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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GW 전기·65만t 물 필요”… 어떻게 공급할진 빠져

2026.06.30 00:52

전문가 “태양광 보완할 대책 없어
가뭄 땐 ‘댐 짜내기’로 감당 안 돼”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29일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발표자로 나선 모습.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와 관련된 구체적 전력·용수 공급 방안이라기보다는 원론적 내용에 불과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은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의 발표를 들은 뒤 “기후부 장관이 (오늘 발표자 중) 제일 힘이 넘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막상 김 장관이 발표한 내용은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에 약 6.3GW(기가와트)의 전력과 하루 65만t의 물이 필요할 것이란 ‘전망’뿐이었다.

호남권에 반도체 클러스터를 짓는다는 구상이 알려진 뒤, 반도체 산업의 핵심 요소인 전력과 물을 어떻게 공급할지가 주요 관심사 중 하나였다. 이날 구체적인 내용이 발표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정부는 전력·용수 등 인프라를 책임지고 공급하겠다”는 원론적인 선언에 그쳤다.

전력에 대해선 “전력망 문제는 ‘접속선로 신속 구축’으로 풀고, 전력 조달은 ‘풍부한 재생에너지와 원전 활용’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내용이 전부였다. 호남의 주전원인 태양광은 날씨와 시간대에 따라 출력이 달라진다. 태양광을 24시간 안정적인 전력이 필요한 메모리 반도체 팹(공장)의 기본 전원으로 삼으려면 별도의 보완 발전원이 필수다. 하지만 이에 대한 설명도 없었다. 김 장관은 “향후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수요 전망과 발전원 구성을 반영하겠다”고만 했다. 이상준 서울과기대 교수는 “전력망과 전력 보강은 당연한 것이고, 간헐성이 큰 재생에너지에 원전을 어떻게 조화롭게 연계할지 등의 대안이나 비용 문제, 전력 안정성에 대한 해법 등이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물 공급 방안 역시 마찬가지다. 정부는 “호남권에 다목적댐, 발전용수 등 다양한 대체 수자원을 활용해 용수를 공급한다”고만 밝혔다. 지난 주말 이재명 대통령과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호남권 물 부족 논란을 반박하며 “하루 100만t의 추가 용수 공급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발표에선 필요 용량을 하루 65만t으로 줄였다.

수자원 전문가들이 정부의 계산법에 강하게 의문을 제기하는 이유는 ‘문서상 수치’와 ‘실제 기후 현실’의 괴리 때문이다. 정부는 과거 영산강·섬진강 유역 수자원 계획 수립 당시 지자체나 타 산업용으로 배분됐으나 실제로는 사용하지 않고 흘려보내는 물인 ‘과배분 미사용량’을 재산정하는 등 수계 조정을 통해 물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목적 댐을 관리하는 한국수자원공사(수공) 측은 이날 “서남권 댐 여유량을 활용하고 일부 조정해 수공이 단독으로 (추가) 공급할 수 있는 물량이 하루 40만∼50만t”이라고 했다. 여기에 각각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발전·농업용 댐을 활용하면 30만t 이상이 추가로 가능하다고 했다.

지난 2023년 3월 전남 화순군 주암댐 상류가 극심한 가뭄으로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주암댐은 동복댐과 더불어 광주전남 지역의 주요 식수원이기도 하다. /김영근 기자

그러나 유역 면적이 한강의 13~19% 정도에 불과한 영산강과 섬진강에 가뭄이 닥칠 경우 이런 수계 조정은 큰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3년 남부지방 가뭄 때 광주·전남 핵심 식수원인 주암댐의 저수율은 20% 아래로 떨어진 바 있다. 대체 수자원으로 논의된 ‘농업용 저수지’도 농민·지자체와의 수리권(水利權) 갈등이 남아있다. 가뭄 시 농업용수 부족을 우려하는 지역 농민과의 갈등 해결, 지자체 간 상생 협의가 필수적인데 이를 단기간에 조정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중열 물복지연구소장은 “기존 수자원 계획에 전혀 반영돼 있지 않던 거대한 수요를 기존 댐 체계의 ‘짜내기’만으로 감당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도박”이라며 “비가 오지 않아 댐이 마르면 ‘여유 용량’이나 ‘재배치’라는 개념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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