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까지 갔는데 "찜찜했다"…러 관광객이 전한 북한 여행기
2026.06.29 09:17
"소련 시절 영화에서나 보던 낡은 여객기 같았다." 지난 3월 평양을 찾은 러시아인 여행 유튜버 알렉산드르 로세프가 마주한 북한 관광의 첫 인상이었다.
러시아인 유튜버 알렉산드르 로세프의 북한 여행 영상. 기내 책자에 김정은 국우위원장 선전 자료가 담겨 있다. 유튜브
로세프는 28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북한: 첫 만남'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이 영상에는 그가 지난 3월 30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출발해 평양에 도착하기까지의 첫날 일정이 담겼다. 그는 탑승한 고려항공 여객기를 두고 "비좁은 기내와 부족한 수하물 공간, 좌석에 씌워진 특유의 천 시트까지 옛날 영화에서 보던 소련 비행기 모습이었다"고 했다.
기내 풍경은 정상적인 운항과는 거리가 멀었다. 수하물을 둘 공간이 부족해 일부 짐은 앞줄 좌석 발치 바닥에 놓였고, 비상구 안전 안내도 생략됐다. 로세프는 "다른 항공사였다면 엄격히 금지됐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가 탄 기종은 소련제 투폴레프 Tu-154로, 러시아를 비롯한 대부분 국가에서 퇴역했으나 고려항공은 여전히 운용하고 있다. 그는 평양을 오간 두 항공편 모두 승객 대부분이 북한 주민이었다고 전했다.
불편은 지상에서도 이어졌다. 평양에서 그를 안내한 남녀 가이드 2명은 러시아어가 서툴러 의사소통이 매끄럽지 않았다. 로세프가 김일성광장을 둘러보는 사이 한 가이드가 소지품이 보이도록 열려 있던 그의 카메라 가방을 휴대전화로 촬영하는 장면도 영상에 잡혔다. 그는 "단순한 호기심 때문이었는지, 은밀한 감시의 일환이었는지 알 수 없다"고 했다.
관광객을 따라붙는 통제는 다른 영상에서도 확인된다. 지난해 12월 공개된 한 러시아 관광객의 영상에는 평양 거리에서 상점 안을 들여다보려 하자 가이드가 다가와 막아서고, 일부 구간에선 촬영을 중단시키는 모습이 담겼다. 관광객이 나타나자 인근 상점이 서둘러 커튼을 치는 장면도 나온다.
러시아인 여행 유튜버 알렉산드르 로세프가 김일성광장을 찾았다. 유튜브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대북 제재를 우회한 외화벌이 수단으로 관광산업 육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러시아 관광객 유치에 힘을 쏟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7월 원산갈마 관광지구에 외국인 입장을 잠정 중단한다고 공지하면서도, 러시아 여행사를 통한 자국 관광객은 예외로 두고 평양·묘향산·원산갈마를 묶은 상품으로 손님 모집을 이어갔다. 방북 러시아 관광객은 지난 2024년 약 4000명, 지난해 약 7000명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성과는 기대에 못 미친다. 지난 2018년 착공 당시 연간 100만명 유치를 내걸었던 원산갈마는 현재 소수의 러시아인만 드나드는 처지다. 팬데믹 전 서방 관광객을 받았던 '영파이오니어투어스' 측은 영국 BBC에 "광범위한 관광 재개 신호이길 바랐지만, 당분간은 아닌 듯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통제 기조가 이어지는 한 한계가 뚜렷하다고 본다. 정은이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이 외부 관광객을 유치해도 체제 위협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은 엄격히 관리·통제하는 기조는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며 "서방이 아닌 중국·러시아 관광객만 잘 유치해도 충분히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러시아 관광객에게도 북한이 행선지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2만명 수용 능력을 갖춘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를 만들었지만, 러시아에서 오기엔 항공료 등을 따졌을 때 매력이 떨어진다"며 "중국 내 다른 관광지들 대신 평양에서 기차를 타고 원산에 가는 중국인도 많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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