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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강 대진표
32강 대진표
‘경우의 수’ 행운은 없었다… 최상 대진표에 최악 성적표

2026.06.29 02:08

홍명보호 결국 32강 탈락 ‘굴욕’

32강 기대 벨기에전 대비했지만
콩고 역전승 거두자 희망 사라져
전쟁치른 이란에도 밀려 최종 34위
洪, 2014년 이어 두번째 참사 재현
손흥민(오른쪽)과 이강인이 28일(한국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치바스 바예 베르데 훈련장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훈련을 시작하고 있다. 한국 대표팀 선수들은 이날 숙소에서 저녁 식사를 하면서 콩고민주공화국과 우즈베키스탄의 2026 북중미월드컵 K조 최종전을 지켜봤는데, 콩고가 역전승을 거두면서 한국의 32강 진출이 좌절됐다. 과달라하라=이한형 기자

한국 축구대표팀의 2026 북중미월드컵 여정이 멕시코에서 막을 내렸다. 이번 대회부터 참가국이 늘어나면서 32개국이나 토너먼트에 오르는 대회였지만 한국은 그 무대조차 밟지 못했다. 이번에도 벼랑 끝에서 경우의 수를 따지는 굴욕이 반복됐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28일(한국시간) 대회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됐다. 이날 K조 콩고민주공화국이 우즈베키스탄에 역전승을 거두면서 한국의 32강 진출 가능성이 사라졌다. 각 조 3위 12개팀 간 경쟁에서 마지노선인 8위 밖으로 밀려나 10위로 내려앉았다. 미국과 전쟁을 치른 이란(9위)한테도 밀렸다. 이란은 이번 대회에서 미국의 비자 발급 몽니 등 갖은 고초를 겪으면서도 한 경기도 지지 않았지만(3무) 32강 티켓을 아깝게 놓쳤다. 한국은 최종 34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과거 32개국 체제라면 본선 밖 순위다.

당초 홍명보호는 ‘첫 원정 8강 진출’을 목표로 삼고 이번 대회에 나섰다. 특히 역대급 ‘꿀조’로 불린 A조에 편성돼 기대가 컸다. 개최국인 멕시코를 제외하고는 체코와 남아프리카공화국 모두 해볼 만한 상대로 평가됐다. 한국은 첫판부터 체코에 2대 1 역전승을 거두며 기대감을 키웠다. 한국이 월드컵 본선 첫 경기에서 승리를 챙긴 건 16년 만이었다.

좋은 분위기 속에서 내친김에 조 1위까지 노려봤다. 한국은 멕시코를 상대로도 분전했으나 어이없는 수비진 실책으로 실점하며 승점을 챙기는 데 실패했다. 그래도 최종전에서 남아공과 비기기만 해도 32강 자력 진출이 가능한 유리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대표팀은 최악의 졸전 끝에 조 최약체 남아공에 0대 1로 잡히며 3위로 추락했다.

이번 대회 가장 먼저 조별리그를 마친 홍명보호는 사흘간 다른 조의 경기 결과를 초조하게 지켜봐야 했다. 승점 3, 골득실 -1에 그친 한국의 32강 진출 가능성은 경기가 거듭될수록 낮아졌다. 남은 9개 조 가운데 3개 팀만 한국보다 낮은 성적을 거두면 됐지만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온 국민이 마치 ‘빙고 게임’ 하듯 경우의 수를 하나씩 지워 나가야 했다.

남아공전 패배 이후 선수단은 긴 침묵에 빠졌다. 김진규(전북)는 “많은 말을 나누기보다 침묵의 시간이 길었던 것 같다”며 “모두가 원하지 않았던 결과가 나왔다. 누구 하나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선수들은 월드컵 축제가 끝난 과달라하라에 홀로 남아 훈련을 이어 왔다. 이날도 32강 진출 희망을 놓지 않고 미국 시애틀에서 만날지 모를 벨기에에 대비해 전술 훈련을 했다. 양현준(셀틱)은 훈련에 앞서 “기회가 주어진다면 머리 박고 뛰겠다. 이기려는 의지를 보여주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진규도 “3차전 같은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지 않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끝내 기회를 얻지 못했다. 선수단은 이날 숙소에서 저녁 식사를 하면서 자신들의 운명이 걸린 콩고와 우즈베키스탄의 최종전 경기를 지켜봤다. 대표팀 관계자는 “초조한 심정으로 경기를 지켜봤다. 콩고가 역전골을 넣고 추가골을 넣었을 때 망연자실하는 모습도 보였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아시아 최고 골잡이’ 손흥민의 마지막 월드컵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은 더욱 크다. 손흥민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월드컵이 열리는 미국 무대로 옮겼지만 정작 미국 땅을 밟아보지도 못한 채 대회를 마쳤다. 대기록도 눈앞에 두고 있던 터다. 월드컵 통산 3골 1도움을 기록한 손흥민은 이번 대회에서 한 골만 추가해도 한국 단독 최다 득점과 최다 공격포인트 기록을 새로 쓸 수 있었다.

2014 브라질월드컵에 이어 두 번째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홍 감독은 이번에도 고개를 숙였다. 유럽파가 대거 포진한 황금세대를 이끌고도 결과는 같았다. 12년 전 홍 감독은 1무 2패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뒤 자진 사퇴한 바 있다. 당시 귀국 행사에서 분노한 팬들이 홍 감독과 선수들을 향해 엿을 던지기도 했다. 이번 남아공전 패배 이후 “모든 건 감독 책임”이라고 밝힌 홍 감독은 거센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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