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남성의 절반이 ‘고의적 부정선거’라고 답했다 [6·3 지선 이후 유권자 인식 여론조사]
2026.06.30 06:45
6·3 지방선거에서 선거관리위원회는 뜻밖의 파문을 일으켰다. 투표용지가 부족해 투표가 잠시 중단됐다가 재개되는 일이 전국 26개 투표소에서 발생했다. 투표가 가장 오래 중단된 곳은 서울 송파구 잠실2동 제2투표소로, 105분 동안 투표가 멈췄다. 개표소로 활용된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는 참정권 침해와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2주 넘게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사태로 선관위는 헌법기관이라는 위상에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되었다.
선관위를 향한 유권자의 믿음에는 어느 정도 균열이 생겼을까? 〈시사IN〉은 6월9일부터 10일까지 시행한 ‘6·3 지선 이후 유권자 인식 여론조사’에서 선관위를 신뢰하느냐고 물었다. ‘신뢰하지 않는다’라는 응답이 79%에 달했다(〈그림 1〉 참조). 응답자 다섯 명 중 네 명은 선관위를 신뢰하지 않는 셈이다. 다른 국가기관과 비교해도 꽤 낮은 성적이다. 법원과 검찰을 ‘신뢰하지 않는다’라는 응답은 각각 59%, 68%였다. 법원과 검찰을 ‘신뢰한다’라는 응답은 각각 34%, 25%였다.
지난해 〈시사IN〉이 실시한 두 차례 여론조사 결과와 비교해보면 이번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선관위에 남긴 상처가 얼마나 쓰라린지 짐작할 수 있다. 한 번은 지난해 6월 대선 이후 실시한 ‘대선 이후 유권자 인식 여론조사’, 다른 한 번은 3개월 뒤 진행한 ‘2025 신뢰도 조사’이다. 2025년 6월 조사에서 ‘선관위를 신뢰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전체 응답자의 49%였다(〈시사IN〉 제927호 ‘부정선거 음모론 약해지고 고립되고’ 기사 참조). 비상계엄과 탄핵 그리고 대선을 거친 시점에, 절반 가까운 응답자가 선관위를 신뢰했다. 지난해 9월 조사에서는 그 비율이 줄었다. 전체 응답자의 37.3%가 선관위를 신뢰한다고 답했다(〈시사IN〉 제942호 ‘국가기관 신뢰도 일제히 상승’ 기사 참조). 수치는 낮아졌지만, 국회·대법원·검찰·경찰 등 다른 국가기관 신뢰도보다는 높았다. 그러나 지방선거 이후 이뤄진 이번 조사에서는 선관위를 신뢰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14%에 불과했다.
다섯 명 중 네 명은 ‘선관위 불신’
세부 지표를 뜯어볼수록 ‘선관위 불신’ 징후는 뚜렷해진다. 앞서 거론한 2025년 9월 조사 때까지만 하더라도 선관위는 정치 성향에 따른 신뢰도 편차가 뚜렷한 기관이었다. 보수 성향 응답자의 64%가 선관위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반면, 같은 응답을 한 진보 성향 응답자는 16%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 선관위 불신은 진보 성향에서도 다수 나왔다. 자신을 보수 성향이라고 밝힌 응답자는 93%가, 진보 성향 응답자는 72%가 선관위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명하는 조사는 아직 진행 중이다. 여야는 6월16일 선관위를 상대로 국정조사(정식 명칭 ‘투표용지 부족 사태 등 국민참정권 침해 진상규명 및 선거관리 개혁을 위한 국정조사’)를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는 여야 9명씩 동수로 구성하고, 위원장은 국민의힘에서 맡기로 했다. 국민 관심이 높은 만큼 조사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국정조사 기간을 45일로 제한했다. 국민의힘은 6월17일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위원장에 5선 윤상현 의원을 내정했다.
정치권에서 이뤄지는 조사와 별개로, 지방선거 이후 선관위는 자체 진단을 통해 ①투표용지 인쇄 비율 부적정 ②상황판단 부족 ③가이드라인 부재 ④위기대응 체계 부재 등 네 가지를 이번 사건의 원인으로 꼽은 바 있다. 전반적인 ‘관리 부실’이 원인이라는 것이다. 선관위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유권자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이번 조사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전체 응답자 가운데 63%가 ‘선관위의 준비 부족과 관리 부실’을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판단했다(〈그림 2〉 참조). 나머지 31%는 ‘고의적이고 조직적인 부정선거 의도’가 있었다고 봤다. 응답자 세 명 중 두 명은 ‘부실선거’, 한 명은 ‘부정선거’로 인식하는 것이다. 모든 연령대에서 부실선거로 생각하는 응답자가 부정선거라고 보는 응답자보다 많았다.
