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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도발하는구나” “핵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놈이” “머리카락도 없는데”···1990년대 북핵협상 막전막후

2026.06.30 11:32

1992년 4월 21일 통일각에서 열린 남북핵통제공동위원회 제3차회의 회의장면. 통일부 제공


1992년 12월 핵통제공동위 제13차 회의. 북측이 남측의 ‘외세 의존’을 비판하자 공로명 남측 대표는 “누가 외세에 의존적이고 사대적인지 보여주는 사진을 가져왔다”며 김일성과 스탈린의 초상화가 함께 실린 남측 신문을 거넸다. 그러자 북측 최우진 대표는 “그런 건 가져가시오”라며 받기를 거부했고, 공 위원장이 “아니, 아마 필요할 거요”라며 다시 건네자 결국 사진을 손으로 찢어버렸다. 공 위원장은 “왜 위대한 지도자 사진을 찢습니까?”라고 따졌고, 북측은 그제서야 사태를 파악한 듯 “도발하려고 계획한 것 아니냐”며 거세게 반발했다. 회의장에선 고성과 항의가 오가는 소동이 빚어졌다.

통일부는 1991년 12월부터 1993년 1월까지 총 32회에 걸쳐 진행된 핵협상을 기록한 3836쪽 분량의 남북회담 문서를 30일 공개했다. 남북회담 문서 공개는 2022년 첫 공개 이후 이번이 여덟번째다. 이번에 공개된 자료는 총 3836페이지 분량으로 ‘핵문제 협의를 위한 대표접촉’(1단계) 등 1991년 12월부터 1993년 1월까지 32차례 진행된 남북간 핵 관련 협상장의 분위기가 그대로 담겨 있다. 전문가들은 “역대 모든 남북회담 중 가장 격렬했다”는 협상장 분위기는 이번 공개를 통해 확인됐다. “가만있으라”며 상대측 발언을 중단하고 끼어들기는 다반사였고, ‘깡패’, ‘강도’, ‘놈’ 등의 거친 표현도 쏟아졌다.

1992년 3월 10일 열린 남북핵통제공동위원회 구성·운영을 위한 제6차 대표접촉에서 당시 남측 임동원 대표는 핵시설 사찰의 실효성을 높이자고 요구했으나 북측은 “강도적 주장” “깡패 논리”라는 막말로 거부했다. 그러자 임 대표는 북측 최우진 대표를 향해 책상을 치면서 “핵 문제 토의하는 사람이 핵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고 하는 놈이 어디…(있느냐)”라고 했다. 이에 최 대표는 똑같이 책상을 치며 “야! 어디 책상을 쳐!”라며 목소리를 높였고, 양측 대표 간 고성이 오고갔다.

1992년 4월 1일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핵통제공동위원회 제2차회의에서 양측 대표가 악수하고 있다. 통일부 제공


외모 비하도 있었다. 최우진 북측 대표는 탈모가 있었던 공로명 남측 대표를 향해 “공 위원장 머리카락 없는데, 괜히 모자 안 쓰고 나갔다가 햇볕에 쬐게 되면 건강에 나쁘다”고 조롱했다. 당시 공 대표는 흥분 상태로 열변을 쏟아내는 북측 최 대표에게 ‘우황청심원’을 건네며 진정시키기도 했다.

당시 한국과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 이행을 유도하기 위해 한미 연합훈련인 팀스피리트를 잠정 중단했고, 이를 계기로 남북은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채택했다. 하지만 이후 핵사찰 규정 협상이 교착되자 남측은 “사찰에 응하지 않으면 팀스피리트 훈련을 재개할 수밖에 없다”고 압박했고, 북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당시 협상 과정에서 북측 대표는 “모든 것을 다 뒤집어엎자는 것 아니냐. 공(로명) 위원장 자기 정신인지 모르겠다. 음력설 사흘 놀더니 자기 정신 다 나간 것 아니냐”고 원색적 비난을 퍼붓기도 했다. 결국 양측은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협상은 결렬됐다. 중단됐던 팀스피리트 훈련도 다시 실시됐다.

이번 회담 문서 공개 예비심사위원장을 맡은 정승훈 전 통일부 남북회담본부장은 “되돌아보면 그때 (핵개발) 초기 단계에서 우리가 당시 실현 가능했던 카드로 (협상)에 접근했더라면 (지금과 같은 핵능력 고도화는) 막을수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당시는 대선에 이은 정부 교체 시기여서 ‘레임덕’ 상태의 노태우 대통령 정부가 유연성을 발휘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는 평가도 있다고 정 전 본부장은 전했다. 남북회담 문서 원문은 통일부 남북회담본부·북한자료센터·국립평화통일민주교육원, 경기·강원·충청·호남권 통일플러스센터, 국회도서관, 국회부산도서관에서 열람할 수 있다.

1992년 1월 20일 한반도의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문에 서명하는 정원식 국무총리. 통일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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