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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처벌 안 받아요, 우린 촉법이니까" 조장하고, 막아주고, 독려한 '촉법'

2026.06.30 08:00

[대한민국 법도 '참교육' 들어가나요-②]
촉법소년을 둘러싼 오해와 현실…문제 핵심은 법의 '빈틈'
'만 14세→조건부 13세' 하향 일단락됐지만, 제도 보완 필요
/사진=넷플릭스 '참교육' 갈무리

[파이낸셜뉴스] #. 드라마 '참교육' 6화에는 차량을 훔쳐 난폭운전을 하고, 마약까지 손을 댄 중학교 2학년들이 경찰에 붙잡히지만 훈방되는 장면이 나온다. 아이들은 경찰서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당당한 표정으로 "14살, 촉법소년"이라고 자신들을 소개한다.

촉법소년, 즉 법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 형사미성년자는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된다. 형사처벌 대신 전과 기록이 남지 않는 보호처분(소년원 송치, 보호관찰 등)을 받을 뿐이다. 아이들이 이 사실을 정확히 알고 있다는 것이 문제의 출발점이다.

조재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교사권익위원장은 "초등학생이 여자 선생님들 가방을 연속으로 훔친 사실을 적발해 자백까지 받았지만 학생은 훈방조치됐고 학교에서는 아무 조치도 할 수 없었다"라며 "무인 상점에서 절도를 저지른 학생은 경찰 조사까지 받았지만 촉법소년이기에 훈방 조치됐고, 부모가 비용을 변상한 뒤 아무 일 없이 학교를 다니고 있다"라고 현실을 전했다.

이 밖에도 휴대전화 수거 과정에서 교사에게 "칼로 찔러 죽이겠다"고 협박한 학생, 교실에 무단으로 들어가 교사를 밀쳐 넘어뜨려 전치 12주 상해를 입힌 학생, 수업 중 학생이 50대 남교사를 야구방망이로 폭행해 갈비뼈가 부러지는 등 상해를 입힌 사례 등이 교총에 접수됐다고 밝힌 조 위원장은 "이미 국민 대다수가 촉법소년 연령 하향에 대해 합의가 돼 있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검토가 다시 한 번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라고 강조했다.


드라마 '참교육' 속 촉법소년 묘사가 현실을 왜곡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원민경 성평등부 장관이 지난 11일 정부 출범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드라마나 영화에서 촉법소년이 왜곡돼 묘사되는 경우가 많다. 가장 대표적인 국민적 오해는 촉법소년이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는다는 인식"이라고 짚은 것이 대표적이다.

이에 대해 초등교사 출신인 법무법인 진수의 나현경 변호사는 "촉법소년이라도 중대 범행을 저지르면 보호소년 사건으로 처리돼 소년분류심사원에서 최대 한 달간 생활하며 수사 기록이 남고, 소년원이나 위탁시설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라며 "형사처벌 대신 보호처분을 받는 것이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되는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촉법소년은 형사처벌 대신 보호처분을 받는다. 보호처분은 1호(보호자 감호 위탁)부터 10호(장기 소년원 송치)까지 단계가 있으며, 중한 경우 최대 2년간 소년원에 보내질 수 있다. '아무것도 안 한다'는 통념은 정확하지 않은 셈이다.


문제의 핵심은 촉법소년이 처벌받지 않는다는 오해 자체가 아니라, 아이들이 법의 빈틈을 정확히 인지하고 악용하는 구조가 이미 교실 안에 들어와 있다는 현실이다. 경찰청 집계에 따르면 검거된 촉법소년은 2016년 6493명에서 2025년 2만1095명으로 9년 새 3배 이상 증가했다. 10대 인구 자체는 줄었지만 촉법소년 범죄 건수는 꾸준히 늘어온 셈이다.

/사진=파이낸셜뉴스 [AI생성 이미지 - ChatGPT]

눈에 띄는 것은 범죄 유형의 변화다. 강력범죄 비율은 같은 기간 6.5%에서 3.9%로 줄었지만, 폭력·사기 범죄 비율은 모두 높아졌다. 법무부가 2026년 2월 국무회의에서 보고한 자료에는 촉법소년 성폭력 범죄가 2021년 398건에서 2025년 739건으로 85% 증가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흥미로운 점은 촉법소년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시각이다. 경기 평택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 중인 이모씨는 "6학년 아이들과 논설문 수업을 하다보면 촉법소년 관련해서 학생들이 '연령을 하향시키거나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많이 한다"며 "어른들 생각보다 실질적으로 피해자가 되는 아이들이 (촉법소년의) 범죄를 더 심각하게 보는 것 같다"라고 귀띔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양천구의 한 중학교 교사는 "드라마처럼 '촉법'을 강조하며 안하무인으로 구는 학생을 (현실에서)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라면서도 최근 증가하는 무인점포 절도 등의 사례를 거론하며 "인터넷이나 매체 등을 통해 '이 정도 범죄는 저질러도 큰 처벌을 받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은 분명히 존재한다"라고 설명했다.


최근 촉법소년 논쟁의 쟁점은 1953년 형법 제정 이후 한 번도 바뀌지 않은 '만 14세 미만 형사미성년자' 기준이다. 그러나 촉법소년 연령 하향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도 꾸준히 나온다. 해당 논쟁과 별개로, 법 인식의 왜곡을 바로잡고 소년 사법 인프라를 재설계하는 일이 병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나현경 변호사는 연령 하향보다 보호처분 기간 상한 조정을 포함한 제도 보완의 필요성을 제안했다. "실질적으로 아이를 사회에서 격리하고 올바른 교육을 제공하는 측면에서 봤을 때, (범죄의 종류에 따라) 2년(소년원 송치 최대 기간)이라는 시간은 굉장히 짧을 수 있다"는 것이 이유다.

조재범 위원장은 촉법소년 논의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교사에 대한 보호 역시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교사에 대한 지속적이고 심각한 폭행에 대해서는 생활기록부 등재가 제도화 되어야 한다고 본다"라고 주장한 조 위원장은 "교권 침해에 대한 최소한의 기록과 책임이 전제될 때, 비로소 교실에 합당한 질서와 존중이 자리 잡을 수 있다"며 교육 원칙 회복을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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