬로건을 무리하게 꺾으려다 ‘장례식 불참’이라는 사실관계 오류를 낸 배경에는 이러한 지지율 교착 상태를 깨야 한다는 조급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 전 대표의 가장 강력한 무기인 ‘친노·친문 정통성’에 흠집을 내 김 총리 대안으로서의 ‘반청 전선’ 주도권을 쥐겠다는 승부수였다.
송 의원은 팩트 오류에 대해서는 30일 고개를 숙였지만, 곧바로 봉하마을 묘역을 참배한 뒤 “노 전 대통령이 한미 FTA를 추진할 때 그 반대 선봉에 정청래가 있었다”며 과거 정책 노선 갈등을 다시 끄집어내는 방식으로 공세의 끈을 놓지 않았다.
송 의원의 공세는 봉하마을 현장 발언과 페이스북 글을 거치며 한층 교묘해진 ‘프레임 전환’으로 이어졌다. 송 의원은 “누가 노 대통령 죽음 앞에 적통이라고 자기를 내세울 수가 있겠느냐. 우리 모두는 지못미 책임을 지는 죄인”이라며 자신을 낮추는 동시에 논쟁의 본질을 비틀었다.
그는 “지금의 노무현 적통은 정청래, 김민석, 송영길이 아니라 제2의 노무현인 이재명 대통령을 지키고 성공시키려는 깨어있는 시민들”이라고 규정했다. 과거 계파 적통 논쟁을 ‘누가 현재의 이재명 대통령을 가장 잘 보위할 수 있는가’라는 미래 권력 중심의 ‘수호론’으로 치환하려는 전략이다.
이에 대해 정 전 대표는 곧바로 SNS를 통해 “내 입으로 적통의 ‘ㅈ’자도 꺼낸 적이 없다”며 차단막을 쳤다. 정 전 대표는 네 분의 민주정부 대통령(김대중·노무현·문재인·이재명) 역사를 통합적으로 계승하자고 했을 뿐이라며, 송 의원의 공격을 자신을 가두려는 ‘소모적인 프레임’으로 규정하고 “언론 프레임에 맞장구치지 말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두 후보가 전대 초반부터 거친 설전과 감정 섞인 공방을 주고받으면서, 당내 역학관계의 무게추는 자연스럽게 진흙탕 싸움에서 비켜나 있는 김 총리 측으로 이동하는 모양새다.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치러지는 결선투표제를 염두에 둔 ‘송·김 연대설’ 시나리오가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후보 간 팩트 공방과 폭로전이 격화될수록, 현직 총리로서 행정 경험과 안정감을 내세우는 김 총리 측이 ‘여당의 품격과 안정감’을 차별화된 무기로 부각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 조성되는 셈이다. 당내 주류 세력과 친명계 표심이 전대 과정에서의 과도한 충돌이나 과거사 논쟁에 피로감을 느낄수록 김 총리의 대안론은 힘을 받게 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결국 송 의원이 김 총리 대신 총대를 매고 정 전 대표 공세 전면에 나선 셈”이라며 “두 후보가 진흙탕을 뒹구는 사이 김 총리가 친명계 표심을 흡수해 ‘어부지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전대 초반을 달구는 ‘적통 논쟁’의 이면에는 송 의원의 정 전 대표 흔들기를 지렛대 삼아 김 총리가 당권 굳히기에 들어가는 정교한 역학관계가 작동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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