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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도 폭염 덮친 유럽, 에어컨 블루오션으로 뜬다

2026.06.30 00:34

삼성·LG전자 유럽 공략에 속도
지난 27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에 폭염이 이어진 가운데, 에펠탑 인근 트로카데로 광장 분수에서 사람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유럽 대륙에서 기후 변화로 인한 40도 안팎의 살인적 폭염이 ‘뉴노멀(새로운 표준)’로 자리 잡으면서 냉방 수요가 폭발하고 있다. 문화재 보호를 위한 엄격한 건축 미관 규제로 진입 장벽이 존재하던 유럽 시장이 글로벌 냉난방공조(HVAC) 업계의 최대 격전지이자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부상하는 모양새다.

국내 가전 양대 산맥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중국 업체들의 단순 저가 제품 공세에 맞서 냉매가 필요 없는 신기술과 현지 맞춤형 이동형 에어컨, 고효율·친환경 프리미엄 솔루션 등을 앞세워 유럽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그래픽=박상훈


최근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의 에어컨 보급 대수는 2050년까지 약 2억7500만대로 늘어나 2019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역사적 건축물이 밀집한 유럽 현지 규제는 에어컨 설치에 녹록지 않다.

대표적으로 프랑스 파리의 경우, 도시 미관을 해치고 도심 가로에 뜨거운 열기를 내뿜는다는 이유로 건물 외벽이나 창문에 에어컨 실외기를 설치하는 것을 법적으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지난해 프랑스 가구의 에어컨 보급률(프랑스 환경에너지관리청)이 24%에 불과한 것도 이런 규제 탓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유럽에서는 수백 년 된 고건축물의 외벽을 뚫는 타공 시공이 불가능해 자연스레 설치가 간편한 이동식 에어컨 수요가 급증하고, 이를 노린 중국산 중저가 제품의 파상 공세도 거세지는 형국이다.


국내 기업들은 단순히 중국 업체와 저가 경쟁을 하는 대신, 규제 등으로 까다로운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해 기술력 확보 경쟁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상업용 시장과 가정을 모두 아우르는 투 트랙 전략으로 유럽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우선 대형 상업용 시장에서의 지배력을 다지기 위해 지난해 유럽 최대 공조 기기 업체 ‘플랙트 그룹’을 15억유로(약 2조6262억원)에 인수했다. 최근 수요가 급증하는 유럽 내 대형 데이터센터와 클린룸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것이다.

실외기 설치 규제가 까다로운 유럽 가정용 시장 등을 겨냥해 실외기가 필요 없는 차세대 펠티어 냉각 기술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미 존스홉킨스대 응용물리학연구소와 산학 협력으로 개발한 펠티어 냉각 기술은 기존 냉매 압축기 방식에서 벗어나 전기만을 이용해 냉방을 구현하는 기술이다. 지난해 ‘공학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R&D 100 어워드’의 100대 혁신 기술로 선정됐다. 외벽 훼손과 환경 규제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LG전자는 현지 맞춤형 가전과 대규모 B2B(기업 간 거래) 수주를 통해 유럽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LG 휘센 이동식 에어컨’ 라인업은 창문형 에어컨처럼 창문에 직접 달 필요 없이 이중 배기 호스를 창문과 연결해 내부 열기를 배출하는 구조의 제품이다. 건물 외관을 해치지 않아 현지 소비자들 사이에서 큰 호평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B2B 시장 공략에도 적극적이다. 친환경 냉매를 적용한 히트펌프 ‘써마브이 모노블럭’과 인공지능(AI) 기반 스마트 제어 시스템 ‘멀티브이 아이’를 내세워 최근 스페인 마드리드 등 친환경 규제가 까다로운 유럽 주거 지역에 HVAC 솔루션 공급 사업을 수주했다. 지난해에는 혹서지 HVAC 공동 연구 컨소시엄을 발족하고 복잡한 해외 건축 환경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현지 완결형 체제 구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가전 업계 관계자는 “과거 HVAC 시장의 사각지대로 꼽혔던 유럽 대륙이 기후 변화로 인해 블루오션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차세대 친환경 HVAC 기술은 유럽 주거 문화를 바꾸면서도 도시 미관을 지키는 핵심 인프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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