그러나 전체 비율과 정반대의 양상을 보인 유일한 그룹이 있다. ‘20대 남성’이다. ‘부정선거’라고 생각하는 응답자가 ‘부실선거’로 본 응답자보다 많았다. 20대 남성 응답자 절반에 가까운 49%가 ‘고의적이고 조직적인 부정선거 의도’에 동의했다. ‘선관위의 준비 부족과 관리 부실’이 원인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40%였다. 20대에서는 남녀 간 시각차가 매우 컸다. 20대 여성 응답자는 70%가 이번 사태를 부실선거라고 판단했다. 부정선거라고 믿는 20대 여성 응답자는 21%였다.
부정선거 의혹은 윤석열이 2024년 12·3 비상계엄을 선포한 명분 중 하나였다. 비상계엄 선포 후 윤석열은 군병력을 경기도 과천에 있는 중앙선관위로 출동시켜 서버를 확보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이번 조사에서도, 12·3 비상계엄이 정당하다고 응답한 사람 가운데 79%는 이 사태의 원인을 부정선거로 봤다.
부정선거 음모론의 대표적인 주장 중 하나인 ‘중국 개입설’에 동의하는지 물었다. 중국 개입설에 동의하는 응답자는 네 명 중 한 명 수준이었다. “우리나라의 부정선거에 중국이 개입했다”라는 주장에 전체 응답자의 63%가 ‘동의하지 않는다’, 25%는 ‘동의한다’고 답했다(〈그림 3〉 참조).
〈시사IN〉은 2025년 6월 조사에서 같은 문항에 대한 의견을 조사했다. 당시 ‘부정선거에 중국이 개입했다’는 주장에 전체 응답자 중 18%가 동의한다고 답변했다(제927호 ‘부정선거 음모론 약해지고 고립되고’ 기사 참조). 1년이 지난 올해 6월 이 비율은 25%로 다소 반등했다. 대선을 거치며 주춤해지던 부정선거 주장 세력이 이번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거치면서 다소 몸집을 부풀리는 양상이다.
‘중국의 선거 개입설’은 아직 폭넓게 공감받는 주장은 아니다. 진보 성향 응답자의 89%는 중국 개입설에 동의하지 않았다. 보수 성향 응답자 중에서는 47%가 중국 개입설에 동의했고, 42%는 동의하지 않았다. 20대 남성은 이번 문항에서도 눈에 띄는 응답을 나타냈다. 20대 남성에서 중국 개입 주장에 동의하는 비율이 46%로, 동의하지 않는 비율(35%)보다 높았다. 다른 연령·성별 그룹에서 이러한 역전 현상은 없었다.
응답자 과반 “재선거 해야”
재선거에 대한 의견은 어떨까? 재선거가 실제로 이뤄질 수 있을지 아직은 미지수이나, 이번 조사에서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투표용지 부족에 영향을 받은 일부 선거는 재선거를 해야 한다”라는 문항에 동의 여부도 물었다.
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53%가 ‘재선거를 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그림 4〉 참조).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자는 37%였다. 정치 성향에 따라 나누어보면, 보수 성향 응답자 가운데 재선거를 해야 한다고 선택한 비율이 66%로 ‘동의하지 않는다(29%)’에 비해 높았다. 진보 성향 응답자는 동의 43%, 비동의 49%였다.
세대별로 의견이 갈렸다. 연령대가 낮을수록 재선거에 대한 요구가 높았다. 20대 응답자의 69%, 30대 응답자의 61%, 40대 응답자의 53%가 ‘재선거’에 동의했다. 반면 50대와 60대는 재선거에 동의하지 않는 비율이 더 높았다. 50대 46%, 60대 46%, 70대 이상 47%가 재선거 필요성에 공감했다.
‘이번 사태에 이재명 대통령도 책임이 있다’라는 주장에는 전체 응답자의 48%가 동의했고, 45%는 동의하지 않았다(〈그림 5〉 참조). 이번에도 정치 성향에 따른 의견 차가 컸다. 진보 성향 응답자 중에서는 16%만 이 주장에 동의했고, 81%는 동의하지 않았다. 중도 성향 응답자에서는 동의 45%, 비동의 42%로 엇비슷했다. 반면 보수 성향 응답자 중에서는 다수가 이재명 대통령도 이번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책임이 있다고 봤다. 보수 성향을 가진 응답자의 80%가 이재명 대통령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 〈시사IN〉은 제982호에서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20대 유권자의 표심과 인식을 심층 분석하는 기획을 실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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