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들 덕분에 현재와 미래를 살아갑니다, 감사합니다" [제복 영웅의 그늘⑧]
2026.06.29 08:00
[호국보훈 심층기획] 하늘의 제복 영웅들과 정부·국민들에 전하는 편지
"매년 6월이 고통…전우들이 국가의 손길 받으며 평범한 일상 살았으면"
"6·25와 연평해전, 영웅들 기억하는 계기 됐으면…기억은 가장 큰 예우"
[편집자주] 알고 계시나요. 올해는 6·25전쟁 발발 76주년이자 제2연평해전 24주년을 맞는 해입니다. 그런데 국민과 국가를 위해 온 몸을 바친 영웅들에 대한 기억은 점차 희미해지고 있습니다. 시사저널은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제복 영웅의 그늘' 기획 시리즈를 통해 참전용사와 유가족, 퇴역 군인·경찰·소방관 등 국가를 위해 헌신한 이들의 현재를 조명할 계획입니다. 영웅으로 불렸지만 제복을 벗은 뒤 마주하게 되는 현실과 보훈 제도의 사각지대 등을 살펴보고, 국가가 이들의 희생에 끝까지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 점검해보고자 합니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평화와 번영은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가며 전장을 누빈 영웅들의 고귀한 희생과 헌신으로 일궈진 것입니다. 국가를 위한 희생과 헌신에는 특별한 보상과 마땅한 예우가 뒤따라야 한다는 것은 국민주권정부의 확고한 원칙입니다. 참전용사 여러분의 희생이 개인의 자부심에 그치지 않고, 더욱 명예롭고 안정된 삶으로 이어지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1년 전 대선 때 '보훈 강국'을 약속했던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5일 6·25전쟁 76주년 기념식에서도 이처럼 강조했다. 국회 역시 보훈 문제만큼은 정쟁의 영역이 아니라는 공감대를 바탕으로, 추서 계급을 기준으로 유족연금을 지급하도록 한 김한나법과 전역 이후 발현된 지연성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도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한 군인재해보상법 개정안 등을 연이어 통과시키며 힘을 보태고 있다.
하지만 제도 개선만으로는 보훈의 빈틈을 모두 메우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전히 국가의 손길이 닿지 않는 보훈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데다, 전쟁과 희생의 기억이 세대를 거쳐 희미해지면서 제복 영웅을 예우하는 사회적 문화와 인식도 점차 옅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를 위한 헌신에 걸맞은 정부의 책임 강화는 물론, 그 희생을 기억하고 존중하는 사회적 공감대 역시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시사저널은 '제복 영웅의 그늘' 기획 취재 과정에서 만난 참전용사와 유가족들로부터 하늘에 있는 영웅들과 정부, 그리고 국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육성 혹은 자필로 직접 받았다. 제복영웅들의 희생을 어떻게 기억하고 예우해야 하는지, 그리고 대한민국이 앞으로 어떤 보훈 강국으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이들의 진심 어린 편지를 독자들에게 전한다.
■ 제2연평해전 참전용사 김면주(46) 씨
"저는 매년 6월이 제일 힘듭니다. 전쟁이라는 단어만 보아도 그때의 참혹한 장면 하나하나를 떠올리게 하는 만큼, 최근 나오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나 미국-이란 전쟁 관련 기사만 봐도 24년 전 제가 겪었던 일들이 생각나서 힘듭니다. 전쟁의 참혹한 실정에 대해 보통의 많은 사람들은 잘 알기 어렵잖아요.
