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리드 판결문에 등장한 낯선 표현…“당신이 이겼습니다. 구청의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2026.06.29 19:34
서울행정법원 사회적약자 사건 전문합의부
주문→판결 결론 등 용어 바꾸고 그래픽 첨부
재판부 “장애로 인한 사회적 제약 살펴야”
주문→판결 결론 등 용어 바꾸고 그래픽 첨부
재판부 “장애로 인한 사회적 제약 살펴야”
| 이지리드(easy-read)판결문.서울행정법원 제공 |
“당신은 오랫동안 힘들었습니다. 이제 구청의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법원이 지적장애가 있는 소송 당사자를 고려해 쉽게 쓰인(이지리드) 판결문을 제공했다. 통상 판결문에 쓰이는 생소한 용어와 복잡한 법리 대신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쉬운 말로 내용을 풀어쓴 것이다.
서울행정법원 제7부(수석부장 강우찬)는 A 씨가 서울 양천구청장을 상대로 낸 장애정도 미해당 결정처분 취소 청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하며 별도 판결문을 제공했다. 이 재판부는 사회적 약자 관련 사건을 처리하는 전문 합의부로, 구성원 모두 대법원 장애법연구회 회원들이다.
재판부는 “지적장애를 가진 원고가 통상의 방식으로 작성한 판결서 내용을 충실하게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올해부터 시행 중인 장애인·노인 등의 사법접근 및 지원에 관한 대법원 예규에 근거해 ‘이해하기 쉬운 판결’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주문’ 글자 옆에 ‘판결의 결론’이라는 뜻을 풀어썼고, ‘결정 처분을 취소한다’는 문구에는 ‘원고가 재판에서 이겼습니다’라고 함께 적었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는 결정도 ‘소송에 들어간 돈은 구청이 냅니다’라고 설명했다.
A 씨는 구청에 지적장애인 등록을 신청했으나 구청은 보건복지부 고시에 따른 장애정도판정기준에 충족되지 않는다며 기각했다. A 씨가 미성년자 때 지능지수(IQ) 70을 넘어 장애 미해당 판정을 받았고, 지금까지 뇌 손상 등 추가 인지 저하를 일으킬 만한 소견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A 씨는 최근 세 차례에 걸친 IQ 검사에서 70 이하를 받았다며 이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당사자 본인신문과 A 씨를 진료한 의사들의 소견 등을 종합해 지적장애가 인정되는 것으로 판단했다. 판결의 이유는 각 기관의 입장을 시각화하는 방식으로 요약됐다. 재판부는 “법원은 당신을 지적장애인으로 인정한다. 지적장애인은 배우고 이해하는 것이 다른 사람보다 많이 어려운 사람이다”라며 “이제 구청은 A 씨에게 장애인을 위한 도움을 주어야 합니다”라고 적었다.
판결문에서 재판부는 장애인복지법 상 지적장애는 단순히 지능지수가 아닌, 지적 능력 손상으로 일상·사회생활에 제약이 있는지 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칸막이 방식의 전제에서 제정한 고시에 불과한 장애정도판정기준 등이 유형화한 어떤 하나의 장애에 딱 들어맞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섣불리 장애 비해당 처분을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재판부는 장애의 의료적 모델을 넘어 ‘사회적 모델’ 관점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판결문에 인용된 리시아 칼슨의 저서 ‘지적장애의 얼굴들’에 따르면, IQ테스트 등을 통한 장애 분류는 장애인복지의 관점이 아니라 “우생학적 배경 하에서 시설로의 격리와 배제 관점”이다.
저작권 보호를 위해 본문의 일부만 표시됩니다.
원문 보기 →댓글 (0)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법원의 다른 소식
모든 소식을 불러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