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 급여화’에 중증환자 반발…대국민 토론회 취소
2026.06.29 21:17
복지부 “재검토 필요 판단” 공론화 절차 중단…연내 추진 쉽지 않을 듯보건복지부가 하반기 중점 추진과제로 내세운 ‘탈모 치료 건강보험 적용(급여화)’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환자단체는 29일 기자회견을 열어 “중증질환자가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다음달 초 개최하기로 했던 관련 토론회를 전격 취소하는 등 비등한 반대 여론에 밀리는 모양새다.
희소질환인 KT증후군을 겪고 있는 아들을 둔 서이슬씨는 이날 청와대 앞에서 열린 탈모 치료 건보 급여화 관련 한국환자단체연합회 기자회견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서씨는 “사회적 차별과 삶의 질 저하가 건강보험 보장성의 기준이 될 수 있다면, 왜 선천성 희소질환 환자들은 여전히 건강보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이냐”며 “청년 탈모의 사회적 영향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우리 사회는 저희 아이와 같은 희소질환 환자들의 현실을 먼저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PROS환자단체가 KT증후군 등 선천성 희소복합혈관이형성 질환 환자와 보호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74명 중 86.8%가 건보 적용의 한계 때문에 경제적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3명 중 1명은 비용 때문에 필요한 치료를 포기하거나 미룬 경험이 있었다. 서씨는 “제 주변엔 잦은 병원행으로 안정적인 직장을 갖지 못하는 사람들, 치료비 걱정에 스리잡을 뛰는 부모들이 있다”며 “정부는 희소질환자의 의학적 필요와 삶의 질을 중심으로 급여 기준을 전면 개정하고, 희소질환자에게 필요한 시술과 약제, 보조기, 신발 등 소모품에 급여 적용을 확대해달라”고 촉구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정부가 탈모 치료제 급여화 여부를 사회적으로 숙의하는 것 자체를 반대하진 않는다”며 “숙의는 필요하지만, 순서가 틀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탈모 치료제보다 생명과 직결된 중증질환 치료에 건강보험 재정을 우선 투입하라”고 주장했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지난 15일 발표한 성명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탈모 급여 확대는 건강보험의 근간인 의학적 필수성과 급여 우선순위를 정면으로 흔드는 포퓰리즘 정책”이라며 추진 중단을 촉구했다.
정부는 행정안전부 주관으로 다음달 4일 열려던 ‘모두의 토론회’를 전격 취소했다. 정부는 국민이 직접 정책 논의에 참여하는 공론장인 모두의 토론회 첫 번째 주제로 ‘탈모 치료제의 건보 급여 적용’을 선정하고, 국민참여단 200명이 의논하는 방식으로 공론화를 진행할 계획이었다.
복지부는 “토론회를 앞두고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탈모 급여 확대에 대한 여러 입장이 충분히 제기된 점을 감안해 시간을 두고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토론회는 중단하더라도, 청년을 비롯한 국민들의 건강 문제를 해결하고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 발굴은 계속해나갈 계획”이라고 알렸다.
정부가 공론화 계획을 일단 접으면서 탈모 치료 건보 적용 논의는 당분간 속도 조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건보 적용을 추진하려면 의학적 필요성과 재정 영향 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와 정책적 타당성을 먼저 확보해야 하는데, 공론화 절차가 중단되면서 논의 동력이 크게 약화했다. 정부가 향후 별도의 정책 연구나 의견 수렴을 거쳐 논의를 재개할 가능성은 있지만, 올해 하반기 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안건으로 상정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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