지금도 그때의 기억에 시달리고 있지만, 저는 피해 의식도 많았습니다. 나라를 위해 희생하고 사회에 나왔는데도 참전용사들의 처우를 방치하는 정부에 대한 원망, 연평해전에 대해 사람들이 잘 몰라주거나 일부는 왜곡된 기억을 갖고 있는 점에 대해 실망과 절망감이 울분으로 표출됐습니다. 제대 후 사회생활을 할 때 회식이나 술자리를 갖게 되면 문제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다른 전우들 역시 그날의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살고 있습니다. 이런 전우들과 참전용사들이 국가의 손길을 받으며 평범한 일상을 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제2연평해전 참전용사 곽진성(48) 씨
"저는 현재 제2연평해전 승전기념회에서 관리이사를 맡으며 유가족 지원과 관련 사업을 발굴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 이는 내 숙명이라 생각합니다. 죽을 때까지는 이런 일을 계속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함께 생활했던 전우들을 위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국가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있는 전우들도 있습니다. 본인이 챙기지 않으면 아무것도 받을 수 없는 구조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나라를 위해 싸우다 다쳤는데, 또다시 내가 나서서 권리를 찾아야 한다는 점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나라를 위해 헌신한 사람들에 대한 보상과 지원은 국가가 먼저 챙겨줬으면 합니다. 또 국민들께도 연평해전이 단순한 과거 사건이 아니라 나라를 위해 헌신한 사람들을 기억하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 제2연평해전 참전용사 고(故) 한상국 상사의 부인 김한나(52) 씨
"2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남편에게 가장 먼저 하고 싶은 말은 '고맙고, 미안하고, 사랑한다'는 말입니다. 나라를 지키겠다는 사명감 하나로 바다에 나갔고, 끝까지 자신의 자리를 지킨 당신이 자랑스럽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함께하지 못한 수많은 시간들이 아쉽고 그립습니다.
그리고 남편과 함께 싸웠던 제2연평해전의 영웅들께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여러분의 희생이 있었기에 대한민국은 오늘도 자유롭고 평화로운 일상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24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는 여러분을 기억하고 있으며, 결코 잊지 않을 것입니다. 여러분은 대한민국의 영웅입니다.
국민 여러분께도 한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우리가 누리는 평범한 하루는 결코 당연하게 주어진 것이 아닙니다. 누군가는 자신의 청춘을 바쳤고, 누군가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제2연평해전의 영웅들뿐만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나라를 지키고 있는 수많은 제복영웅들의 헌신 위에서 우리의 일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영웅들을 기억해 주십시오. 그들의 한 일을 잊지 말아 주십시오. 기억은 가장 오래가는 감사이며, 가장 큰 예우입니다."
■ 6·25 한국전쟁 참전용사 고(故) 전주열 대령의 딸 전재칠(54) 씨
"보고 싶고 그리운 아버지, 돌아가신지 너무나 오래 돼 모습조차도 흐릿해졌네요. 호국보훈의 날을 맞아야만 떠올리게 되는 불효녀입니다. 대전 현충원에 간지도 오래되어 이번에는 꼭 가야지 가야지 한 게 벌써 몇 년이 흘러버렸네요. 아버지가 귀여워하고 예뻐하시던 막내딸이 이제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나이가 다 되었습니다.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살아오는 동안 모든 삶의 근간에는 육사 출신 호국 유공자이시 아버지가 계셨고, 지금도 자랑스러움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아버지 덕분에 우리 가족들은 물론 국민들도 현재와 미래를 살아갑니다. 오늘따라 많이 그립습니다. 이번에는 꼭 시간 내어 현충원에 찾아 뵙고 인사드리겠습니다.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 휠체어 탄 베트남전 참전용사 김종면(가명·70대) 씨
"영화 《국제시장》 보셨죠? 60년 전은 진짜 우리 국민들 대부분 가난에 허리띠 졸라매고 치열하게 살았던 시절이었어요. 당시 베트남으로 파병갔던 전우들의 피와 땀이 경부고속도로를 만들고, 우리 아들딸과 손자 손녀가 살 수 있는 대한민국을 만들었죠. 하지만 그때 우리 희생은 정말 컸습니다. 어렸던 나는 전쟁 후유증으로 휠체어를 타는 신세가 됐고, 전우들은 베트남 다낭 근무 중 고엽제에 노출된 후 심혈관 문제는 물론 당뇨와 암까지 각종 병마와 싸워야 했죠.
그래도 나는 그때 나라를 위해 희생한 걸 후회하지 않습니다. 국민들께도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제복을 입은 영웅들이 무엇을 지키기 위해 싸웠는지 기억해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 땅을 살아갈 청년들이 나라를 지키고 싶은 생각이 들 수 있게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참전용사들을 예우하고 도와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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