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프리즘] 초단타 권하는 증시의 덫
2026.06.30 00:18
장기투자 유인책 서둘러야
유병연 경제교육연구소장
대표적인 사례가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열풍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단일 종목 레버리지·인버스가 출시된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15일까지 하루평균 거래대금은 8조3393억원. 이는 같은 기간 유가증권시장 하루평균 거래대금의 15.4%에 이르는 액수다.
많은 투자자는 레버리지 ETF를 단순히 “주가가 오르면 수익률이 두 배 나는 상품” 정도로 이해한다. 하지만 이 상품은 특정 종목이나 지수의 누적 수익률이 아니라 하루 수익률을 추종한다. 운용 목표가 ‘1년 누적 수익률의 두 배’가 아니라 ‘오늘 하루 수익률의 두 배’라는 얘기다. 이 목표에 맞춰 매일 포지션이 재조정되기 때문에 보유 기간이 길어질수록 애초 기대한 누적 수익률과 괴리가 커진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산하 투자자문위원회(IAC)가 2023년 6월 22일 발표한 권고문에서 “개별 종목 레버리지 ETF 상품은 하루 기준으로 투자 목표를 추구하기 때문에 철저히 단기 투자용”이라고 경고했을 정도다. 거래 환경도 온통 단기 투자를 조장한다.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열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급등주, 실시간 수익률 순위, 단기 테마주 정보다.
안 그래도 우리나라 투자자는 주식 보유 기간이 짧은 것으로 유명하다. 신한금융그룹 산하 신한미래전략연구소는 지난 4월 내놓은 보고서에서 “국내 개인투자자의 평균 보유 기간이 9일에 불과하다”며 “단기 매매 중심의 수급 구조가 코스피지수의 구조적 저평가를 고착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초단기 매매와 레버리지 거래가 시장을 지배하면 상승 속도뿐 아니라 하락 속도 역시 빨라진다. 작은 악재에도 투자자들이 한꺼번에 출구로 몰리고, 레버리지 상품의 기계적 매도가 투매를 증폭시킨다. 충격이 닥칠 때마다 시장이 본질 가치 이상으로 격렬하게 흔들리면 투자자들은 다시 한국 시장을 위험자산으로 평가하게 될 것이다.
장기 투자를 장려하는 인센티브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한국은 일반 개인투자자에게 상장주식 양도소득세를 부과하지 않는 만큼 우리 실정에 맞는 장기 투자 유인책이 필요하다. 증권거래세를 주식 보유 기간에 따라 과감하게 차등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만하다. 매도 시 증권사와 예탁결제원이 관리하는 매매 내역을 통해 보유 기간을 산정할 수 있는 만큼 거래세를 보유 기간별로 차등 부과하는 게 가능하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장기 투자 기능도 대폭 강화해야 한다. 일본이 ‘신(新)NISA’를 통해 가계의 유휴 자금을 장기 투자로 성공적으로 유도한 사례가 있다. 배당소득세 우대 역시 실효성 있는 카드다. 장기 보유 주식의 배당에 세제 혜택을 주면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주주 환원에 관심을 두는 ‘장기 주주’가 늘어날 것이다. 국민연금과 퇴직연금 자산을 장기 투자 시장으로 적극 이끌어야 함은 물론이다.
한국 증시는 오랫동안 발목을 잡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에서 벗어나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가는 갈림길에 서 있다. 어렵게 시작된 재평가 흐름을 지속 가능한 변화로 만드는 게 관건이다. 장기 투자 위주의 건강한 투자 문화야말로 한국 증시가 어렵게 얻은 코리아 프리미엄을 유지하고, 선진 시장으로 도약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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