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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메모리인데 마이크론은 11배...하이닉스는 6.6배 [저평가 이슈]

2026.06.29 16:08

AI 호황에 사상 최대 실적 전망에도 저평가…격차 더 벌어져

"이익 변동성이 발목"…빅테크 투자 꺾이면 실적 급변 경고도
◆…(사진=GPT5.5 제작)


메모리 반도체 호황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실적 전망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두 회사는 사상 최대 수준의 이익 전망에도 글로벌 경쟁사보다 한참 낮은 주가 배수에 머물러 있다. 영업이익 규모로는 오히려 해외 기업을 앞서는데도, 주가는 절반 수준에서 평가받는 역설이 이어지고 있다.

선행 PER 6배 수준…해외 3사 대비 60% 저평가

기업의 주식이 싼지 비싼지를 가늠할 때 가장 널리 쓰이는 잣대가 주가수익비율(PER)이다. 이는 주가를 주당순이익(EPS), 즉 주식 한 주가 1년에 벌어들이는 이익으로 나눈 값이다. 예를 들어 PER이 10배라면, 지금 주가가 그 회사가 1년에 버는 이익의 10배 수준에서 거래된다는 뜻이다. 바꿔 말하면 지금 가격에 투자해 그 회사 이익만으로 원금을 회수하는 데 10년이 걸린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PER이 유용한 이유는 규모가 다른 기업을 같은 잣대로 비교할 수 있는 기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주가의 절대 금액은 회사마다 발행 주식 수가 달라 직접 비교할 수 없다. 그러나 '이익 대비 몇 배에 거래되는가'로 환산하면, 시장이 어느 기업의 이익에 더 높은 값을 쳐주는지가 드러난다.

같은 업종이라면 PER이 낮을수록 이익에 비해 주가가 싸다는, 즉 저평가됐다는 신호로 읽힌다. 반도체처럼 비슷한 사업을 하는 기업끼리 PER을 견주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기사에서 자주 등장하는 '12개월 선행 PER'은 과거 이익이 아니라 앞으로 1년간 예상되는 이익으로 계산한 PER을 말한다.

다만 PER이 낮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시장이 그 기업의 미래 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보면 PER을 낮게 매긴다. 따라서 낮은 PER은 '저평가'일 수도, '이익이 곧 꺾일 것'이라는 경고일 수도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낮은 배수를 둘러싼 해석이 갈리는 지점도 바로 여기다.

28일 한화투자증권이 블룸버그 전망을 바탕으로 비교한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주요 반도체 기업의 12개월 선행 PER은 대만 TSMC 23.1배, 미국 마이크론 11.2배, 일본 키옥시아 10.6배로 집계됐다. 반면 SK하이닉스는 6.6배, 삼성전자는 6.0배에 그쳤다. 해외 3사 평균과 비교하면 SK하이닉스는 약 56%, 삼성전자는 약 60% 할인받고 있는 셈이다.

올해 예상 PER 기준으로는 격차가 더 벌어진다. TSMC 24.4배, 마이크론 18.3배인 반면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각각 8.6배, 6.3배 수준이다.

이익 규모는 삼전·닉스가 오히려 앞서

정작 이익 규모만 보면 국내 두 회사가 앞선다. 에프앤가이드 컨센서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85조5118억 원, SK하이닉스는 63조1532억 원이다. TSMC의 2분기 영업이익은 약 270억 달러(약 40조 원), 키옥시아는 약 1조2980억 엔(약 12조 원)으로 전망된다. 마이크론은 회계연도 3분기에 약 52조 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AI 수요로 모두 사상 최대 수준의 실적을 내고 있지만, 영업이익 규모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오히려 위에 있다. 이 때문에 증권가에서는 두 회사가 지나치게 저평가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준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430만 원으로 올리며 "글로벌 반도체 종목 중 올해 예상 PER이나 12개월 선행 PER이 10배를 밑도는 종목은 단 하나도 없다"며 "SK하이닉스와 똑같은 사업을 하는 마이크론마저 이제 선행 PER 10배 이상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달 들어 한화투자증권과 다올투자증권은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각각 430만 원, 420만 원으로 제시했고, 글로벌 투자은행 중에서는 노무라증권이 500만 원으로 가장 높은 목표가를 내놨다.

