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간 전
판결문 참 쉽죠?
2026.06.30 00:01
그러나 서울 양천구청은 A씨가 어릴 때는 IQ 70이 넘었던 점, ‘어려운 문제를 쉽게 포기한다’는 의사의 감정 내용 등을 이유로 A씨의 장애인 등록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A씨는 기관의 도움을 받아 구청을 상대로 구청 결정에 대한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수석부장 강우찬)는 지난 25일 A씨의 손을 들어줬다고 29일 밝혔다. 재판부는 A씨를 위해 쉬운 말과 삽화로 작성된 판결문을 함께 제공했다. 대법원서 올해 시행한 예규 중 ‘이지리드(Easy-Read)’ 문서 제공 조항에 따른 첫 판결문이다.
판결문에는 “주문(主文)” 옆에 “(=판결의 결론)”이라는 설명이 붙었다.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한 장애 정도 미해당 결정 처분을 취소한다”는 판결 대신에는 “원고 A가 재판에서 이겼습니다”라고 썼다. 이어 4쪽에 걸쳐 삽화와 함께 알기 쉬운 판결 내용이 첨부됐다. 이 판결문에서는 “법원은 구청의 결정을 취소합니다” “이제 구청은 A씨에게 장애인을 위한 도움을 주어야 합니다”라고 재판의 결론을 소개했다. 법률상 ‘취소’의 개념에 대해서는 “취소는 결정을 없었던 일로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고가 만세하며 미소짓는 그림도 판결문에 들어갔다. 23쪽에 걸친 판단 이유 역시 쉽게 풀어썼다. 재판부는 “법원은 구청의 결정이 틀렸다고 판단합니다.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라고 썼다. 이어 “첫째, 당신을 치료한 의사들의 말은 믿을 만합니다” “둘째, 당신은 어릴 때부터 다른 사람과 지내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도움을 주는 단체가 당신을 도왔습니다” “셋째, 판사도 당신이 보통의 사회생활을 하기 어렵다고 봤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지리드 판결문은 2022년 서울행정법원에서 처음 등장했다. 당시 강 수석부장이 쓴 “안타깝지만 원고가 졌습니다”라는 주문이 주목을 받았지만 일회성에 그쳤다. 이에 사법정책연구원은 2024년 ‘장애인 등을 위한 이해하기 쉬운 판결서 작성방안’ 연구보고서를 발간했다. 재판부도 이 보고서에서 제시한 이지리드 판결문 작성 방법을 A씨 판결에 활용했다. 보고서 내용을 인공지능(AI)에게 학습시킨 후 삽화를 생성했다. 앞서 1월에는 ‘장애인·노인·임산부 등 사법접근 및 사법지원에 관한 예규’가 제정됐다. 예규 6조에는 “법원은 수어·문자·이지리드 자료 등을 제공해 장애인 등이 그 외의 사람과 동등하게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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