발목 잡는 건 '이익 지속성'

이러한 저평가의 이유 중 하나로 시장이 이익 규모보다 이익의 지속성에 더 높은 값을 매긴다는 것이 증권가의 설명이다. TSMC가 높은 몸값을 인정받는 이유는 엔비디아 등 AI 반도체 고객사의 최선단 공정 생산을 사실상 독점해 장기간 안정적인 이익이 가능하다는 평가 덕분이다. 생산능력이 이미 수년 치 예약될 만큼 공급이 부족해, 단순한 경기 사이클을 타는 기업이 아니라 구조적 성장 기업으로 분류된다.

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메모리 경기순환주라는 인식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박준영 연구원은 "국내 메모리 업체들은 오랜 이익 확장기에도 PER 10배를 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는데, 이는 감익기의 극심한 이익 감소와 그로 인한 실적 변동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실적이 꺾이는 시기에 SK하이닉스 영업이익률은 평균 10% 아래로 떨어지고 적자로 돌아서기도 했다.

다만 그는 장기공급계약(LTA)과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바탕으로 이익 변동성이 줄어, 앞으로 감익기에도 최소 30% 수준의 영업이익률이 유지될 것으로 봤다. 삼성전자의 경우 메모리 외에 모바일·가전·파운드리 등이 함께 묶인 사업 구조도 순수 AI 반도체 기업 대비 할인 요인으로 꼽힌다.

구조적 디스카운트…환율·EM 쿼터도

저평가에는 한국 증시의 구조적 요인도 작용한다. 마이크론은 미국 나스닥에 상장돼 선진국(DM) 패시브 자금을 제약 없이 빨아들이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신흥국(EM)으로 분류되는 코스피에 묶여 있다. 글로벌 운용사가 국가별 비중을 정할 때 한국에는 한정된 EM 비중이 적용되고, 두 회사는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큰 비중을 차지해 개별 펀더멘털이 아무리 좋아도 자금을 무한정 늘릴 수 없는 수급의 천장이 존재한다.

환율도 변수다. 마이크론은 달러자산이지만 한국 기업 주식은 원화 가치에 연동돼 외국인 투자자는 주가가 그대로여도 환율로 인한 환차손을 입을 수 있다. 이를 보상받으려 처음부터 낮은 PER, 즉 높은 안전마진을 요구하게 된다.

저평가를 풀 변수로는 SK하이닉스의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이 꼽힌다. SK하이닉스는 다음 달 15일 ADR을 나스닥에 발행해 미국 시장에 직접 상장한다. 마이크론과 같은 무대에서 비교받게 되는 만큼 밸류에이션 재평가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가 미국 시장에 직접 상장해 마이크론 대비 낮았던 밸류에이션을 극복하면, 국내 주식에 적용되는 밸류에이션도 차별화될 수 있다"고 봤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ADR 상장 가능성도 거론된다.

AI 투자 꺾이면 이익도 급변

다만 지금의 높은 실적 전망 자체가 AI 투자에 기대고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는 상당 부분 빅테크 기업의 대규모 데이터센터 투자(Capex)에서 매출이 나오는 구조다. 이 투자가 꺾이면 두 회사의 이익도 빠르게 변할 수 있다. 시장이 메모리 기업에 여전히 낮은 배수를 매기는 이유와도 맞닿아 있다.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국제결제은행(BIS)은 최근 연례 보고서에서 빅테크의 AI 지출 경쟁이 장기 '투자 침체(investment bust)'로 끝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5대 하이퍼스케일러가 2025년부터 2026년 말까지 1조 달러 넘게 투자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기대에 못 미치는 수익이 확인되면 AI 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이 갑자기 위축되고 자본지출(CAPEX) 호황이 투자 침체로 돌아설 수 있다는 것이다.

BIS는 1830년대 운하, 1840년대 영국 철도, 1990년대 말 닷컴 붐을 사례로 들며, 이런 국면들이 결국 투자 반전과 경기 침체로 끝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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